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학본부를 바라보는 학생들의 시선은 냉랭하다. ‘2017 제20회 중앙인 의식조사 결과’ 대학본부 만족도는 평균 0.15점(최하 -5, 최고 5)에 머물렀다. 전공개방 모집제도(-0.80), 학사 및 성적관리 시스템(-0.02), 캠퍼스 간 균형 발전(-1.26), 의사결정 과정의 투명성(-0.96) 등 개별 정책에는 마이너스 점수를 주면서 불만족을 드러냈다.
 
  각 정책에 최하점을 준 학생들의 비율도 비교적 높다. 학사 및 성적관리 시스템을 제외한 모든 분야의 정책에서 최하점(-5)을 준 학생은 보통(0점) 다음으로 가장 많은 비율을 차지했다. 각 분야별로 최하점을 준 학생의 비율은 전공개방 모집제도가 약 13.5%(172명), 캠퍼스 간 균형발전이 약 15.5%(198명), 의사결정 과정의 투명성이 약 11.9%(152명)이었다. 최고점(5점)을 준 학생의 비율이 각각 약 1.1%(14명), 약 0.9%(11명), 약 0.6%(8명)에 불과했다는 점과는 대조적이다. 여론이 긍정적 이슈보다 부정적 이슈에 더 민감하게 반응한다고 해도 대학본부가 반드시 인식해야 할 점이다.
 
  이러한 결과는 소프트웨어학부 개설, 전공개방 모집제도 등 올해 시행된 학사구조개편 과정에서 소통문제가 연이어 지적됐기 때문으로 보인다. 학사구조개편 과정에 문제없었다는 의견이 약 6.6%(84명)에 그쳤다는 것이 이를 설명해준다. 반면 학사구조개편 과정에 문제가 있다고 응답한 학생은 약 43.3%(553명)이었다.
 
  이러한 불만과 불신을 해소할 답은 이미 나와 있다. 진정성 있는 소통이다. 구성원들은 하향식 의사결정 구조와 표면적인 소통을 원하지 않는다. 실제로 학생들은 중앙대의 향후 발전 방향으로 ‘대학본부와의 수평적 의사소통’(약 35.6%, 454명)과 ‘단과대학의 자율권 보장’(약 31.9%, 408명)을 답했다.
 
  대학본부도 이를 모르진 않는다. 소프트웨어학부 개설 이후 전공개방 모집제도에서도 소통 문제가 지적되자 총장단은 이에 유감을 표명하고 대학구성원과 함께 제도를 완성해가는 문화 정착에 노력하겠다고 입장을 밝혔다. 하지만 아직 총장단의 의지는 새로운 제도로 나타나고 있지 않다. 새로운 문화가 정착하기 위해선 그에 맞는 제도가 필요하다. 중앙대도 구성원 간의 진정한 소통과 상향식 발전 방향을 원한다면 그에 맞는 제도가 필요하다. 현재의 의사결정 제도에서는 각 구성원의 의견을 모두 담기 어렵다. 특히 학생단위는 의사결정에 끼칠 수 있는 영향력이 매우 제한적이다.
 
  학생, 교수, 직원, 대학본부 모두가 대학 운영과 발전에 목소리를 내고 이를 수용할 수 있는 제도가 마련되어야 한다. 수평적 의사소통과 상향식 의사결정 구조는 시대정신이다. 중앙대도 여기서 벗어날 수 없다. 개교 100주년을 기념하고 새로운 100년을 준비하는 지금이야말로 중앙대가 시대정신에 맞춰 변화할 적기다. 더는 소통문제로 구성원 간의 불신을 양산하지 않기 위해서라도 반드시 해야 할 일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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