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앙대 근처에는 학생들의 곁을 메워주는 여러 가게가 있습니다. 문을 연 지 이제 막 1년이 된 가게도, 26년째 한 자리만 지키는 가게도 있는데요. 각각 어떤 이야기를 간직하고 있을까요? 먹으러, 아니, 이야기를 들으러 가게에 방문해봤습니다. 사장님 저희 놀러 왔어요!

 

"들어간 정성만큼 좋아해 주시는 것 같아요."

김영한씨(60, 타코비 점장)

  “주문 도와드릴까요?”

  -매운맛에 갈릭치즈로 8알이요. 사장님께서도 타코야끼를 좋아하세요?

  “타코야끼 좋아하죠. 하지만 타코야끼를 만드는 걸 더 좋아해요. 나름 소신을 가지고 타코야끼를 만들고 있어요.”

  -어떤 소신이요?

  “맛은 정성에서 나온다고 생각해요. 다른 분들이 제가 만든 음식을 드시고 맛없다고 느낀다면 제 정성이 부족해서라 할 수 있죠. 정성을 들여 만든 음식을 손님들이 드시고 맛있어 해주시면 자부심을 느껴요.”

  -원래 요리를 좋아하세요?

  “네. 제과제빵 자격증도 땄어요. 특히 밀가루 음식을 좋아해요. 하루에 한 끼는 국수나 라면을 꼭 먹을 정도예요. 그래서 이 일도 하고 있죠.”

  -요리의 매력은 무엇인가요?

  “제가 좋아하는 음식을 직접 만들어 먹을 때 가장 기분이 좋아요. 제 입맛에 딱 맞는 음식을 만들어 입에 넣었을 때 저절로 웃음이 나죠.”

  -많은 요리 중 타코야끼가 특별한 이유는요?

  “가장 손이 많이 가요. 다른 음식들보다 만드는 과정에서 정성이 더 많이 필요해요. 손 쉴 시간이 없죠. 들어간 정성만큼 손님들이 좋아해 주시는 것 같아요.”

  -일본에서도 타코야끼를 만드셨다고 들었어요.

  “일본사람들은 대부분 자신의 직업에 대한 열정이 커요. 기업의 CEO였던 분들도 정년 퇴임 후엔 다른 직업을 갖곤 하세요. 음식을 만들 때도 그래요. 헛되게 만드는 법이 없죠. 그런 문화가 몸에 배었나봐요.”

  -매일 매일을 하루에 충실한 보람으로 사시는군요.

  “메신저 아이디도 ‘긍정의 힘’으로 해놨어요.(웃음) 타코비를 운영한지도 어느새 6년째네요. 앞으로도 초심을 잃지 않는 가게가 되고 싶어요.

  타코야끼 다 됐는데 드시고 가실 건가요? 포장해드릴까요?”

 

"스치지 않고 오랜 관계로 남고 싶어요."

 

박진형씨(24, 배드봉구스 매니저)

  “기자님은 혹시 단골 식당이 있으세요? 저는 돈가스를 엄청 좋아해요. 그런데 제가 가는 단골 돈가스집은 특별하게 맛있는 돈가스를 만드는 집이 아니에요. 그보다도 주인아주머니를 뵈려고 가요. 안부 인사를 드리고 이야기를 나누다 보면 혼자 밥 먹는 시간도 마음이 훈훈한 식사시간이 되죠. 그런 가게가 되고 싶어요.”

  -사람 사이의 관계를 중요하게 생각하시는 거 같아요.

  “네. 그 순간 필요에 의한 관계가 아닌 인간적인 관계를 맺고 싶어요. 가끔 손님 분들이 꼭 햄버거를 사러 오시지 않더라도 가게에 들러 인사를 해주고 가세요. 그러면 정말 기분이 좋아요. 퇴근하고 집 가는 길에 손님 분들 만나면 같이 맥주 한 캔 마시고 들어가기도 해요.”

  -이렇게 특별하게 인연을 유지해나가시는 이유가 있나요?

  “제가 이 동네 토박이에요. 유치원 때부터 살았죠. 그러다 보니 손님 분들도, 아르바이트생 분들도 제겐 동네 친구 같이 느껴져요. 오래 남는 인연이 될 수 있다고 생각하고 더 특별하고 소중하게 대하고 있어요.”

  -학생들과도 인연이 많겠어요.

  “네. 혹시 ‘춘천세트’나 ‘원제세트’라고 아세요? 중앙대 학생분들과의 특별한 인연이 담긴 세트들이에요. 심리학과 학생분들이 저희 햄버거를 드시고 홍보를 많이 해주셨어요. 가게가 생긴 지 얼마 안 된 입장에서 정말 감사했죠. 보답으로 저희 가게에서 그 학우 분들의 이름을 말하면 감자튀김이나 음료 서비스를 드리기로 했어요. 그래서 이름이 ‘춘천세트’, ‘원제세트’에요.(웃음)”

  -특별히 기억에 남는 인연이 있나요?

  “작년 연말에 단골손님 여럿이 오셔서 일 년 동안 수고했다고 음료수를 주시고 가셨어요. 한두 분도 아닌 일곱 분이나요! 사실 작년에 매장 매출이 좋은 실적이었던 건 아니에요. 아쉬운 게 많다고 생각했는데, 돌아보니 사람이 남았더라고요. 저도 그렇고 점장님도 힘을 많이 얻으셨어요. 좋은 맛으로 보답해드려야죠.(웃음)”

 

"어느덧 26년째네요.

앞으로도 한 십수년은 같은 자리에 있지 않을까요?"  

고영석씨(53, 유일문화사 사장)

  “1992년에 개업했으니까 올해가 26년째네요. 이 자리에서 계속 있었어요.”

  -그동안 많이 변했겠어요.

  “많이 변했죠. 건물도 많이 변했고요. 저기는 담이 있었는데 없어졌어요. 경영경제대도 원래는 중문 쪽이었고요. 그리고 저도 많이 변했네요. 그땐 스물여덟 살이었으니까.(웃음)”

  -스물여덟 살이면 학생 분들과 나이 차이가 많이 안 나셨겠어요.

  “그렇죠. 그 때는 형,동생 하면서 지냈어요. 여기서 같이 밥도 먹고요. 지금도 89학번부터 92학번까지는 명절이면 전화도 오고 그래요.”

  -재밌는 추억도 많겠어요.

  “소개팅을 해줬는데 잘돼서 지금 결혼한 부부도 있어요. 1993년이었나? 친한 학생이 복사를 맡기러 온 간호학과 여학생을 보고 한 눈에 반한 거예요. 그래서 다리를 놔줬죠. 그게 소문이 나서 여기만 오면 학생들이 소개팅 해달라고 하곤 했어요. 그때 그 학생은 중앙대 교수가 돼서 지금도 종종 찾아와요.”

  -이 작은 공간에 참 여러 사람의 추억이 담겨있네요.

  “네. 얼마 전에 리모델링을 했는데 옛날 친구들이 찾아오면 아쉬워하기도 해요. 그 때의 허름한 공간과 함께 추억도 사라진 것 같다면서요.”

  -시간이 지나도 변하지 않는 건 뭐가 있을까요?

  “그 시절 추억과 정이요. 나머지는 다 변했어요. 복사기술만 봐도 아날로그에서 디지털로 바뀌었죠.”

  -오랫동안 한 자리를 지켜주셨어요.

  "그러게요. 하다 보니 이렇게 됐네요. 이곳을 찾아주는 사람들과 추억을 나누는 재미에 26년째 떠나지 못하고 있어요. 앞으로도 한 십수년은 같은 자리에 있지 않을까요?(웃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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