만들어진 악의 서사시
  • 권희정 기자
  • 승인 2017.05.22 13:0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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뮤지컬 <위키드>는 소설 『오즈의 마법사』의 악역으로 잘 알려진 서쪽 마녀의 이야기를 다룹니다. 『오즈의 마법사』에선 하지 않았던 질문이 뮤지컬에 등장하는데요. 서쪽 마녀는 왜 나쁜 ‘마녀’가 될 수밖에 없었을까요? 억울하게 ‘악역’이 될 수밖에 없던 서쪽 마녀의 사연, 궁금하지 않으세요?
 
  훗날 서쪽 마녀가 되는 엘파바는 초록색 피부를 가지고 태어납니다. 부모님도 그녀의 초록색 피부를 사랑하지 못했습니다. 어느 집단에 가도 초록 피부라는 이유로 배척받았죠. 사람들이 자신을 보고 수군거리는 것에 익숙해진 엘파바는 자신을 싫어하는 모든 이들을 ‘외모를 보고 차별하는 멍청이들’이라고 여기죠. 그런 그녀에게 처음으로 친구가 생기는데요. 그녀가 『오즈의 마법사』에서 착한 북쪽 마녀로 등장한 글린다입니다.
 
  글린다는 금발의 아름다운 외모를 지녔고 부모님에게도 사랑을 듬뿍 받고 자랐습니다. 그렇게 자란 글린다는 제멋대로였습니다. 세상은 자신을 중심으로 돌아간다고 생각했죠. 정반대인 둘은 기숙사 룸메이트로서 만납니다. 처음엔 철천지원수였으나, 우연한 사건에 의해 서로에게 마음을 열게 돼 곧 절친한 친구가 되죠.
 
  어릴 때부터 마법에 재능이 있던 엘파바는 오즈의 통치자인 ‘마법사’의 부름을 받습니다. 드디어 엘파바에게도 행복한 삶이 시작되는 걸까요? 하지만 그때 수상한 사건이 터집니다. 인간의 말을 사용하던 수인들이 말을 잃고 점점 짐승이 되어갔던 것입니다. 마법사를 만나러 간 엘바파는 수인들의 짐승화가 마법사의 소행이었다는 것을 알게 됩니다. 약자인 수인을 배척함으로써 오즈의 시민들을 통합하려는 시도였죠.
 
  태어날 때부터 소수자였고, 소수자로서 배척받아왔던 엘파바는 이에 크게 분노합니다. 평생을 소수자로 살아왔던 그녀는 소수자를 억압하는 것에 결코 동의할 수 없었습니다. 그녀는 마법사의 뜻에 반해 수인의 짐승화를 막고자 했죠. 이에 항상 기득권으로 살아왔던 글린다는 선뜻 동참하지 못했습니다. 그렇게 둘은 다른 길을 걷게 되죠.
 
  엘파바가 마법사에게 반기를 들자 언론은 시민들에게 엘바파에 대한 악설을 퍼뜨렸습니다. 엘파바의 초록 피부는 그가 악하다는 근거였죠. 소수자를 위해 힘을 쓰던 엘파바가 시민을 위협하는 존재로 둔갑한 것입니다. 언론은 아름답기 그지없는 글린다를 엘파바와의 대척점에 두면서 선한 마녀로 포장하기에 이르죠.
 
  “악은 본디 갖고 태어나는 것일까요, 만들어지는 것일까요?” 뮤지컬 <위키드>의 물음은 ‘악’에 대한 의문을 갖게 합니다. 소수자이기에 보다 쉽게 악으로 만들어졌던 엘파바의 서사는 많은 것을 시사하는데요. 동등한 친구였으나 ‘기득권’과 ‘소수자’라는 위치 탓에 완전히 다른 길을 가게 된 글린다와 엘파바의 우정은 어떤 결말을 맞이할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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