4차 산업혁명의 시대가 도래했다. 새로운 혁신 시대의 핵심 기술은 바로 인공지능이다. 그 인공지능이 언론의 세계에 들어왔다. 로봇은 언론에 어떤 변화를 가져올 것인가. 그가 만들어갈 세상은 어떤 모습일까. 관련 전문가를 만나 로봇 저널리즘의 미래를 그려봤다.
 
  로봇 저널리즘, 그 양날의 검
  로봇 저널리즘은 뉴스의 생산과 유통 부문에 큰 변화를 일으킬 것이라 예상된다. 먼저 뉴스의 생산 과정에서 로봇 저널리즘의 활약이 두드러진다. 대용량 데이터를 빠르고 정확하게 처리하는 작업을 로봇 저널리즘은 매우 효과적으로 수행할 수 있기 때문이다. 
 
  최진순 교수(건국대 언론홍보대학원 겸임교수)는 로봇 저널리즘의 실용성을 강조했다. “인공지능(AI)이 이끄는 저널리즘은 신속성, 정확성, 체계성에서 인간이 관장하는 뉴스 생산 과정을 앞설 것으로 예상해요. 특히 정확한 수치를 근거로 한 데이터 기반 보도환경에서 로봇의 활용성은 크죠.” 
 
  로봇 저널리즘의 활용성은 데이터 저널리즘 분야가 대표적이다. 특히 초기 경보가 중요한 재난 상황이나 속보가 중요한 스포츠 기사에서 로봇 저널리즘의 활약이 두드러진다. 나아가 반복 정보, 수치 기반 정보를 다루는 증권 시황 기사와 기상예보 등에도 로봇 저널리즘 개발이 활발히 진행 중이다.
 
  로봇 저널리즘은 또한 최적화된 유통 서비스를 선도할 전망이다. 뉴스 분야에서도 체계적인 개인 맞춤형 서비스를 제공할 수 있게 되는 것이다. 고객의 선호, 관심, 행동 패턴을 분석해서 고객이 관심을 둘만한 기사에 대한 알림 서비스와 우선 제공 서비스 등을 통해 기사에 대한 접근성을 높인다. 
 
  이외에도 로봇 저널리즘은 기사의 사실을 확인하는 ‘팩트체크’와 외신 번역, 녹취록 작업 등에도 도움을 줄 수 있다. 기자들을 단순 작업에서 해방함으로써 기자들이 더 가치 있는 일에 시간과 노력을 할애할 수 있도록 지원한다.
 
  그러나 로봇 저널리즘은 그것이 일으킬 수 있는 문제와 한계가 명확하다. 해킹 위험은 물론이며 조작된 선전으로 정보 왜곡을 초래할 수도 있다. 실제로 이용자들과 대화하며 학습하는 인공지능 채팅 프로그램인 구글의 챗봇 ‘테이’가 미국의 극우주의자들에 의한 지속적인 세뇌로 인종차별 발언을 해 논란이 되기도 했다. 현재 테이는 서비스가 중단된 상황이다. 이는 무차별적으로 정보를 수용하는 로봇 저널리즘이 악용될 여지가 있다는 것을 시사한다.
 
  전문가들도 이를 경계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김재호 기자(교수신문 과학전문기자)는 “모든 인간이 선할 수 없듯 인공지능 기술도 동전의 양면성을 갖고 있어요. 로봇 저널리즘에 과하게 의존하면 선정적이거나 비도덕적인 기사를 과도하게 취재·보도하는 황색 언론(Yellow Journalism)으로 타락할 수 있죠”라고 말했다.
 
  로봇 저널리즘이 묻습니다
  로봇 저널리즘은 기사의 객관성을 확보하는 데 도움을 줄 수 있다. 특정 집단이나 개인의 이해관계에 따른 결정이 아닌 로봇이 파악한 데이터를 기반으로 기사를 작성, 발행하기 때문이다.
 
  하지만 이러한 장점은 새로운 의문을 낳는다. 그렇다면 더욱 강력한 힘을 쥐게 된 기자 로봇을 설계하는 기술자는 누가 통제해야 하는가. 현재로선 의도적으로 구성된 알고리즘에 따라 로봇 저널리즘이 특정 집단의 이익추구에 이용될 가능성이 여전한 상황이다. 구글의 테이와 같이 정치·경제·사회적으로 계산된 선전 때문에 로봇 저널리즘이 오염될 수 있다. 이는 오히려 로봇 저널리즘의 객관성에 의문을 제기한다.
 
  또한 기사의 윤리성 문제도 풀어내야 할 과제다. 로봇이 작성한 기사가 오보일 경우 그 책임의 소재가 불명확하기 때문이다. 현행법에선 ‘편파·허위·과장 보도를 하거나 잘못된 사실을 보도할 경우 정정보도청구권이나 반론보도청구권이 있고 손해배상을 청구할 수도 있다’고 규정하고 있다. 하지만 로봇기자가 작성한 기사는 그 책임 소재를 명확히 가르기가 쉽지 않다.
 
  ‘미디어는 메시지다’고 마샬 맥루한은 말했다. 그는 한 사회에서 지배적으로 사용되는 매체의 특성이 사회 구성원의 생각과 행동 방식을 결정한다고 주장했다. 이러한 그의 매체 결정론적 주장은 로봇 저널리즘의 위험성을 지적할 때 근거로 사용되기도 한다. 같은 맥락에서 한국경제신문 유병연 차장은 독자의 해석 능력이 중요하다고 강조했다. “로봇 저널리즘이 본격화된다면 독자들의 미디어 소화 능력이 더욱 중요해질 거예요. 교육을 통해 이런 능력을 기르지 않으면 인공지능에 종속될 위험도 배제할 수 없죠.”
 
  이와 함께 로봇 저널리즘의 선별적 뉴스 보도는 ‘확증 편향’의 부작용을 낳을 위험이 있다. 확증 편향은 원래 가지고 있는 생각이나 신념에 따라 정보를 선별적으로 수용하는 것이다. 이러한 측면에서 로봇 저널리즘의 개인 맞춤형 서비스는 이용자의 확증 편향을 심화시킨다고도 볼 수 있다.
 
  미래 인간기자가 설 자리는?
  딥마인드 인공지능 알파고가 이세돌 바둑 기사에게 2대 1로 승리했다. 최근 세계 바둑 1위 커제와의 경기에서도 압승을 거뒀다. 알파고를 필두로 한 인공지능의 발전은 일종의 공포로서 우리에게 다가오기도 한다. 걷잡을 수 없는 기술의 발전은 인류가 설 자리가 없어질 것이라는 두려움을 야기한다. 2016년에 발간된 ‘유엔 미래보고서 2045’에선 30년 후 인공지능이 인간을 대신할 직업으로 의사, 변호사 등과 함께 기자를 선정했다. 로봇 저널리즘은 단순 업무의 대체를 넘어서 기자의 영역까지 삼켜버릴까.
 
  최진순 교수는 미래엔 얼마나 기술을 잘 이해하고 활용하느냐가 기자의 능력을 판가름하는 기준이 될 것이라고 예견했다. “기자의 노동은 기술에 대한 이해와 숙련도를 기반으로 할 거예요. 연구 개발 부서가 신설되거나 관련 부문의 인재확보가 중요해지겠죠. 예를 들면 알고리즘을 제작하거나 조작할 수 있는 과학자와 기술자의 영역이 저널리즘으로 진출할 수 있는 거죠. 미래 기자들은 동료 기자가 아닌 로봇과 상의하고 일하는 시간이 늘어날 거예요.”
 
  김재호 기자는 인간기자는 뉴스의 품질을 평가하고, 해석과 판단의 역할을 주로 수행할 것이라고 말했다. 맥락 파악, 관점 제시, 시리즈 기사 발굴, 고발 등의 영역에선 인간기자가 필수적이라는 것이다. 데이터 분석은 로봇 저널리즘에 넘기되 데이터 분석을 기반으로 한 의미 분석 기사는 오롯이 인간기자의 업무가 될 것이라는 예견이다. "인공지능이 인간의 해석 능력과 판단 능력까지 대체하긴 힘들기 때문이죠.”
 
  같은 맥락에서 로봇 저널리즘의 도입이 저널리즘 원칙의 소멸을 의미하지는 않는다. 최진순 교수는 “시장 가치만 추구하는 것이 아니라 권력에 대한 감시와 비판, 공익을 추구하려는 기자의 직업적 소명은 사라지지 않을 거예요. 이러한 윤리적 책임의식은 결코 인공지능이 대체할 수 없는 가치죠”라고 말했다. 
 
  그는 또한 새로운 협력 저널리즘의 패러다임이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기존의 엘리트주의를 내세우는 닫힌 기자가 아닌 집단지성의 잠재력을 활용할 줄 아는 열린 기자가 돼야 해요.”  효율성을 최고의 가치로 내세우는 로봇과 달리 인간은 협력과 소통의 가치를 실천할 수 있다. 생산자와 소비자의 경계가 허물어진 개방된 디지털 미디어 환경에서 이는 더욱 중요해지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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