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직도 마녀는 살아있다
  • 서보미 기자
  • 승인 2017.05.22 00:18
  • 댓글 0
이 기사를 공유합니다

 
마녀. 흔히들 챙모자를 쓰고 빗자루를 든 노파를 떠올리곤 한다. 이상한 주문을 외우며 큰 솥에다 마법의 약을 만드는 음산하고 기괴한 장면과 함께 말이다. 하지만 최근의 대중문화 속 마녀는 귀엽고 친근한 소녀의 모습으로 형상화되기도 하고, 주제를 부각하기 위한 주변 인물이 아닌 이야기의 주인공이 되기도 한다. 어떻게 고전적인 마녀의 이미지가 형성됐고 현대에 이르러서는 왜 변화하고 있는지 전문가와 함께 알아봤다.

  마녀가 담고 있는 비밀
  대중문화에 활용되는 마녀의 모습은 크게 두 가지로 나뉜다. 먼저 선과 악의 이분법적 세계에서 악의 전형으로 마녀를 활용하는 방법이 있다. 전래동화나 소설, 민담에 흔히 나타나는 마녀가 이러한 성격을 띤다. <백설공주>의 왕비, <헨젤과 그레텔>의 마녀 등이 대표적인 마녀다. 고전적인 마녀 이미지에 대해 조혜정 교수(예술경영학과)는 “마녀는 보통 민담이나 전설, 동화, 판타지소설 등에 등장하는 사악하고 무서운 주술을 행하는 여성을 일컬어왔어요. 이러한 마녀의 이미지는 서구의 중세, 르네상스 시기를 거치면서 종교적·정치적·경제적 필요에 의해서 어둡고 부정적인 이미지를 덧씌운 측명이 강하죠”라고 설명했다. 부정적인 마녀의 이미지는 일종의 클리셰(Cliche)로 작용한다.

  이러한 마녀의 클리셰가 정착하게 된 이유에 대해 전문가들은 타자에 대한 차별이 형상화된 것이라며 입을 모았다. 특히 진수현 강사(국어국문학과)는 “정상과 비정상, 이방인을 구별 짓기 위해 그들의 모습을 괴물로 묘사하여 우리 사회에서 배제하기도 해요. 마녀는 사실 우리의 차별적 관념이 문화적 요소로 나타난‘괴물인 것이죠.”

  한순호 강사(다빈치교양대학)는 마녀를 중세 기독교 세계관을 존속시키기 위한 희생양이라고 봤다. “서구사회에서 마녀의 이미지는 중세 종교 재판에서 나온 것입니다. 당시엔 사회적 약자인 여성, 특히 홀로 사는 노파를 악마의 추종자인 마녀로 형상화했죠.”

  왜 마녀는 추한 모습의 나이든 여성이어야 하는 것일까? 진수현 강사는 식량 문제를 원인으로 꼬집었다. 마녀의 등장이 빈번한 시기는 식량 부족이 심하던 시기였다. 극심한 빈곤은 남의 식량을 빼앗도록 부추겼고 그 상황에서 힘이 약한 여성은 쉬운 표적이 됐다. 집단 폭력에 대한 정당성을 확보하기 위해 마녀의 형상은 더욱 악해졌다. 그들은 그렇게 죄책감에서 자유로워질 수 있었던 것이다.

  변신하는 마녀
  마녀의 이미지는 현대에 이르러 다양하게 변모하고 있다. 영화 <다크 섀도우>와 <스노우 화이트 앤드 헌츠맨>에선 팜므파탈적인 마녀가 등장한다. 그리고 영화 <말레피센트>와 <뷰티플 크리쳐스>에선 마녀의 악한 성격이 아닌 마법을 부리는 특징을 부각하여 판타지적 마녀가 등장한다.

  이에 대해 방미영 교수(서경대 문화콘텐츠학부)는 대중문화에서 현대사회의 다양성을 표현하기 위해 마녀의 모습도 변화했다고 말했다. “마녀는 불행과 재앙의 상징이라는 고전적인 이미지에서 벗어났어요. 인간의 힘으로 할 수 없는 영역을 대신하는 판타지 세계를 창출하게 됐죠.”

  그는 <센과 치히로의 행방불명>을 예로 들었다. 본 영화에선 두 마녀가 등장한다. 주인공 치히로를 온천장에 가두는 동생 마녀 유바바가 전형적인 마녀의 모습이다. 탐욕스럽고 잔인하다. 이에 비해 그의 언니 제니바는 치히로의 조력자가 되어 치히로가 온천장을 벗어날 수 있도록 돕는다. 악의 상징이라는 고정관념에서 벗어나 인간의 욕망을 질책하고 인간성 회복을 돕는 것이다.

  이와 더불어 방미영 교수는 마녀가 지닌 판타지적 요소가 미래에도 대중문화의 콘텐츠로 이용될 것이라 봤다. “미래에도 마녀는 시간과 공간을 넘나드는 초월적 능력의 캐릭터로 활용될 거예요. 상상의 세계에 대한 인간의 탐구와 욕망에서 발로하는 것이죠.”

  마녀는 서양의 전설이나 동화에 단골로 등장했지만 주인공은 되지 못했다. 하지만 지금은 마녀 캐릭터가 하나의 문화 콘텐츠로 자리 잡은 상황이다. 진수현 교수는 현대 대중문화 속 마녀의 이미지가 일부 변화한 것은 인식의 전환 때문이라고 말했다. “외모나 성격 등 여러 이유로 배제되었던 우리 이웃의 진짜 모습을 봐야 해요. 흉측한 겉모습이 아닌 내면의 숨은 아름다움과 그 본질을 찾으려는 노력이 필요하죠. 그런 화두를 우리 사회에 건네는 것이 아닐까 생각해요.”

  동화 속에서 마녀는 질투의 화신으로 등장하는 한편 자신의 의사를 숨기지 않고 표출하며 당당하고 자신 있는 모습을 보이기도 한다. 이승하 교수(문예창작전공)는 이러한 마녀의 뚜렷한 개성이 마녀가 새롭게 활용될 수 있는 성격적 이유가 된다고 말한다. “마녀는 남성에 의해 좌우되는 순종형 인물이 아니라 자신의 의식을 확실히 표현하고 관철시키는 개성이 확실한 인물이에요. 창작자와 문화 소비자 모두에게 매력적인 캐릭터인 거죠.”
 
 


댓글삭제
삭제한 댓글은 다시 복구할 수 없습니다.
그래도 삭제하시겠습니까?
댓글 0
댓글쓰기
계정을 선택하시면 로그인·계정인증을 통해
댓글을 남기실 수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