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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음이 아픈 당신만을 위한 처방전
김풀잎 김예령 기자  |  leaf@cauon.ne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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승인 2017.05.29  17:41:0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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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난 지금 행복해 그래서 불안해’ 밴드 혁오는 자신의 20대를 모순된 마음으로 묘사합니다. 찬란하게 빛나야 할 젊은 순간에 불안은 떼어낼 수 없는 존재로 함께합니다. 그래서인지 많은 대학생이 그의 노래에 공감을 표하며 위로를 받기도 했죠. 하지만 불안과 우울의 정도가 깊다면 좋은 노랫말로는 해결되기 어렵습니다. 자신의 마음을 돌아볼 새 없어 어떻게 다뤄야 할지도 모른다면 마음의 통증은 더욱 거세지기만 할 테니까요. 불안과 우울로 아픈 마음을 지니고도 혼자서 끙끙 앓고 있는 당신을 위해 정신건강의학과 교수님의 진단과 마음을 그려낸 콘텐츠를 처방해드립니다.
 
 
   
 
 
불안한 청춘 진단하기
최근 유명 연예인이 불안장애를 앓고 있다는 소식이 미디어에서 종종 들린다. 방송인 정형돈 씨는 ‘내 옆에 있는 사람들이 나를 이유 없이 찌를 것 같다’며 불안장애를 고백한 바 있다. 불안장애는 이유 없는 두려움과 병적인 불안으로 일상생활에 지장을 주는 정신질환이다. 극단적인 경우로 생각되지만 불안장애 환자 수는 날이 갈수록 증가하고 있고 그중 대다수가 20대다. 불확실성으로 가득한 20대의 삶에서 불안은 필연일지도 모르겠다. 실제로 사연 제보, 각종 커뮤니티 등을 통해 중대신문이 만난 다수의 20대가 불안장애 증상을 호소했다.

  불안장애는 특정 공포증, 강박장애, 사회 공포증, 범불안장애, 공황장애 등의 증상으로 나타난다. 그러나 사연 속 주인공들은 해당 증상을 호소하면서도 스스로를 불안장애라고 인식하지 못한 채 어찌할 바를 모르겠다고 말했다. 불안으로 가득 찬 마음은 어떻게 다뤄져야 할까. 20대가 직접 겪고 있는 실제 사례에 대해 중앙대병원 김선미 교수(정신건강의학과)의 소견을 들어봤다.
 
 
   
 
  이유 없는 공포심: 특정 공포증
  2014년도부터 갑자기 죽음과 추락에 대한 공포가 심해졌어요. 비행기를 10시간 이상 타도 아무렇지 않았는데 언제부턴가 짧은 비행에도 불안하고 계속 떨어지는 상상을 하게 돼요. 높아서 무서운 게 아니고 정말 죽을 것 같아요. 그리고 제가 엠티에 갔을 때 할머니가 돌아가신 적이 있어요. 그 이후 엠티 전날마다 가족이 어떻게 될까 봐 너무 불안하더라고요. 제 의지대로 감정이 정리되지 않는 것 같아요.

  “학생은 죽음이 언제 어떤 방식으로 찾아올지에 대해 임의로 상황을 설정하고 미리 두려워하고 있어요. 추락과 엠티 전날을 죽음과 연관 지어 잘못 가정하고 있기 때문에 그 상황이 특히 더 두렵고 피하고 싶은 게 아닐까요. 비합리적 가정은 엠티 전날에 할머니가 돌아가신 직접적 경험과 비행기 추락에 대한 뉴스를 접하는 간접적 경험에 의해 만들어졌겠죠.

  스스로도 그런 일은 일어나지 않을 것을 알고 있을 거예요. 하지만 충격적인 경험으로 논리적 사고보다 정서 반응이 먼저 일어나 발생하지 않은 일에 두려움을 느끼는 것이 문제입니다. 우선 본인도 모르게 마음에 새긴 ‘비논리적인’ 공포를 인식해야 해요. 이후에는 엠티나 비행기를 타고 간 여행에서 안전하게 돌아오는 경험을 반복적으로 겪으면 스스로를 안심시키는 데 도움이 될 거에요.”
 
  
   
 
스스로를 짓누르는 사고와 행동: 강박장애
  저는 대외활동이나 동아리, 자격증 같은 스펙을 강박적으로 쌓으려 해요. 무엇이든 하지 않으면 스스로 너무 불안하죠. 취업이 힘든 인문대의 현실과 여의치 않은 집안 사정 때문에 취업에 대한 걱정이 큰 것도 있어요. 사람들은 아직 1학년이 뭘 벌써 그러냐며 괜찮다고들 하지만 이 불안감은 가시질 않네요.

  어릴 적부터 스스로가 착하지 않다고 생각했어요. 그래서 늘 스스로에게 착한 사람이 돼야 한다고 다그쳤죠. 이제는 그게 강박관념이 된 것 같아요. 착하지 않은 저도 싫고 착해지려는 저도 싫어요. 스스로가 이중인격자처럼 느껴지거든요. 그저 좋은 사람이 되고 싶어서 착하다고 생각하는 누군가를 억지로 흉내 내는 껍데기 같죠.

  “두 분 모두 강박장애의 모습을 보이네요. ‘스펙이 높지 않으면 실패한 인생이 될 거야’, ‘항상 누군가에게 친절해야 해’라는 생각처럼 모든 상황을 이분법적으로 정의하는 것이 강박의 원인인 것 같아요. 물론 스펙이 높거나 친절하면 더 나은 이점을 얻을 수 있겠죠. 그러나 인간과 삶은 직업적 성공과 실패나 선과 악같이 하나의 잣대로 이해할 수 있는 게 아니에요. 흑백논리로 모든 걸 이해하려 하면 위화감과 불안감만 심화될 뿐이죠. 우선 이분법적 사고를 버리고 흑과 백의 사이인 ‘회색지대’의 가치를 인정해보세요. 다음으로는 내가 통제할 수 없는 부분이 있다는 사실을 받아들여야 하죠. 직업의 성패와 대인관계는 본인의 의지와 노력 이외에도 많은 요소가 작용해요. 정해진 결론이 있을 수 없는 이유죠. 우린 삶 속의 불확실성을 인정해야 합니다. 스스로를 다그치면 반드시 좋은 결과가 올 것이라는 믿음을 버려야만 비로소 마음이 자유로워질 수 있을 거예요.”

  
   
 
늘 외롭고 늘 혼자다: 대인공포증
  전과와 복학으로 인해 학교를 혼자 다니는 게 너무 힘들어요. 7년 동안 알고 지낸 동네 친구들한테 의지하고 있는데 그 친구들마저 절 떠날까 봐 너무 불안해요. 친구들이 저의 결점이나 과거에 잘못한 일로 절 싫어할 것만 같아요. 어렸을 때 왕따를 당한 적이 있거든요. 그런 생각만 하면 식은땀이 나고 잠에 들 수 없죠. 친구들은 항상 같이 있어 주겠다 말해줘요. 제 이성적 판단 또한 친구들을 믿으라고 하지만 늘 불안감이 대인관계의 마지막 장벽을 쳐놓죠.

  “왕따 경험에 의해 학습된 공포반응이 지금의 대인관계에도 작용하고 있군요. 관계를 유지하고 싶어 하는 마음은 정서적이거나 실질적인 도움을 받는 것에서 비롯돼요. 그 반대의 경우도 마찬가지죠. 본인이 친구들에게 어떤 도움을 주고 있는지를 찾아보세요. 작은 것이어도 좋아요. 가령 친구의 이야기를 경청하거나 과제를 도와주는 거죠. 그동안 본인도 모르는 새에 친구들에게 도움을 주고 있었을 거예요. 스스로 찾아보고 모르겠다면 친구한테 물어봐도 좋아요. 찾기 어렵다면 이 기회에 친구에게 도움을 주면 되겠죠. 서로에게 도움이 되는 존재라는 확신은 대인관계에서의 자신감을 높여줄 겁니다.”
 
  
   
 
세상 앞에 설 내가 두려워: 사회불안장애
  대학에 와서 발표하는 게 심각하게 두려워졌어요. 별일 아니라고 생각해도 막상 시작하면 발표 내내 손이 떨리고 심장이 미친 듯이 뛰어요. 발표할 차례가 오기 전에 애써 마음을 차분히 다스려도 강단에 서서 많은 사람들의 눈과 마주치는 순간 땀이 비 오듯 흐르죠. 발표 도중엔 시야가 흐릿해지다가 눈앞이 깜깜해져 대본이 아예 안 보인 적도 있어요.

  “발표 불안은 ‘사회 불안’의 한 종류로 ‘사람들로부터 평가받는 상황’에 대한 과도한 두려움에서 기인합니다. 아마 학생은 사람들 앞에서 크게 긴장하거나 창피를 당했던 경험이 있을 것 같네요. 한번 그런 경험을 하고 나면 비슷한 상황이 반복될지도 모른다는 불안에 휩싸이게 돼요. 이후에 비슷한 상황에 놓일 때마다 더 극심한 불안을 느끼게 되죠.

  먼저 비교적 쉬운 주제로 적은 사람들 앞에서 발표해보세요. 그 다음 점차 강도를 올리며 긴장을 덜어주는 것이 좋습니다. 또한 발표를 통해 똑똑해 보이는 인상을 줘야 한다는 부담감이 있다면 버리세요. 학생뿐만 아니라 다른 사람들에게도 발표는 부담스럽고 당황스러운 일입니다. 발표 전에 청중에게 ‘많이 떨리지만 열심히 해보겠다’고 먼저 말해 보는 것도 좋아요. 그래도 너무 심하다면 정신건강의학과 상담 후에 항불안제를 받으러 오세요.”
 
  
   
 
통제 불가능한 걱정과 우울: 범불안장애(불면)
  고등학교 2학년 때부터 불면증을 앓고 있어요. 누우면 보통 4시간 넘게 생각하며 보내다가 결국 2~3시간밖에 자지 못해요. 날마다 생기는 걱정거리와 계획 등에 대해 주로 생각하죠. 요즘은 생각을 안 하려고 하는 것마저 생각하는 것처럼 느껴져요. 불면증으로 인한 스트레스를 풀기 위해 한강을 뛰기도 해요. 무슨 방법이든 몸이 엄청 피곤해지면 강제적으로 잠자리에 들긴 하거든요.

  “걱정으로 인한 불안은 사람을 과도한 각성상태에 이르게 합니다. 그러다 보니 침대에 누운 채로 걱정거리를 생각하다 보면 당연히 잠은 달아나죠. 학생은 고등학교 때부터 자기 전에 걱정하는 것을 하나의 습관으로 만든 것 같아요.

  이 습관을 깨는 것이 첫 번째 단계입니다. 침대는 잠을 자는 곳이지 생각하는 곳 아니라고 인식해야 해요. 누웠는데 걱정거리가 떠오를 때마다 일어나 다른 장소로 가세요. 그리고 졸리면 침대로 돌아오는 과정을 반복하는 겁니다. 처음에는 힘들겠지만 이를 통해 몸과 정신이 ‘침대는 잠을 자는 곳’이라고 인지할 것입니다.”
 
  불안장애를 앓고 있는 20대 학생들은 바쁜 일상을 보내며 자신이 불안장애를 겪고 있다는 사실조차 인지하지 못하고 있다. 게다가 불안을 숨겨야 하는 사회 분위기는 다른 사람과 불안을 나눌 기회조차 제공하지 않는다. 그러나 지금 당신의 마음이 불안을 외치고 있다면 계속해서 마음을 들여다보고 드러내야 한다. 불안장애는 단순한 위로로 해결되는 것이 아닌 전문적인 심리 치료와 적절한 약물 복용을 통해 극복할 수 있는 몸살과 같은 질병이기 때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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