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가 만난 참스승
이번주 목요일(1일)부터 2017-1학기 강의평가가 시작됩니다. 벌써 강의평가가 돌아오다니, 시간이 참 빠르네요. 이맘때가 되니 학생들에게 사랑받는 교수님은 어떤 분이신지 슬쩍 궁금해집니다. 매 학기 강의평가에서 선두를 달리고 계신 정병욱 교수님(다빈치교양대학)과 한미라 교수님(다빈치교양대학)을 만나 이야기를 나눠봤습니다.
 
 
 
 
LUCKY! 가끔 행운은 우리 인생을 좌지우지하기도 합니다. 영국의 미생물학자이자 대표적인 행운아 플레밍은 배지에 우연히 피어난 푸른곰팡이 덕분에 운 좋게 ‘페니실린’을 발견할 수 있었습니다. 페니실린은 인류 최초의 항생제가 돼 수많은 사람의 목숨을 구했죠. 플레밍에게 푸른곰팡이와의 만남은 엄청난 행운이었던 것입니다. 어쩌면 학생에게 최고의 행운은, 인생을 바꿀 정도로 좋은 스승을 만나는 게 아닐까 하는 생각이 드네요. 지난 25일 <의약의역사> 수업으로 학생들의 사랑을 독차지하고 계신 정병욱 교수님(다빈치교양대학)을 만나봤습니다.
 
  -의약과 역사를 결합한 과목이 흥미로워요.
  “저는 약학전공이지만 역사를 굉장히 좋아해요. 개인적으로 역사는 같은 형태로 계속 반복된다고 생각해요. 의약에서도 마찬가지죠. 의약의 역사를 공부하면 과거 조상들의 약 사용법부터 현재의 약학, 그리고 약학의 미래까지 배울 수 있죠. 학문에 역사를 대입하면 훨씬 흥미로워져요.”
 
  -과거보다 요즘은 약을 접하기가 쉬워졌어요.
  “맞아요. 요즘엔 약에 대한 접근성이 매우 좋아졌죠. 그런데 사실 이런 상황을 경계해야 해요. 편의점이나 마트에서 약을 쉽게 구할 수 있다 보니 아픈 사람들이 원인은 모른 채 무작정 약을 먹고 통증을 가려버리죠. 몸이 아플 땐 근본적인 원인부터 찾는 게 중요한데 말이에요. 정확한 처방을 통해 약을 먹어야 해요.”
 
  -현대인들은 만성피로를 대부분 갖고 있잖아요. 언젠가 약으로 이런 게 해결될 날이 올까요?
  “사실 기분이 나아지는 약은 이미 있어요. ‘항우울제’라고도 부르죠. 하지만 약물에 의존하려는 생각은 위험해요. 섣부른 판단으로 쉽게 약을 먹으면 약물의존도가 높아지거든요. 기분이 안 좋고 우울한 건 잠시 내 몸의 화학물질에 교란이 왔다고 생각하면 이전보다 편해질 수 있어요. 그리고 이런 현상은 길어야 6개월이면 다 해결이 돼요. 하지만 우울의 정도가 심할 땐 혼자서 고민하지 말고 꼭 병원에서 상담을 받거나 약을 처방받아야 해요. 병원에 갈 용기가 안 난다면 언제든 저에게 와서 털어놔도 좋아요.”
 
  -성교육도 잊지 않고 꼭 하신다고 들었어요.
  “그럼요. 성의 역사도 함께 가르쳐요. 성욕은 우리 몸의 호르몬이 지배하고 있어요. 성적 충동이 생길 때 강력한 이성으로 누르지 않으면 문제가 되는 거죠. 학생들이 이런 교육을 받아야 한다고 생각해요. 저는 항상 학생들에게 ‘공부만 잘하는 악당이 되지 말자’고 강조하거든요.”
 
  -공부만 잘하는 악당이라….
  “가끔 우스갯소리로 ‘인생 퇴갤’의 세 가지 조건은 술, 도박, 성 스캔들이라고 말해요. 우리의 뇌는 사용하는 방향으로 발달해요. 공부도 중요하지만 그에 발맞춰 인성과 가치관도 함께 발달시키는 게 필수죠.”
 
  -건강한 인성과 가치관을 발달시키는 훈련이 공부 못지않게 중요하다는 말씀이군요.
  “그렇죠. 자식 같은 내 학생들이 인성이나 가치관을 발달시키지 못해 ‘공부만 잘하는 악당’이 되지 않았으면 좋겠어요. 이런 점에서 성교육이 중요한 거예요. 대학생은 몸은 어른이지만 성에 대한 인식은 비교적 어리다고 볼 수 있거든요. 우리 몸에 어떤 호르몬이 어떻게 분비되고 임신은 어떻게 되는 건지, 피임은 어떻게 하는지, 임신했을 때는 어떤 행동을 취해야 하는지 구체적으로 알려줘요.”
 
  -이런 실용적인 이야기를 함께 해주시니, 학생들이 교수님과 교수님의 수업을 좋아할 수밖에요.
  “그런가요?(웃음) 평소 교외에서 전문 약사들을 대상으로 강의하기도 하고 청소년이나 어르신들을 대상으로 건강과 약물 교육도 해요. 그리고 지금까지 20만 명의 환자를 직접 상담하기도 했고요. 그러다 보니 환자들이 약을 어떻게 인식하고 있으며 어떻게 복용하려고 하는지를 누구보다 잘 알게 됐죠. 이런 경험을 수업에 녹여 최대한 전달해주려고 노력하고 있어요.”
 
  -교수님은 언제부터 약학을 좋아하셨나요?
  “제 석·박사 지도교수님이셨던 약대 김하형 교수님 덕분에 약학을 사랑하게 됐어요. 행운이었죠. 사실 학부생 때는 약학을 지금만큼 사랑하지는 않았어요.(웃음) 대학원에 진학해서야 약학에 대한 인식이 달라지고 사랑도 깊어졌죠.”
 
  -학생을 가르치겠다고 결심한 이유는 뭔가요?
  “김하형 교수님의 제안으로 강단에 서게 됐어요. 그렇지만 학생들과 나누는 대화와 만남이 좋았고 무엇보다 올바른 지식과 가치관을 전해주겠다는 마음으로 시작하게 됐죠.”
 
  -이런 따뜻한 마음을 알아채고 학생들이 교수님께 애착을 느끼나 봐요.
  “저는 학생들과 잠시 만났다 헤어지는 사이라고 생각하지 않아요. 함께 있는 시간 동안 온 마음으로 학생을 사랑하고, 아끼고, 최선을 다하려고 노력하죠. 문자, 전화, 메신저, 메일 등으로 학문에 대한 질문부터 개인적인 고민까지 함께 나눠요. 저는 학문을 가르치는 교수이자 인생의 선배이기도 하니까요.”
 
  -특별히 기억에 남는 학생이 있나요?
  “중앙대를 사랑하지 않는다는 학생을 만났었어요. 그런데 언젠가 제 수업을 듣고 중앙대에 오길 참 잘했다는 생각이 들었다고 말하더라고요. 정말 고맙고 감격스러웠죠. 제가 늘 강조하는 게 중앙대에는 박학한 지식뿐만 아니라 삶의 밑바탕을 전해주는 훌륭한 교수님이 많다고 얘기하거든요. 저를 그런 사람으로 기억해주니 정말 뿌듯했죠.”
 
  -좋은 스승과의 만남은 학생에게 엄청난 행운이죠. 교수님은 앞으로 어떤 스승으로 기억되고 싶으세요?
  “올바르게 가르치고 학생을 진심으로 사랑하던 교수가 있었구나 하고 기억해주면 좋겠어요. 단순히 지식을 전했던 사람이 아니라 건강한 가치관과 삶의 밑바탕을 알려준 사람으로 기억된다면 참 행복하겠네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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