같은 곳에 살지만 다르게 살고 있다
  • 김예령 기자
  • 승인 2017.05.21 23:2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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뒤틀린 헌법
‘딴지 걸기’는 어떤 일이나 형상에 대해 불만을 표시하거나 훼방을 놓는 행위를 뜻합니다. 이번학기 기획부는 불편함을 당연시하는 우리 사회에 딴지를 걸어보려 합니다. 여섯 번째 딴지는 바로 ‘동성혼’입니다. 국립국어원 표준국어대사전은 결혼을 ‘남녀가 정식으로 부부 관계를 맺음’으로 정의하고 있습니다. 하지만 과연 ‘남녀’만이 결혼을 원할까요? 결혼은 관계에 대한 사회적인 인정을 의미합니다. 뿐만 아니라 우리나라엔 결혼을 통해 누릴 수 있는 권리들이 많죠. 그러나 법적으로 결혼이 불가능한 동성애자들은 모두가 누리는 권리에서 배제당하고 있는데요. 동성혼을, 그들의 관계를 인정하지 않는 사회에 딴지를 걸어봤습니다.
 
  허물뿐인 국가의 의무
  같은 사랑, 다른 권리
 
  정해진 관계는 없다
  다양한 가족구성 인정해야
 
“당신은 부인을 여자라서 만났습니까? 전 제가 사랑하는 사람이 남자였을 뿐입니다.” 드라마 ‘슬픈 유혹’에서 왜 동성애자가 됐냐는 질문에 주인공 신준영이 답한 내용이다. 90년대에 방영된 이 드라마는 당시 공론화되지 못하던 동성애라는 주제를 대중에게 드러낸 파격적인 시도였다. 18년이 지난 오늘날까지 동성애자들의 권리를 보장하기 위해 고군분투한 많은 발걸음들이 있었다. 하지만 그들은 여전히 법의 울타리 밖에 존재한다. 평등과 자유를 보장한다는 헌법이 동성혼을 어떻게 바라보고 있는지 알아봤다.
 
  법 밑에 법 모른다
  「헌법」 제36조 1항은 ‘혼인과 가족생활은 개인의 존엄과 양성의 평등을 기초로 성립되고 유지돼야 하며, 국가는 이를 보장해야 함’을 명시한다. 다양한 성 정체성과 성적 지향성이 존재하는 사회에서 ‘양성’이란 표현으로 오로지 이성애자인 남성과 여성의 경우만을 일컫고 있다. 이동진 교수(경북대 사회학과)는 이 헌법 조항에 따라 동성애자에겐 결혼 개념이 적용되지 않음을 설명했다. “동성애자는 관청에 등록하는 법률혼은 물론, 혼인신고가 안 됐어도 법률에 준거해 사실상 혼인 관계에 있다고 인정되는 사실혼도 가능하지 않습니다.”
 
  그러나 이 조항은 「헌법」 제10조 ‘모든 국민은 인간으로서의 존엄과 가치를 가지며 행복을 추구할 권리를 가진다’와 모순된다. 한국게이인권운동단체 친구사이 이종걸 사무국장은 이러한 모순은 엄연한 차별이라고 말했다. “모든 국민이 가지고 있는 권리가 동성애자에게만 보장되지 않는 건 인권침해이자 차별이죠.” 
 
  지난 2015년 녹색당 소수자인권 특별위원회 김조광수 위원장과 레인보우팩토리 김승환 대표 동성 커플의 혼인신고서가 기각된 사건이 대표적이다. 이들은 최초로 동성혼 소송을 제기했지만 서울 서부지방법원은 각하결정을 내렸다. 각하란 소송 신청을 부적법하다고 판단해 심의 자체를 거절하는 행정처분을 의미한다. 동성혼을 대하는 국가 기관의 태도가 가시적으로 드러나는 대목이다. 
 
  오늘날까지 정치 영역과 공식 석상에선 ‘동성혼을 금지한다’, ‘처벌의 대상이다’ 등의 발언이 난무한다. 국가가 가진 ‘개인에게 불가침의 기본적인 인권을 확인하고 이를 보장할 의무’는 허울로만 남아있다. 국가가 지키지 못한 이들은 일상에서도 지켜지지 못했다. 혼인과 가족생활에 관한 대다수의 일상적 표현들마저 언어 차별을 전제하고 있다. 가령 ‘부부, 남편과 아내, 부 또는 처, 부모’라는 표현은 가족을 남녀의 결합만으로 규정하고 있는 것이다.

  일상 곳곳을 파고드는 차별
  차별적 헌법 아래 동성애자는 이룰 수 없는 결혼 대신 동거의 형태로 가족을 구성할 수밖에 없다. 동성혼 법제화를 반대하는 사람들은 종종 ‘굳이 결혼이 아니더라도 동거로 만족하기’를 바라기도 한다. 그러나 같은 사랑을 해도 다른 국가적 보장을 받는 현실이 간과돼선 안 된다. 
 
  이동진 교수는 동성 커플은 ‘부부’가 받는 사회적 혜택을 보장받지 못한다고 말했다. “법률에 표기된 배우자에 동성애자는 해당하지 않아요. 이성 부부에게 보장되는 사회적 복지나 지원을 받을 수 없다는 의미죠.” 실제로 동성 커플이 이룬 가족은 의료보험, 가족수당, 국민연금, 각종 민간 연금 및 보험, 경조사 부조 및 휴가 신청 등 국민에게 제공되는 복지 서비스를 보장받지 못한다. 
 
  생활 속의 법률에서도 제한을 받는다. 그중 대표적으로 「의료법」 제21조 3항은 환자의 기록 열람이 가능한 대리인으로 배우자를 명시하고 있다. 동성 커플은 배우자로 인정되지 않기 때문에 입원과 수술 여부의 동의, 치료 과정에 대한 결정, 면회 자격, 사망 확인 등 모든 과정에서 배제된다. 재산권도 마찬가지다. 「민법」 제1003조는 배우자의 상속 순위를 설명한다. 이성혼 관계의 경우 남편 사망 시 재산의 50%를 부인에게 상속하도록 법으로 규정하고 있지만 동성애자의 경우 보장받지 못한다. 이혼 시에도 재산분할신청이 불가능하다. 또한 5억 원 미만의 재산이 상속될 때 면제되는 상속세도 본인이 그대로 부담해야 한다.
 
  검정 편견을 지우면
  한국성적소수자문화인권센터 한채윤 활동가는 ‘동성애자의 가족구성원 토론회’에서 동성혼 법제화가 동성애자의 인권을 가시적으로 향상할 수 있는 효과적 방법이라고 말했다. 동성혼과 이성혼을 동등하게 취급하지 않는 사회 자체가 동성애에 비정상과 열등의 낙인을 찍고 있기 때문이다. 결혼이라는 법적 제도가 동성 커플에게 동등하게 적용될 때 동성애에 대한 사회적 인식이 변화될 수 있다. 
 
  동성혼 법제화를 위해서 이종걸 사무국장은 동성혼에 씌워진 ‘혼인의 목적은 재생산이다’라는 비상식을 거둬야 한다고 주장했다. “혼인 관계가 아니더라도 출산은 일어날 수 있고, 혼인 관계이더라도 출산이 일어나지 않을 수도 있어요. 그러나 사회는 동성혼에만 재생산의 잣대를 들이대곤 하죠.” 만약 혼인과 출산이 동일한 개념이라면 출산이 어려운 불임 부부나 노령의 부부 또한 혼인 관계를 인정받을 수 없다는 설명이다. 동성혼과 재생산을 상관관계로 볼 수 없는 이유다.
 
  다양한 가족 구성을 위한 사회적 변화의 움직임은 일어나고 있다. 지난 2014년 정의당은 ‘생활동반자법’을 발의했고 이는 지난 대선 정의당의 공약이기도 했다. 동거 가족에게 최소한의 법적 보호가 이뤄진다는 점에 의의가 있지만 차별을 해소할 해결책은 아니다. 결혼 제도가 제도 내에 있는 사람들에게 부여하는 ‘온전한’ 가족으로서의 권리와 의무, 혜택은 여전히 동성애자에게 해당하지 않기 때문이다. 결혼에 준하는 사회적 제도가 존재하더라도 법률상의 결혼권이 허용되지 않는다면 현재의 차별과 불평등이 변하진 않는다. 
 
  어렸을 적 우리는 검정색 크레파스로 뒤덮인 도화지를 긁어내면 드러나는 오색빛깔 다채로움에 즐거워했다. 동성혼을 덮고 있는 검정 편견을 지워내면 다채로운 가족을 만날 수 있을 것이다. 동성혼에 관한 차별을 해소하고 사회에 존재하는 다양한 가족구성을 법적 보호의 테두리 안으로 불러들이기 위한 노력이 요구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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