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부드러워야 하는’ 여성은 
어디에도 없다
 
  지난해 배우 하연수는 인성논란에 골머리를 앓아야 했습니다. 자신의 SNS상에 올린 댓글 때문이었죠. 글의 맥락과 반대되는 댓글을 단 이에게 ‘잘 모르시면 센스 있게 검색을 해 보신 후 써 달라’고 한 것이 화근이었습니다. 해당 댓글은 말투가 너무 건방지다며 질타를 받았죠. 결국 하연수가 ‘미성숙한 대응에 사과드린다’며 자필 사과문까지 쓰고 나서야 논란은 잠잠해졌습니다.
 
  하연수의 말투가 다소 경직됐던 것은 사실입니다. 하지만 그 말투는 단호했을지언정 무례한 수준은 아니었죠. 단지 부드럽지 못했다는 이유로 하연수의 인성은 너무도 쉽게 폄하됐습니다.
 
  그리고 최근 또 한 여자 연예인이 인성논란의 도마 위에 올랐습니다. 걸 그룹 ‘여자친구’의 멤버 예린이죠. 지난달 있었던 팬 사인회에 한 남성 팬은 소위 ‘몰카 안경’이라고 불리는 초소형 카메라가 달린 안경을 쓰고 왔습니다. 예린은 이를 눈치채고 미소 띤 얼굴로 남성 팬이 안경을 벗도록 유도했죠. 안경에 카메라가 달렸다는 것을 확인했음에도 침착하게 팬서비스까지 끝낸 예린은 남성이 자리를 떠난 후에야 매니저에게 ‘몰카 안경’의 존재를 알렸습니다.
 
  자신을 몰래 찍으려 한 상대에게도 미소를 보여야 했던 예린이 안쓰럽게 느껴질 만한 대처였죠. 하지만 일각에선 이를 두고 예린의 인성을 논했습니다. 남성 팬이 자리를 떠나자마자 표정이 굳는 게 이중적이고 무섭다는 것이었습니다. 좋게 해결할 수 있는 일인데 왜 그 자리에서 확인해 팬에게 무안을 주냔 반응도 있었죠.
 
  이들의 인성이 거론된 것은 그들이 특별한 잘못을 했기 때문이 아닙니다. 단지 ‘귀엽고’, ‘친절하고’, ‘무해해야할’ 여성 연예인이 기대와 다른 행동을 했기 때문이었죠. 여성 연예인은 기분이 상해도 심지어 폭력을 당하더라도 부드럽기를 강요당합니다.
 
  기자는 여성 연예인에게 이토록 비현실적이다 못해 폭력에 가까운 기대가 가해지는 이유가 과연 그들이 ‘연예인 ’이어서일까 하는 의문이 들었습니다. 아니었습니다. 방점이 찍히는 곳은 ‘연예인’이 아닌 ‘여성’이었죠. 하연수와 예린은 연예인이기에 더욱 가시화됐을 뿐 연예인이 아닌 현실의 여성들도 일상 속에서 수도 없이 이러한 폭력에 노출되고 있습니다.
 
  ‘무슨 여자가 그렇게 드세냐’는 말이나, ‘여자가 나긋한 맛이 있어야 한다’, ‘여자가 그런 말도 하냐’는 식의 말들은 사회가 여성에 대해서 가지고 있는 시선을 드러내 주죠. 선택의 영역에 있어야 할 ‘친절’이 여성에겐 강요되고 있는 것입니다. 여성은 부드러워야 한다는 인식은 수많은 여성들의 눈물 속에서 나온 거였죠.
 
  당연시된 여성의 부드러움은 하연수와 예린처럼 또 누군가의 눈물을 자아낼 수 있습니다. 그래서 기자는 더 이상 ‘당연하게’ 부드럽지 않으러고 합니다. 다른 여성들에게 더 이상 부드럽기를 기대하지도 않으려 합니다. 부드러움이 당연하지 않을 세상은 어쩌면 삭막할지도 모릅니다. 하지만 그 삭막한 세상이 여성들의 눈물을 담보로 한 부드러운 세상보다는 더 살만한 것 같습니다. 보다 삭막한 세상을 바라며 기자는 보다 예민해지겠습니다.
 
저작권자 © 중대신문사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