사진 김정준 기자
 “문제의식이 잘 드러나는 콘텐츠를 통해 ‘역시 중대신문 이다!’라는 말이 나왔으면 좋겠어요”
 
나무가 튼튼하게 성장하기 위해선 뿌리가 깊게 내려야 한다. 우병우 검찰 조사 보도사진으로 세상을 발칵 뒤집었던 고운호 동문(사진학과 09학번). 세상을 바꾼 사진 한 장. 그 한 장을 만들기까지 고운호 동문은 중대신문 기자 시절부터 기초를 다져왔다. 그는 안성캠의 굵직한 사건을 도맡기도 하고 편집장 시절 서울의 대학신문사를 모아 서울권대학언론연합회를 만들기도 했다. 이제 고운호 동문을 통해 중대신문의 굳센 역사를 들여다 보려 한다.

  -중대신문 기자 시절 대학보도부에서 활동하셨다고요.
  “사진기자를 꿈꿔 사진학과에 입학했고 중대신문에 들어갔어요. 그런데 당시 중대신문에 안성캠 소속 기자가 얼마 없었어요. 수습기자 시절부터 안성캠을 도맡아서 취재하다 보니 얼떨결에 대학보도부 기자가 됐죠. 그때는 사진부가 없기도 했고요.”
 
  -기자가 별로 없어서 힘들지 않으셨나요.
  “대학보도부 기자로 활동할 때 안성캠 용역업체 비리 사건, 안성캠 총학생회 부정 선거 등 커다란 사건이 많았어요. 그런데 안성캠에서 취재할 사람이 저밖에 없더라고요. 아무것도 모르는 수습기자 시절부터 당장 신문사를 대표해 기사를 써야 했기 때문에 스트레스를 많이 받았죠. 심지어 저는 사진기자가 되기 위해 들어갔으니 기사 쓰는 일이 더욱 힘들었어요. 하지만 수습기자 시절부터 안성캠의 큰 사건을 도맡아 취재한 덕분에 성장할 수 있었죠. 인터뷰 시작 전 혼자 질문지를 고치기도 하고 회심의 질문을 몇 개 숨겨뒀다가 던져보기도 하면서요.”
 
  -힘들었던 만큼 기억에 남는 사건도 많았을 것 같아요.
  “안성캠 용역업체 비리 사건이 가장 기억에 남네요. 수습기자 시절 취재처를 돌다가 미화원, 방호원을 상대로 갑질을 하는 용역업체가 있다는 제보를 받았어요. 용역업체 소장이 매년 금품 헌납을 요구하며 주요 보직을 마음대로 결정한 정황이 발견된 거죠. 그때 너무 충격을 받아서 사건을 꼭 보도해야겠다고 생각했어요. 결국 지속적인 보도로 사건이 공론화돼 책임자가 물러나고 용역업체가 바뀌었죠. 그때부터 ‘아! 이 일은 허투루 해서는 안 되는 일이구나.’라고 생각하게 됐어요.”
 
  -편집장 시절은 어땠는지 듣고 싶어요.
  “사실 편집장으로서의 욕심이나 야망은 없었어요. 대신 기자들에게 성실함과 사명감을 강조했죠. 아무리 실력이 뛰어나고 수완이 좋아도 기본적으로 해야 할 일을 하지 않는 기자는 굉장히 싫어했거든요. 기자는 학생을 대표해 취재하고 독자는 기사를 통해 사건을 접해요. 그렇기 때문에 더욱 사명감이 필요하다고 생각했어요. 어떤 압박에도 구애받지 않고 하고 싶은 이야기를 더 자유롭게 하는 신문사를 만들고 싶었어요.”
 
  -대학신문사와 일간지 언론사의 차이는 무엇인가요.
  “시스템의 차이가 커요. 일간지 언론사는 체계적인 시스템이 있어서 기자를 잘 훈련할 수 있어요. 반면 대학신문사는 교육이 미숙하거나 인수인계가 잘 이뤄지지 않는 경우가 많죠. 중대신문에서 사진부가 사라지면 사진부만의 전통이 끊기는 것처럼요. 그래서 노하우가 축적되기 힘들어요.”
 
  -중대신문에서의 경험이 지금의 기자 생활에 도움이 됐나요.
  “중대신문 임기를 마치고 근성이 뭔지 배우게 됐어요. 2년간 안성캠과 서울캠을 오가며 개인 시간을 포기했지만 덕분에 시간을 허투루 보내지 않는 끈질긴 마인드를 얻었죠. 근성의 힘은 특히 사진 취재의 현장에서 크게 발휘됐어요. 사진 취재는 그 순간을 놓치면 돌이킬 수 없거든요. 그래서 더 집요하고 끈질기게 취재해야 하죠. 검찰청 앞에서 취재 대상을 기다린 적이 있었어요. 그 사람이 아침에 나온다고 했지만 저는 새벽부터 무조건 자리를 지켰죠. 교대자도 오지 말라고 하면서요. 제가 맡은 일은 끝까지 해야 하니까요.”
 
  -혹시 최근에도 중대신문을 보시나요.
  “아무래도 학교에 갈 일이 없어서 자주는 못 읽어요. 그래도 중대신문 홈페이지나 페이스북 페이지를 통해 종종 소식을 접하고 있어요.”
 
  -그중에서 가장 기억에 남는 기사는 무엇인가요.
  “안성캠의 취약한 방호실태를 사진으로 보여준 기사가 떠오르네요. 인터넷을 통해 기사를 접하면 아무래도 이미지에 먼저 눈이 갈 수밖에 없거든요. 위기의식이 느껴지는 사진 덕분에 사건에 더욱 관심을 가질 수 있었어요.”
 
  -창간 70주년을 맞아 후배 기자에게 해주고 싶은 말씀이 있나요.
  “두 가지를 당부하고 싶어요. 첫 번째로 아무리 작고 보잘것없는 취재라도 경시하지 않는 마음가짐이에요. 늘 최선을 다하는 자세가 있어야 좋은 결과를 얻을 수 있거든요. 두 번째로는 지면에 충실하되 뉴미디어 대응팀을 만들어서 뉴미디어 시대에 잘 대처했으면 좋겠어요. 종이 신문을 보는 사람이 점점 줄어들고 있거든요. 저처럼 학교를 졸업한 사람은 특히나 뉴미디어 기사에 의지할 수밖에 없죠. 옛날처럼 ‘신문을 많이 나눠주면 보겠지’라는 생각에서 벗어나야 해요. 접근성이 좋은 플랫폼을 통해 독자들이 신문을 보고 싶게 만들어야죠. 인터넷이 정말 좋은 게 제대로 된 콘텐츠를 만들면 파급력이 어마어마하거든요. 문제의식이 잘 드러나는 콘텐츠로 ‘역시 중대신문이다!’라는 말이 나왔으면 좋겠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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