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진 김정준 기자
“신문사 사람들이 지금도 오래된 친구로 남아있어요.
신문사를 뺀 대학 생활은 상상할 수가 없죠”
 
10년 가까이의 세월을 중대신문과 함께 한 최영진 교수(정치국제학과). 그는 대학언론탄압이 심했던 1980년대에 신문편집 자주권을 되찾은 주역이다. 임기만료 이후에도 대학원신문에 타블로이드판을 처음 도입하고 교수신문을 창간했다. 그 시절 중대신문 이야기를 들려주는 그의 눈에는 여전히 기자의 열정이 담겨있었다.

  -중대신문에 처음 들어온 날을 기억하시나요.
  “중대신문 입사시험을 치르던 날의 기억이 지금도 생생해요. 친구와 술 한잔하다가 갑자기 오늘 중대신문 입사시험이 있다는 사실이 떠올랐죠. 서둘러 시험을 보러 갔지만 결국 살짝 늦게 도착했어요. 들어가 보니 시험장에 정치외교학과 학생이 반절이나 와있더군요. 경쟁률이 15대 1이었다는데, 그때 시험에 떨어진 과 동기들과는 졸업할 때까지 사이가 안 좋았어요.(웃음)”
 
  -교수님의 신문기자 생활이 어땠는지 궁금해요.
  “일주일 내내 취재하러 다니고 기사 쓰기 바빴죠. 수업에 잘 안 들어가서 학사경고를 받기도 했어요. 신문사 들어오기 전에는 그래도 학점이 3점대였어요. 들어오고 나서부터 1점대의 학점을 받게 됐죠. 그 점수대를 3학년 때까지 쭉 유지했어요. 그래도 아무 상관없다고 생각했어요. 그만큼 열정적이었죠.”
 
  -가장 기억에 남는 기사를 하나 꼽자면 뭔가요.
  “‘중앙 안테나’라는 편집장 칼럼을 처음으로 쓸 때가 기억에 남네요. 힘들었거든요. 새 학기를 맞아 새로운 편집장을 임명하면 그 사람이 칼럼을 써야 해요. 그런데 선배들이 마감 직전까지 누가 편집장이 됐는지 알려주지 않았죠. 제가 될 분위기였지만 확실하지 않아서 쓸지 말지 고민이 많았어요. 결국 써놨지만.(웃음) 그때 칼럼 제목이 ‘이성이 숨 쉬는 사회’였어요. 이성적 사유를 방해하는 군부정권의 통치체제를 은유적으로 비판한 글이에요. 정부 비판적인 글을 금지하는 분위기라 주간 교수가 이성이 어떻게 숨을 쉬냐고 한소리 했죠.”
 
  -그 당시 언론이 군부정권 하에서 많은 억압을 받았던 걸로 알고 있어요.
  “제가 수습기자 생활을 시작했던 당시가 1981년인데, 언론 검열이 무척 심했어요. 편집권이 학생에게 있지 않았거든요. 편집국장과 주간교수가 학생 기자를 통제하는 시스템이었죠. 많은 기자들이 언론의 자주권을 확보하기 위해 노력했지만 상황이 좋아지지 않았어요. 정부를 비판하는 기사는 당연히 삭제됐고 여러 시위들이 있었지만 번번이 실패했죠. 잇따른 실패로 신문사로부터 해고당하거나 떠나는 사람이 많았어요.”
 
  -그런데 학생들이 어떻게 편집권을 갖게 됐나요.
  “신문사 임기를 마치고 군대에 갔다 오니 후배들이 언론 자유화 운동을 준비하고 있었어요. 정부의 유화정책에 따라 대학의 통제가 약간 풀렸거든요. 가장 고참 이었던 제가 이전의 시위들이 실패한 원인을 후배들에게 알려 주면서 운동을 주도하게 됐어요. 결과는 학생의 승리였죠. 중대신문사 사칙 개정 양보권도 얻어냈어요. 신문사를 하면서 쓰라린 추억도 많았지만 그때의 운동은 저에게 ‘승리의 기억’으로 남아있어요.”
 
  -자유화 투쟁 이후 30년이 지난 지금, 중대신문을 보면 어떤 생각이 드시나요.
  “신문사의 암묵적인 규칙 중 하나가 후배들을 가르치려 들지 않는 거예요. 그래서 저도 신문을 일부러 열심히 읽진 않아요. 보다 보면 후배들에게 쓴소리라도 하게 될까봐서요. 대신 후배들이 찾아와 조언을 구하면 반드시 알려줘요.”
 
  -그렇다면 기사 마감을 빨리 끝내는 교수님만의 팁을 알려주실 수 있나요.
  “그런 거 없어요. 다 알잖아요. 데드라인 지키는 사람 아무도 없어요.(웃음) 인쇄가 토요일 오후에 들어간다면 그때까지 기사를 쓰고 있는 거예요. 아마 그 와중에도 제 글이 항상 마지막이었을걸요?”
 
  -인쇄 매체의 영향력이 작아지는 상황에서 중대신문은 어떻게 변화해야 하는지 여쭙고 싶어요.
“매체에는 세상을 변화시키는 힘이 있어야 한다고 생각해요. 단순한 정보전달에 그치지 않고 변화를 이끌어 낼 때, 매체의 힘은 커지는 거죠. 그러기 위해선 기자가 투지를 갖고 학내 문제를 강하게 파고들어야 한다고 생각해요. 비판적 논조를 세우고 적절한 타겟팅을 한 뒤 파고들 필요가 있어요. 하다못해 밥값이나 학식 메뉴, 수강신청 과목 같은 작은 문제에서부터 변화를 이끌어내는 거죠. 이러한 변화가 또 다른 변화를 가져올 거예요. 학교도 변화에 반응할 거고요. 그게 학교를 돕는 일이자 중대신문이 강해지는 방향이라고 말해주고 싶어요.”
 
  -지금 신문을 만들고 있는 기자들에게 한 말씀 부탁드려요.
“글 욕심이 있어야 해요. 글을 쓰고 고치면서 다른 사람들과 토론도 하고 집에 가서 또 쓰는 거죠. 좋은 글을 보면 부러워하고 질투해서 다시 또 열심히 쓰려는 마음이 필요해요. 글을 쓰고 고치는 과정에서 깨닫는 게 많거든요.”
 
  -중대신문을 한 문장으로 표현한다면 뭘까요.
“글쎄요, 오래된 친구라고 말할 수 있지 않을까요. 지금도 만나는 사람 대부분이 신문사 사람들이에요. 아내도 신문사에서 알게 됐고요. 신문사를 통해 만난 사람들이 지금도 오래된 친구로 남아있어요. 그만큼 내 인생에서 신문사를 뺀 대학생활은 상상할 수가 없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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