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자가 한 학기 동안 연재한 ‘캠퍼스를 거닐며’의 첫 기획은 ‘중앙대의 새벽을 여는 사람들’이었습니다. 어둑한 새벽 학교에 나와 청소해주시는 미화원님이 떠오르지 않나요? 마침 이른 아침부터 나와 계시는 미화원님을 만나 인터뷰를 요청했던 기억이 있습니다. 감사한 마음을 전하고 싶어 신문이 나오자마자 미화원님이 계시다는 휴게 공간을 찾았습니다. 그리고 그곳을 보고 놀랄 수밖에 없었죠. 미화원님의 책상이 310관 지하 3층 주차장 한구석 분리수거장 안에 있었기 때문입니다.

  미화원이 어느 곳에서 쉬는지 모르더라도 직접적인 문제가 생기는 사람은 없을 것입니다. 대부분의 사람들에게는 몰라도 되는 문제일 뿐이죠. 세상엔 이처럼 나에게 영향을 미치지 않는 남들의 이야기, ‘몰라도 되는’ 문제가 참 많습니다. 광역화 모집으로 인해 갑자기 전공이 바뀐 학생의 사정, 안성캠 여학생이 밤길을 걸으며 겪었을 공포심…. 어쩌면 신문은 몰라도 되는 문제들 투성이 일지도 모르겠네요.
 
  한 캠퍼스를 공유한다는 것은 가까운 거리에서 지낸다는 것을 의미합니다. 그런데 우리 정말 가깝나요? 안성캠 여학생의 공포심을 몰라도 되는 당신은 캠퍼스에서 여학생을 지웠습니다. 광역화 모집과 관련없는 당신은 광역화 모집으로 방황하고 있는 학생들을 지웠네요. 비정규직 노동자의 고용 상황을 굳이 알 필요 없는 당신은 캠퍼스에서 그들을 지웠습니다. 당신은 가까운 사람이 참 많이도 지워진 캠퍼스를 거닙니다. 그런데 그거 아시나요? 누군가의 캠퍼스에선 당신도 지워진 사람일 수 있다는 거요.
 
  지난호에서 기자는 학생들의 이름을 외워주시는 기숙사 방호원님을 만났습니다. 작은 수첩에 학생들의 이름을 다 적어두시고는 기억해주셨죠. 물론 방호원의 업무는 기숙사를 지키는 것이고 학생들의 이름을 외우지 않아도 기숙사는 여전히 안전합니다. ‘냥침반’ 회장과의 인터뷰도 기억에 남습니다. 인간 때문에 고양이가 받았을 피해를 누군가는 보상해줘야 한다며 고양이들의 밥을 매일 챙기고 있죠. 방호원님의 캠퍼스에는 기숙사의 학생들이, 냥침반 회장의 캠퍼스에는 길고양이들이 지워지지 않고 남아있네요.
 
  ‘캠퍼스를 거닐며’는 지나가는 아무나를 인터뷰하는 게릴라 인터뷰를 지향합니다. 버스 기사 아저씨, 캠퍼스 내 학생들, 학교 주변 지역상인 등 말 그대로 일반인을 인터뷰하죠. 왜 일반인을 인터뷰할까요? 기자는 그 답이 ‘일반적인’ 일반인은 없기 때문이라고 생각합니다. 모두가 똑같이 특별합니다. 황정은 소설가의 말처럼, 아무도 아닌 것이 아무것도 아닌 것은 아닙니다.
 
  기자는 특별한 당신이 지워지지 않은 캠퍼스를 거닐고 싶습니다. 당신의 캠퍼스에도 기자가 지워지지 않고 남아있길 바랍니다. 나와 관련이 없다는 이유로 하나 둘 사람을 지워나간다면 결국 우리는 아무도 남지 않은 캠퍼스를 거닐게 되겠죠. 몰라도 되는 문제들이 가득한 신문 중 특히 ‘굳이 알지 않아도 되는 이야기’를 담은 지면. ‘캠퍼스를 거닐며’는 가깝지만 잊혀진 사람들을 다시 그려주는 지면이 아니었을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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