드러난 중앙대의 민낯 

직시하고 바로잡아야 
 
있을 수 없는 일이 일어났다. 칼을 든 괴한이 안성캠 생활관에 침입해 여학생을 폭행, 협박하고 도주했다. 괴한은 울타리 하나 없이 무방비로 노출된 여학생 생활관에 쉽게 접근할 수 있었고, 2층(지상 1층) 방 창문의 방충망을 찢고 들어와 자고 있는 여학생을 깨웠다. 다행히도 해당 학생은 현장에서 벗어날 수 있었다. 하지만 해당 학생을 비롯해 사건 현장에 있었던 학생들이 느꼈을 정신적 충격과 공포감은 가히 상상조차 할 수 없다. 사건이 발생한 명덕3동 생활관에서 생활하는 한 학생은 사건에 대한 충격으로 학생들이 화장실 가는데 조차 두려움을 느끼고 있다고 증언했다.
 
  어쩔 수 없는 일이 아닌, 언제라도 발생할 수 있는 일이었다. 외부인의 출입이 자유로운 캠퍼스에 울타리나 방범창 하나 없이 맨몸으로 노출된 생활관은 쉽게 범행의 표적이 될 수 있었다. 만약 소방법에 따라 설치된 방범창을 뜯어내야 했다면 다른 방안을 강구하여 학생의 안전을 보장해야만 했다. 이렇듯 중앙대를 잠식한 ‘안전 불감’은 치안 문제를 후순위로 유보해왔다. 결국 학생이 사태의 희생양이 돼야 했다.
 
  그뿐만 아니다. 중앙대의 한 교수는 강의 도중 세월호 희생자와 ‘위안부’ 피해 할머니, 여성, 중국인 등 사회적 약자를 비하하고 모욕했다. 여성주의 교지 ‘녹지’ 51호도 누군가의 고의에 의해 쓰레기통에 대량 폐기됐으며, 정치국제학과 내 페미니즘 소모임 ‘참을 수 없는 페미의 즐거움(참페미)’이 여성의 목소리를 담아 제작한 대자보는 두 번째 테러를 당했다. 이로써 사회적 약자에 대한 혐오와 차별이 대학이라는 상식의 공간에 실재함이 명백히 드러났다. 그야말로 총체적 난국이다.
 
  대학이기에 더욱 중요한 가치들이 훼손됐다. 안전에 대한 책임은 학생이 아닌 학교에 있으며 혐오와 차별은 용납해서는 안 된다. 통탄만 할 순 없는 이유다.
 
  모든 일에는 골든타임이 있다. 고통스럽더라도 문제 상황을 빠르고 정확하게 바라봐야 한다. 근본적 문제 해결을 위한 노력도 필요하다. 다시는 이러한 일이 발생치 않도록 구조적·제도적 개선이 뒤따라야 하는 것이다.
 
  그 과정도 결과만큼이나 중요하다. 작금의 상황을 어떻게 해결하느냐에 따라 중앙대에 대한 사회적 인식이 달라질 수 있다. 문제는 명확히 인식해야 하고 해결 과정은 투명하고 공정해야 하며 결과는 합리적이어야 한다. 그러면 중앙대라는 이름 앞에 덧씌워진 ‘차별, 혐오, 불안’이 ‘투명, 공정, 합리’로 바뀔 수 있을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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