무너뜨릴 수 없었던 '甲'
  • 이지은 기자
  • 승인 2017.08.27 02:4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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갑질 프랜차이즈 실태
 

변화는 작은 일에서부터 시작됩니다. 사소한 계기로 시작된 변화는 우리의 일상을 뒤집고 새로운 세상을 보여주죠. 그런 변화의 시점을 ‘티핑 포인트’라고 합니다. 이번학기 기획부는 우리 사회의 티핑 포인트가 되고자 합니다. 오늘은 ‘프랜차이즈 갑질’에 티핑 포인트를 찍어보겠습니다. 미스터피자, 피자헛, 바르다 김선생, 뚜레쥬르, 미니스톱…. 한번쯤은 이용해봤을 법한 이 브랜드들은 모두 가맹본부의 갑질 논란으로 한바탕 풍파를 겪었습니다. 프랜차이즈 업계에서 가맹본부의 갑질은 어제오늘 일이 아닌데요. 그렇다면 그들의 갑질은 도대체 왜 근절되지 않는 걸까요? 우리나라 프랜차이즈 업계의 착취 실태를 분석해봤습니다.

 

 
 
기울어진 프랜차이즈의 운동장 
착취로 얻어낸 수익
 
말할 수 없는 불만
여전히 그들은 보호받지 못한다
 
‘일장춘몽(一場春夢)’ 한바탕의 봄 꿈이라는 뜻으로 한순간에 덧없이 사라져 버리는 부귀영화를 의미한다. 이는 프랜차이즈 가맹점주의 이야기와 일맥상통한다. 가맹점주들은 부푼 꿈을 안고 창업에 뛰어든다. 가맹본부가 제시하는 예상 매출액과 사업계획서는 앞으로의 성공만을 속삭이고 있기 때문이다. 그러나 개업 후 얼마 지나지 않아 달콤한 꿈은 모두 덧없이 흩어진다. 가맹본부는 점차 가맹점주를 벼랑 끝으로 몰아세우기 시작한다. 가맹점주들은 한순간에 협업자가 아닌 가맹본부에 돈을 바치는 노예로 전락해 버린다.

  눈덩이처럼 불어나는 책임
  우리나라 프랜차이즈 가맹본부의 주요 수익원은 ‘유통마진’에 있다. 우리나라 가맹본부는 브랜드 사용·영업 노하우 제공의 대가로 받는 로열티가 아니라 가맹점에 공급하는 재료비, 물품비로부터 이익을 얻는다. 프랜차이즈 통일성을 위한 필수 품목이라는 이유로 가맹사업에 필요한 물품의 유통을 독점하는 것이다. 결국 가맹점주들은 가맹본부가 제시하는 공급처를 통해서 필요한 물품을 구매할 수밖에 없다.

  이런 상황에서 가맹본부는 친인척이 운영하는 중간 거래단계를 추가하는 등 시장 가격보다 비싸게 물품을 공급한다. 바로 ‘통행세 폭리’다. 피자 전문 프랜차이즈인 ‘미스터피자’의 경우 가맹점주들에게 시중가보다 약 28%나 비싸게 치즈를 공급해 통행세 폭리를 취하기도 했다.

  “로열티라는 해외 수익 구조를 차용하는 국내 프랜차이즈 기업은 약 36%에 불과해요. 대부분이 물품을 유통하는 과정에서 마진을 챙기죠.” 전국가맹점주협의회연석회의 김태훈 사무국장은 이런 불공정 거래가 비단 미스터피자만의 문제는 아니라고 말한다. 우리나라 프랜차이즈 가맹본부는 로열티를 받지 않는다고 홍보하지만 결국 유통 과정에 로열티 이상의 비용이 녹아 있기 때문에 비가시적이지만 막대한 수익을 챙기고 있는 것이다.

  프랜차이즈의 갑질 행보는 통행세 폭리뿐만이 아니다. 가맹본부는 할인 행사 비용을 가맹점에 전가하는 방식으로 수익을 올리기도 했다. 대부분의 프랜차이즈는 테이크아웃 할인이나 구매 적립쿠폰 등 다양한 할인 행사를 진행한다. 할인 행사는 본부에서 일괄적으로 가맹점에 지시하지만 이에 드는 비용은 전부 가맹점이 부담하고 있다. “현재 피자헛의 경우 배달 시 30%, 방문 포장 시 40% 할인 행사를 진행하고 있는데 전부 가맹점이 떠맡고 있죠. 본부가 행사 비용을 부담하더라도 약 10% 정도에 불과하기 때문에 가맹점이 거의 다 부담하고 있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에요.” 문상철 피자헛가맹점주협의회장은 본부 직원 할인의 경우도 가맹점이 비용을 대고 있는 실정이라며 한숨 쉬었다.

  물품 발주에서도 불만이 새어 나왔다. 가맹본부가 신상품이나 행사상품이 출시될 때마다 상품을 대량으로 발주하도록 압박했기 때문이다. 김복순 미니스톱가맹점주협의회장은 반품도 안 되는 행사상품이 재고로 남을 때가 가장 곤란하다고 토로했다. “주로 세트로 남은 재고 물품을 분해해서 판매하려 해도 개별 바코드가 없으니까 진열은 물론 판매조차 할 수 없어요. 슈퍼바이저들이 시키는 대로 행사상품을 대량으로 구매했던 편의점 점주들은 피해가 심각했죠.”

  ‘약육강식’의 프랜차이즈
  가맹점들은 가맹본부의 부당한 처사에도 본부의 보복이 두려워 이를 거부할 수 없다. 김복순 회장은 가맹본부가 거액의 위약금을 청구해 가맹점주를 압박하는 경우가 빈번하다고 지적했다. 가맹본부는 가맹계약해지를 요구한 가맹점주에게 엄청난 위약금을 부과해 계약해지를 막는다. “가맹본부가 처음 제시했던 수익에 미치지 않아 계약해지를 요구한 것이기 때문에 가맹본부의 책임도 있어요. 그러나 부담은 모두 가맹점이 짊어지고 있죠.” 엄청난 위약금이 두려운 점주들은 점포를 유지하고 결국 가맹점주만 끝없이 적자를 떠안게 된다.

  재계약 거부도 가맹본부가 가맹점을 통제하는 방식 중 하나다. 피자헛 가맹점주들은 가맹본부의 부당한 관리비 부과에 대해 ‘부당이득금 반환 청구소송’을 제기했다. 그러나 피자헛 가맹본부는 도리어 가맹점들을 압박했다. 소송을 취하하지 않으면 재계약을 해주지 않겠다는 것이다. 문상철 회장은 본부가 재계약을 빌미로 가맹점을 압박했다며 분개했다. 가맹점은 5년 동안 운영하면 재계약을, 10년 차가 되면 신규계약을 해야 가맹점을 계속 운영할 수 있다. “가맹본부에서 이를 이용해 소송에 참여하면 재계약을 해줄 수 없다고 했어요. 그래서 갑자기 소송을 취하한 가맹점주도 있었죠.”

  가맹본부가 가맹점주를 상대로 ‘보복 출점’을 한다는 비판도 제기됐다. ‘GS25’ 편의점 가맹본부는 간판을 바꾼 전 가맹점주의 매장 인근에 신규 점포를 연 사실이 드러나 큰 비난을 받았다. 전 가맹점주가 GS25와 재계약을 하지 않자 가맹본부가 바로 앞 점포를 임대해 매장을 낸 것이다. “점포 인근에 신규 편의점이 들어선 데 대해 본부 측에 항의했지만 모두 소용없었어요. 이를 제재할 수 있는 마땅한 법률도 없으니까요” 김복순 회장은 실제로 가맹본부가 보복점포를 내고 있음에도 마땅히 대응할 방도가 없다고 토로했다.
 
  우리의 소원은 ‘상생’
  지난 2013년 남양유업 사태와 ‘편의점주 자살’로 ‘가맹본부 갑질 문제’가 두드러졌다. 이후 가맹점주의 권리 보장을 위해 ‘가맹사업거래의 공정화에 관한 법률(가맹사업법)’이 개정됐다. 개정된 가맹사업법엔 가맹점사업자단체구성권(단체구성권)이 명시돼 가맹점주들이 하나의 목소리를 낼 수 있도록 보장했다.

  하지만 단체구성권이 명시돼도 가맹점주들이 온전히 권리를 행사하기엔 어려움이 따랐다. 김복순 회장은 2013년 편의점 갑질 논란 당시 가맹점주협의회를 구성하고 가맹본부와 교섭을 시도했지만 본부의 방해에 부딪혔다. “당시 가맹본부가 본부에 호의적인 점주들로 또 다른 협의회를 구성했어요. 저희 쪽 가맹점주협의회에서 발행한 인쇄물을 가맹본부 직원이 먼저 회수하는 등 다른 점주들과 저희 쪽 협의회의 교류를 차단했죠.” 가맹본부에서 가맹점주들 간의 연대를 막으려는 시도가 빈번하게 일어났던 것이다.

  하지만 단체가 구성된다고 해도 제대로 된 교섭이 이뤄지긴 어렵다. 가맹본부가 협의회와의 대화를 거부할 경우 이를 처벌할 수 있는 마땅한 수단이 없기 때문이다. 김태훈 사무국장은 가맹점주들에게 실질적인 교섭권이 없음을 지적했다. “단체구성권은 가맹본부와의 교섭을 위해 존재하는 반면, 가맹본부가 협상을 거부했을 때 패널티를 주는 규정이 없어요. 그렇기 때문에 실질적으로 단체구성권은 무용지물이죠.”

  인터뷰를 진행한 다수의 가맹점주는 지금까지 공정거래위원회(공정위)의 보호를 받지 못해왔다며 같은 목소리를 냈다. “프랜차이즈 갑질 문제를 제대로 해결하려 했는지도 의문이 들어요. 그동안 공정위는 불공정 피해에 늦장 대응을 하거나 ‘재벌 봐주기 식’의 솜방망이 처벌을 하는 경우가 대부분이었거든요.” 가맹점주들이 본부의 갑질에 대한 불만을 호소할 수 있는 창구는 공정위밖에 없지만, 공정위는 프랜차이즈의 착취 구조를 해결해야 하는 주체로서 제 역할을 하지 못하고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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