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급변하는 사회에서도
기본적인 시민권과 실질적 자유는
충분히 보장돼야 하죠”
 
지난해 6월, 스위스에서는 매달 성인에게 약 300만 원, 18세 미만 청소년 및 어린이에게 약 78만 원을 지급한다는 기본소득 도입을 위한 국민투표가 있었습니다. 비록 부결되기는 했으나 이는 새로운 복지 패러다임의 신호탄이 됐죠. 핀란드도 올해 1월부터 실업자 2천 명을 대상으로 한 기본소득제를 2년간 시범 운영하기로 했습니다. 최근 한국에서도 기본소득제와 유사한 정책이 시행됐는데요. 성남시에서 실시하는 청년 배당과 같은 인구집단별 수당이 바로 그것입니다. 그리고 여기, 기본소득이 구체적으로 논의되기 이전부터 기본소득제를 주장한 교수님이 있습니다. 모두에게 공정하고 편안한 사회를 꿈꾸는 김교성 교수님(사회복지학부)의 연구실을 두드려 봤습니다.

-현재 연구하고 계시는 분야에 대해 설명해주세요.
“저는 복지국가와 사회정책을 공부해 왔어요. 최근에는 변화하는 사회 환경 속에서 전통적 복지국가를 넘어설 수 있는 정책을 공부하고 있어요. 예를 들어 기본소득처럼요.(웃음)”

-기본소득이 기존의 복지체제를 어떻게 보완할 수 있다고 생각하셨나요.
“복지국가는 대체로 남성 노동자를 중심으로 발전해 왔어요. 하지만 인구 고령화, 저출산 문제, 산업구조의 변화, 일자리 부족 등 새로운 사회위험이 발생하면서 복지체제도 변해야 할 때라고 생각해요. 하지만 복지정책이 잘 마련된 일부 북유럽 국가를 제외하고는 복지체제가 사회문제를 제대로 해결하지 못하고 있어요. 이러한 사회에선 노동자의 범주를 벗어나 노동자에 속하지 않는 노인, 아동 등 모두를 위한 복지제도를 좀 더 고민할 필요가 있죠.”

-학자별, 정책별로 기본소득 지급대상의 범위가 다르더라고요. 교수님께서 지향하시는 기본소득제는 무엇인가요?
“저는 완전 기본소득제를 지향해요. 엄격한 의미에서 기본소득은 다음과 같은 조건을 충족해야 해요. 자산조사나 근로여부에 상관없이 모든 개인에게 충분한 수준의 급여액이 정기적으로 지급돼야 하죠. 하지만 현시점에서는 완전 기본소득제를 도입하기엔 무리가 있어요. 급격한 변화는 불가능하고 또 바람직하지도 않죠. 먼저 인구집단별 수당에서부터 기본소득제도가 시작돼야 한다고 생각해요.”

-일각에서는 기본소득제를 시행하기 위한 재원 마련이 어렵고 기본소득제가 근로의욕을 저하한다고 주장하는데요. 이런 입장에 대해 교수님은 어떻게 생각하시나요?
“복지 확대를 위해서는 증세가 필요하죠. 하지만 이는 우리나라 경제 수준에서 감당할 수 있는 수준이에요. 가난한 사람의 소비가 확대돼야 기업이 활성화되고 생산과 투자가 확대될 수 있어요. 이러한 소득 주도 성장론에 따르면 바람직한 선택이라고 생각해요. 그리고 기본소득제는 절대 게으름을 조장하는 제도가 아니에요. 일을 한다고 해서 급여액이 줄지 않기 때문이죠. 또한 빈곤한 사람이 일하지 않을 것이라는 건, 빈곤한 사람은 게으르다는 편견일 뿐이에요.”

-기본소득은 부자에게도 지급된다는 점에서 아직 공감하지 못하는 사람들도 있는데요.
“적은 사람을 선별해서 복지를 제공하는 정책보다 모든 사람이 복지를 누리는 보편적 정책이 더 효과적이라는 건 이미 입증됐어요. 선별적인 제도는 급여액을 높이거나 복지서비스의 질을 높일 가능성이 작기 때문이에요. 일부만 혜택받는 정책의 급여액을 인상하거나 서비스를 향상하는 데에 많은 사람이 동의할 이유가 없죠. 두 번째로 복지국가를 축소하는 시대에선 적은 사람한테 주는 정책부터 먼저 없애려고 해요. 그런 이유로 선별적인 복지정책은 지속하기도 힘들죠.”

-기본소득이 국가정책으로 확대되려면 어떤 노력이 필요할까요?
“기본소득에 대한 지속적인 관심과 담론을 확산시키려는 노력이 필요하다고 생각해요. 이건 저 같은 연구자나 기본소득을 위한 사회 운동가들의 역할이죠. 그리고 기본소득을 지지하는 사람들 간의 정치적인 연합도 필요해 보여요. 무엇보다도 기본소득과 관련한 여러 가지 실험들이 많이 시도됐으면 좋겠어요. 다양한 실험들이 앞으로 기본소득 제도의 나침반이 될 수 있으니까요.”

-한국은 그동안 복지보다는 성장을 중심으로 발전해왔는데요. 앞으로 한국 사회에서 복지를 활성화하기 위한 방안으론 무엇이 있을까요?
“일반적으로 우리나라 사람들이 복지 수혜 경험이 없기 때문에 증세에 대한 거부감을 느끼는 경향이 있어요. 먼저 정규직과 사회보험 중심의 복지체계를 전 국민을 위한 제도로 변화시키는 노력이 있어야 해요. 이를 통해 많은 사람들이 복지 제도를 경험해봐야 해요. 이게 공정하다고 느끼고 신뢰감을 가져야 하죠. 복지 혜택을 점진적으로 확대해야 친 복지적인 태도가 나오고 복지를 위한 증세도 할 수 있어요.”

-그렇군요. 마지막으로 미래 사회를 이끌어갈 학생들에게 한마디 부탁드려요!
“우리 사회의 구성원으로서 이 사회가 어떻게 하면 더 많은 사람이 잘사는 사회가 될 수 있을지, 그리고 자기와 조금 다른 사회구성원들과 어떻게 공존할 수 있을지 고민하는 사람이 됐으면 좋겠어요. 이런 마음가짐을 가지고 학업에 매진하면 그 성과들이 우리 사회의 발전에 도움이 되지 않을까 생각합니다.(웃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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