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주 ‘캠퍼스를 거닐며’에서는 나를 위해 보내는 시간에 대해 이야기를 나눠보았습니다. 한편 우리들은 남을 위해선 어떤 시간들을 보내고 있을까요? 캠퍼스에서 함께 살아가는 우리가 서로를 마주하는 방법을 살펴봅시다.

"제가 드릴 수 있을 거라는 생각에 시작했어요"

 
안유선 학생(광고홍보학과 3)
 
  “학교 다니면서 해왔던 다른 학과 활동이나 학회 활동들은 제가 얻어가는 활동들이에요. 그런데 학사 도우미 같은 경우는 학교 다니면서 거의 유일하게 제가 무언가를 해드릴 수 있는 활동이라고 생각했어요. 벌써 두 학기 째 하고 있습니다.”

  -학사 도우미는 어떤 일을 하나요?
 
  “유학생 언니, 오빠들의 고민이 짐작되는 것보다 훨씬 많아요. 학과 활동을 잘하고 계시다고 생각했던 언니, 오빠들도 많은 어려움을 겪고 계시더라고요. 사소한 예로, 교수님들의 빠른 수업 속도가 이분들에겐 어려움이 될 수 있어요. 이러한 고민들을 함께 나누고 적응을 도와드리는 일을 하죠.”
 
  -가장 마음이 쓰였던 어려움은 무엇이었나요?
 
  “어느 유학생 언니가 저에게 한 번은 이런 질문을 한 적이 있어요. ‘팀플 할 때 어떻게 해야 한국인들이 좋아할까?’라고요. 저는 그 질문이 너무 충격적이었어요. 한국인들은 팀플 과제를 할 때 나름 배려한다고 다른 유학생분들을 제외하고 한국인들끼리 하는 경우가 많잖아요. 그분들에게는 이런 배려가 죄책감이 되어 돌아가고 있었던 거죠.”

  -앗, 저도 그런 경험이 많은데 돌아보게 되네요.
 
  “저도 그 이야기를 듣고 너무 죄송했고 제가 다른 사람의 입장을 함부로 판단하고 있었다는 생각을 했어요. 그래서 이후에는 팀플을 할 때 유학생분들이 계시면 그 분들이 할 수 있는 과제들을 알려드리고 같이 하려고 해요.”

  -활동을 한 학기 더 하시게 된 이유는 뭐예요?
 
  “우선 장학금을 줘요. 하지만 주된 이유라곤 할 수 없어요. 만약에 힘들거나 재미가 없었다면 다시 하진 않았을 거예요.(웃음) 유학생 언니, 오빠들과 친해질 기회였다는 게 제일 큰 이유에요. 그리고 처음에는 제가 도와드릴 수 있는 게 많을 거라고 생각했는데 오히려 제가 받는 게 더 많더라고요.”

  -무엇을 받게 되셨어요?
 
  “우선은 중국어를 좀 배웠어요. 그리고 유학생이 겪는 외로움이나 낯선 환경을 생각해볼 기회가 없었는데 생각하게 됐어요. 또 그분들 과제를 도와드리기 위해 자료를 같이 찾아드릴 때도 있거든요. 그 덕에 제 공부도 더 많이 하게 됐죠. 아, 얼마 전에는 유학생 친구가 중국에서 유명한 맛있는 반찬거리도 선물해줬어요.(웃음)”
 
 
 

"동물이 좋아서 하는 활동은 아니고 책임감이에요"

 
'냥침반' 김하얀 회장(중국어문학전공 3)
 
  “캠퍼스 환경의 99%를 사람이 차지하며 살아가고 있어요. 나머지 1%에는 다른 동물들이 살아가고 있죠. 그 친구들의 생명 활동을 최소한이라도 보장해주고 싶어요.”
 
  -동물을 정말 좋아하시나 봐요.
 
  “단순히 동물이 좋아서는 아니고 의무라는 생각이 들어서 책임감에 하는 거예요.”
 
  -의무와 책임감이요?
 
  “동물들이 사람들 때문에 받는 피해에 대한 책임감이요. 처음부터 이 자리에 중앙대가 있었던 게 아니잖아요. 나중에 학교라는 건물이 들어서고 개발을 하게 된 거죠. 그러면서 여기 살던 동물들이 뺏긴 게 분명히 있을 거란 말이에요. 그 전보다 훨씬 살기 힘든 환경에 내몰렸을 수도 있고요. 그 피해들을 누군가는 보상을 해줘야 하는 게 당연하다고 생각했어요.”

  -매일 고양이의 밥을 챙겨주고 건강을 관리해주시는 일이 힘들진 않으세요?
 
  “저희 동아리원들이 돌아가면서 챙겨줘서 번거롭진 않아요. 다만 ‘캣맘’ 활동을 향한 부정적인 시선이 힘들어요. 가끔 밥그릇이랑 물통을 엎어놓으시는 분들도 계시거든요. 의견 차이가 있기 때문에 설득이 어려워요. 학교에서 허락을 맡은 활동이라고 이야기를 드려도 안 좋아하시는 분이 많아요. 그럴 때 힘이 들죠.”
 
  -사실 동물들의 문제까지 관심 두긴 쉽지 않죠.
 
  “맞아요. 몰라도 되는 문제죠. 하지만 누군가는 해야 할 일이잖아요. 만약 아무도 고양이의 밥을 주지 않고 중성화 수술을 시켜주지 않는다면 어떻게 될까요? 고양이들은 쓰레기통을 뒤져 먹을거리를 찾을 거고, 밤마다 울겠죠. 꼭 공생의 차원이 아니더라도 현실적인 문제들을 해결할 주체는 필요해요. 아무도 하지 않을 거라면 관심 있는 사람들이 모여 자발적으로 해보자는 거죠.”
 
  -동물에 대한 관심에서 시작한 활동이 하얀씨께 미친 영향이 있을까요?
 
  “네. 기본적인 생명 활동의 보장을 고민하면서 동물뿐만 아니라 사람의 기본권까지 생각해보게 됐어요. 그러다 보니 사회적 약자에 관해 관심이 생겼죠. 예를 들면 장애인분들이요. 그분들의 입장에서 한 번 더 생각해보는 계기가 됐어요.”
 

"학생들은 다 착해 

그리고 역시 웃는 모습이 예쁘고"

 
308관(블루미르홀) 김영호 방호원님
 
  “한솔 학생 왔어?”
 
  -헉, 제 이름을 아세요?
 
  “어제 문자 보내줬잖아. 그러면 알지.(웃음) 친구들이 기숙사 벌점 상쇄한다고 장부에 이름 쓰면 외우기도 하고 그래.”
 
  -이름을 일부러 외우세요?
 
  “연상하면 쉬워. 나만의 비법인데 연예인들을 떠올리면서 외워. 수학과에 현정이라는 친구가 있어. 현정이 이름을 외울 때는 가수 김현정을 떠올리고, 배우 서우도 있잖아. 서우라는 학생도 있었고.”
 
  -제 이름도 외워주시다니 정말 감동이에요.
 
  “사실 근무하는 입장에서 학생들이랑 더 친해질 의무는 없어. 우리 일 중에 기본이자 가장 중요한 업무는 학생들이 안전할 수 있게 이 자리에서 지키는 거니까. 그런데 그냥 측은한 마음이 들어.”
 
  -그렇게 마음이 쓰이시는 이유는 뭘까요?
 
  “사회에는 안 좋은 사람들도 많거든. 그런데 학생들은 사회에 있는 사람들이랑 달라. 다 착해. 그리고 사회에서는 마음이 맞지 않는 사람이랑 가까워질 기회가 없잖아. 학교에서는 한 사람, 한 사람을 오래 볼 수 있지. 한결같은 모습을 보여주면 결국엔 마음을 열더라고. 얼굴을 찌뿌둥하게 하고 다니다가도 나중엔 표정이 바뀌어. 그러면 역시 웃는 모습이 예쁘다고 속으로 생각하지.”
 
  -다른 사람을 대하는 게 익숙하신가봐요.
 
  “원래 남성복 판매했었거든. 꽤 오랫동안 말이야. 사람과 사람을 이어주고 사이를 풀어주는 일을 20년 이상 한 거야. 다른 사람을 대하는 데 있어서는 이 경험들을 따라 올 수 없을 거야.”
 
  -학생들이랑 정도 많이 드셨겠어요.
 
  “기숙사에 있다 보니까 외국에서 온 학생들을 특히 많이 만났어. 그런데 정들었다 싶으면 헤어져야 해. 시간이 지나면 자기 나라로 돌아가야 하니까. 친구들이 중앙대를 떠날 때면 사진을 한 장 찍자고 해. 아쉬운 마음은 사진을 보며 추억하지.”
 
  -스치는 인연이 될 수도 있는 학생들에게 잘해주시는 이유는 뭔가요?
 
  “가장 큰 이유는 딸에 대한 사랑이야. 딸이 2015년 2월에 대학에 입학했어. 나도 그때부터 생활관 방호원 일을 시작했지. 딸이랑 나랑 같이 15학번인 거야. 그래서 그런지 학생들을 보면 우리 딸같지.”
 
  -기억나시는 최근의 인연이 있다면요?
 
  “게스트하우스에서 지내는 중국인 교수님 아이가 세 살이야. 한 번도 웃지 않다가 6개월 만에 처음으로 웃었어. 어린 아이들은 그림도 그려주고 표정도 지어주고 하면 곧잘 웃는데 그 아이는 잘 안 웃더라고. 그러다 얼마 전에 그 친구가 먼저 인사해줬어.(웃음)”
 
  -유난히 마음이 쓰이는 학생도 있나요?
 
  “아니. 그저 똑같이 다 예뻐. 다 똑같아 나한테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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