잠시 당신의 하루를 살펴봅시다. 친구를 위해 보내는 시간이 있었나요? 부모님을 위한 시간도 있었죠? 그렇다면 오로지 당신만을 위한 시간은 있었나요? 우리들은 각자를 위한 시간을 어떻게 보내고 있을지 궁금하네요. 이번주 '캠퍼스를 거닐며'에서는 홀로 보내는 시간에 대해 들어보았습니다.

어제요? 생각해보니 혼자 보낸 시간이 없었네요

 

최인호 학생(경제학부 2)

  “아침 10시쯤 일어났고 10시 반부터 수업이 있었어요. 12시에 친구와 점심을 먹었죠. 1시에 다시 수업을 듣고 4시 반에 끝났고요. 끝나고 친구들과 저녁을 먹고 6시쯤엔 같이 옷을 사러 갔어요. 다음 주에 학회 발표가 있어서 8시부턴 팀플 과제를 했어요. 밤에는 여자친구와 통화를 했어요. 아, 되짚어보니 정말 혼자 보낸 시간이 전혀 없었네요.”

  -평소에는 누구랑 시간을 자주 보내시나요?

  “지금 기다리고 있는 친구랑 같이 살고 있어서요. 대부분 이 친구와 보내죠.”

  -친구랑 같이 살면 정말 혼자서 보내는 시간이 부족하겠어요.

  “확실히 혼자 살 때랑 달라요. 혼자 살 때는 제가 밥 먹고 싶을 때 먹고, 자고 싶을 때 잘 수 있었어요. 책도 많이 읽을 수 있었고요. 그런데 지금은 책을 읽으려고 하면 친구가 옆에 누워있어요. 밥도 같이 먹고 싶어 하죠. 혼자만의 시간이 거의 없어요.”

  -혼자 있을 시간이 필요하신가요?

  “필요하죠. 아무것도 신경 쓰지 않고 나에게만 집중하는 시간을 가지고 싶어요. 아무리 친한 친구라 하더라도 늘 붙어있다보면 신경이 쓰일 수밖에 없으니까요.(웃음)”

  -혼자서 가장 하고 싶은 일은 뭐에요?

  “사실 소소한 것들이에요. 아침 먹을 시간이 돼도 깨우는 사람 없이 늦잠도 자고 싶고요. 집중해서 책도 읽고 싶어요. 말하다 보니, 그냥 혼자만의 시간 자체가 그립네요.”

  -홀로 여행을 떠나보시는 건 어때요?

  “기자님이 말씀하시니까 정말 가고 싶네요. 혼자 여행하면 정말 좋을 거 같아요.”

  -인호 씨가 혼자 하는 여행은 어떤 모습일까요?

  “일단 책과 이어폰을 챙기고요. 제가 면 요리를 좋아해서요. 면 투어를 떠날 거 같아요.(웃음) 먹고 싶은 대로 실컷 먹을 거예요!”

 

밖에서 소비되는 저를 채울 시간이 필요했어요

 

김효정 학생(건설환경플랜트공학전공 4)

 

  “사람들이랑 있으면 붕붕 뜨는 기분이 들어요. 정처 없이 여러 의견에 밀려 떠다니는 것처럼요. 그런데 혼자 있으면 뭔가 든든해지는 느낌을 받아요. 표류하지 않는 느낌이죠. 정착해있고, 어딘가에 흔들리지 않아요.”

  -자신을 위해 따로 시간을 내시나요?

  “네. 혼자 보내는 시간을 계획 속에 꼭 넣어요. 어쩔 수 없이 타인과 있으면 나를 소비하는 느낌을 받거든요. 밖에서 오랫동안 시간을 보낸 날은 그만큼 집에서 스스로를 채우는 시간을 가져요. 제겐 매일 필요한 과정이죠.”

  -어제도 하루를 잘 정리하셨나요?

  “그럼요. 어제도 집에 들어와서 혼자 차분히 정리하는 시간을 가진 뒤에 잠들었어요. 이렇게 하지 않으면 마음이 복잡해서 잠이 잘 안 와요.(웃음)”

  -혼자 시간을 보내는 게 능숙하신가 봐요.

  “지금은 그렇죠. 예전에는 학식도 혼자 못 먹었어요. 혼자 듣는 강의도 너무 외로웠고요. 혼자 다니지 않으려고 노력했고 도서관도 혼자 못 갔죠. 피곤해하면서도 항상 다른 사람과 같이 있으려고 했어요. 이제는 누구 하나 아는 사람을 마주치지 않고 하루 종일 시간을 보내도 아무렇지 않아요. 오히려 편안하죠.”

  -혼자 있는 시간을 찾게 된 계기가 있나요?

  “다른 사람들이랑 있는 시간도 재밌고 좋아요. 그런데 그만큼 제 마음을 소비하고 있다는 느낌이 들더라고요. 그래서 그 빈 마음을 채우는 시간이 필요하다고 느꼈죠.”

  -주변에서 서운해하지는 않았나요?

  “음, 혼자만의 시간을 가지려고 휴대폰 알람을 꺼두었거든요. 원할 때만 연락을 확인했죠. 그러다 보니 주변에선 제가 ‘필요할 때만 찾는다’라며 서운해하기도 했어요. 스스로도 그렇게 느낄 정도였으니 많이 서운했을 거예요. 이제는 적응이 돼서 서로 편해졌지만요.(웃음)”

 

우연히 발견한 스파랜드 이용권을 쓰고 싶어 
아산으로 혼자 떠났어요

 

김지강 학생(신문방송학부 3)

 

  “여행을 좋아해서 자연스럽게 사진을 좋아하게 됐어요. 저에겐 여행이 1순위인데 사진과 여행을 떼어 놓을 수 없다고 생각하거든요. 그래서 사진이 좋아요.”

  -여행 갈 때는 혼자 가세요?

  “누구와 같이 갈 때도 있지만 웬만해선 혼자 가려고 해요.”

  -혼자 떠나는 여행의 매력은 무엇인가요?

  “혼자 여행을 하면 더 용기를 얻을 수 있어요. 오로지 혼자서 어려운 상황을 해결해야 하기 때문이에요. 일행이 있을 때보다 책임감이 커져서 그런지 더 용감해지고 자신감이 생기죠.”

  -특별히 기억에 남던 어려움이 있나요?

  “혼자 하는 여행은 항상 어려워요. 불빛 하나 없는 거리를 혼자 걸어가기란 용기가 필요한 일이죠. 한 번은 진주에서 원래 묵을 예정이었던 숙소가 문을 닫은 거예요. 다른 숙소를 찾기 위해 늦은 밤 아무도 없는 깜깜한 시장을 헤맨 적이 있어요. 설상가상으로 비도 오고 있어서 으스스한 느낌을 지울 수 없었지만, 한편으론 스릴 있었어요. 잊을 수 없는 기억이에요.”

  -혼자 시간을 보내는 여러 방법 중 여행이 좋은 이유는 뭘까요?

  “생각할 시간이 많아져요. 복잡했던 생각이 정리되고 깊어지죠. 생각할 시간이 없는 요즘이잖아요. 그런 시간이 생긴다는 것만으로도 좋은 거 같아요.”

  -첫 여행은 언제였나요?

  “여행에 관심은 있었지만 용기가 안 나 못가고 있었어요. 어느 날은 우연히 집에서 아산에 있는 스파랜드 이용권을 발견했죠. 가고 싶었는데 다들 바빠서 같이 갈 사람이 없었어요. 그때 눈 딱 감고 떠나버렸어요. 다음 날 바로 아산으로 가는 버스를 탔습니다.(웃음)”

  -노하우도 많이 쌓였겠어요.

  "일단 짐이 줄었어요. 짐이 많이 필요하지 않다는 걸 알게 됐죠. 그리고 많이 걷다 보니 지도에 나와 있는 거리를 보면 얼마만큼 걸으면 되겠다는 게 감이 와요. 버스 노선도 덜 헤메개 됐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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