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5년 5월 20일’ 중동호흡기증후군(메르스) 국내 첫 환자가 확진된 날입니다. 그 날로부터 약 2년이 지났습니다. 당시 정부는 퍼져나가는 메르스에 속수무책으로 무너졌습니다. 정확한 정보도 공개되지 않아 국민은 까막눈 상태로 두려움에 떨어야 했습니다. 메르스 사태 이후 감염병 관련 대응 체계는 재정비 됐지만 이미 국민들에게는 감염병 트라우마가 생겨버렸습니다. 메르스 사태로 한 차례 홍역을 치렀던 중앙대는 지금 어떨까요? 중앙대가 감염병으로부터 우리를 어떻게 지키고 있는지 중대신문에서 점검했습니다. 중앙대 학생들의 감염병 인식 조사를 실시해 메르스 사태 전·후에 어떤 변화가 있었는지 알아봤습니다.
 
  상시적 컨트롤 타워 필요…“여건 상 어렵다”
  대학본부, “앞으로 개선하겠다”…뒤늦게 관련 자료 공개
 
메르스 코로나바이러스(MERS-CoV)
  신종플루·메르스, 후속 대처는 미흡
  지난 2009년 ‘신종 인플루엔자A(신종플루)’가 전 세계에서 유행했다. 중앙대는 신종플루 확산 방지를 위해 해외에서 입국한 재학생에 한해 재택강의를 시행했다. 또한 신종플루대책위원회(신종플루대책위)를 꾸려 신종플루 예방과 대처를 위임했다. 당시 신종플루대책위원장을 맡았던 백광진 입학처장(의학부 교수)은 “신종플루대책위는 총무처, 입학처, 교무처 등 다양한 부서와 협력해 운영됐다”며 “신종플루 유행 초기에 국내 대학 중 가장 빠르게 신종플루대책위를 구성했다”고 말했다.
 
  학내 감염환자는 없었지만 ‘중동호흡기증후군(메르스)’ 역시 상당한 파장을 일으켰다. 지난 2015년 6월 안성캠 중앙운영위원회는 생활관에서 메르스 의심환자가 발생했다는 이유 등으로 대학본부에 휴교를 요청했다. 이에 총장단은 긴급회의를 열었고 안성캠에 5일간 휴교 조치를 내렸다. 서울캠에선 303관(법학관) 강의시간 중 한 학생이 메르스 의심증상을 보여 즉시 법학관을 폐쇄하고 소독조치를 취했다.
 
  그러나 아쉬운 부분도 있었다. 신종플루가 유행했던 시기, 신종플루대책위는 신종플루 확산을 우려해 대학본부에 서울캠 축제 연기를 요청했다. 당시 축제를 담당했던 학생지원처는 신종플루 확산 위험성이 줄었다며 축제를 그대로 진행했다. 하지만 실제 축제 전후 1주일을 비교했을 때 축제 이후 신종플루 감염자가 19명 발생해 이전 보다 수치가 늘어났다.
 
  학내 감염병 관련 정보공개 과정에서 문제가 발생하기도 했다. 서원준 학생(가명, 생공대)은 “생활관자치회 단체 채팅방을 통해 휴교와 기숙사 폐쇄 사실을 알았다”며 “생활관 방송을 통해 해당 사실을 전달하기는 했지만 개별 통보가 없어 관련 정보를 모르는 학생도 있었다”고 말했다. 이외에도 메르스와 관련된 정보 공개가 중앙인 커뮤니티 등 제한된 공간에서만 이뤄져 학생들의 불만이 일기도 했다.
 
  또한 메르스대책위원회(메르스대책위) 내부에서 메르스 대응 조치를 두고 갈등이 발생하기도 했다. 건강센터 송정희 부장은 “대학본부 측 위원들은 의료 지식이 부족했고 중앙대병원 측 위원들은 학교 행정 절차와 실제 상황을 파악하는데 어려움이 있었다”며 “학교와 병원 간 학내 감염병 대처를 두고 시각 차이가 존재했다”고 말했다.
 

  대학병원·건강센터 역할 한계 있다
  중앙대는 서울캠 근처에 중앙대병원을 운영하고 있다. 하지만 법률, 학칙, 중앙대병원 내 규정 등에 따르면 중앙대병원이 중앙대의 감염병을 관리할 의무는 없다. 중앙대병원 감염관리팀 최지연 팀장은 “중앙대병원은 학내에 감염병이 발생하면 자문 등 보조적인 역할만을 수행해왔다”며 “대학과 대학병원 간의 협력을 의무화하면 대학 내 감염병 대응에 효과적일 것이다”고 말했다.
 
  감염병이 발생했을 때 건강센터가 수행할 수 있는 역할 또한 제한적이다. 건강센터는 현재 감염병 예방을 위해 매달 4일 감염병 관련 정보를 메일로 발송한다. 또한 학생을 대상으로 결핵 검사 등을 시행하고 있다. 하지만 건강센터를 직접 방문하는 학생을 관리하는 역할 외에 적극적으로 감염병 사태에 대응할 수 있는 체계는 갖춰져 있지 않다.
 
  건강센터가 적극적인 역할을 수행하기 어려운 데는 보고 체계에 문제가 있기 때문이다. 건강센터장이 학내가 아닌 중앙대병원에 상주하고 있어 건강센터와 소통을 원활히 하기 힘들다. 또한 중앙대병원에서 근무하는 건강센터장과 학내에서 근무하는 교학부총장의 의견 교류도 쉽지 않은 상황이다. 건강센터 송정희 부장은 “메르스의 위험성을 알고 있었음에도 학생들에게 주의하라는 메일을 보내는 정도밖에 할 수 없었다”며 “부총장, 더 높게는 총장까지 관련 정보가 보고되지 않았기 때문이다”고 말했다.
 

  감염병 관리 매뉴얼 접근성 높여야
  교육부는 지난해 12월 ‘학생 감염병 예방·위기대응 매뉴얼(대학교용)’을 각 대학에 배포했다. 매뉴얼에 따르면 각 대학은 자체적으로 현 실정에 맞는 감염병 관리 규정과 매뉴얼을 구축해야 한다.
중앙대는 학내 안전관리와 지속적인 상황관리체계 유지를 위해 ‘중앙대 종합 안전관리 매뉴얼(안전관리 매뉴얼)’을 만들었다. 안전관리 매뉴얼에는 다양한 재난 상황에 더해 감염병 발생 시 대응 절차가 설명돼있다. 또한 중앙대 실정에 맞게 구성됐으며 사전·사후 조치뿐만 아니라 행동요령까지 담겨있다.
 
  하지만 감염병 대응 절차가 담긴 안전관리 매뉴얼은 최근(지난 10일)까지 일반 학생이 열람할 수 없었다. 매뉴얼을 열람하기 위해서는 중앙대 홈페이지-안전관리 길라잡이-안전관리정보센터-일반자료실에 접속하는 번거로운 절차를 거쳐야 한다. 정진원 교수(의학부)는 “모든 매뉴얼을 공개하면 감염병에 대한 불안감을 유발할 수 있다”며 “학생들이 감염병 대처에 쉽게 나설 수 있도록 대응 절차의 핵심이 담긴 간단한 매뉴얼을 공개할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감염병 걸려도 출석 인정 안 된다?
  감염병과 관련한 학사제도도 아직 미비한 상황이다. 한 학생이 감염병으로 확진되더라도 입원하지 않을 경우 수업출석을 인정받지 못할 수 있다. ‘학사 운영 규정Ⅰ’에 따르면 질병에 걸린 학생이 출석을 인정받으려면 입원확인서를 제출해야 한다.
 
  신종플루는 입원하지 않고 자택 격리만으로 치료할 수 있어 입원하는 경우가 드물다. 지난 2009년 대학본부는 신종플루 감염 학생에게 등교중지 조치를 내렸다. 당시 보건관리소(현 건강센터)는 신종플루 감염으로 등교하지 못하는 학생을 위해 출석 인정서를 발급했다. 건강센터 송정희 부장은 “신종플루에 감염된 학생들이 피해를 입지 않도록 하기 위해 출석 인정서를 발급했다”며 “하지만 학칙에 명시되지 않아 출석 인정을 거부하는 교수도 있었다”고 말했다.
 
  대학본부는 다음학기 시행을 목표로 해당 규정 개정을 검토 중이다. 학사팀 이주호 팀장은 “학생이 감염병으로 인해 결석할 경우 출석 인정을 받을 수 있도록 학칙을 개정할 예정이다”며 “만약 개정 작업 중에 감염병이 발생하면 총장 결재를 통해 해당 학생들이 출석 인정을 받을 수 있도록 조치할 계획이다”고 말했다.
 
 
  상시 컨트롤 타워 설치 권고했지만…
  지난해 12월 교육부에서 배포한 ‘학생 감염병 예방·위기대응 매뉴얼(대학교용)’에 따르면 각 대학은 총장 직속의 감염병 관리 의사결정 기구인 ‘감염병관리위원회(가칭, 감염병관리위)’를 만들어 감염병 발생감시 체계를 구축해야 한다. 위원회 내에는 감염병 총괄관리자, 발생 감시 담당자, 부서별 관리자 등을 지정해야 한다. 감염병관리위는 감염병 정보를 한 곳에 취합하고 대응 지시를 내린다. 교육부 대학학사제도과 박상열 사무관은 “각 대학이 상시 운영되는 감염병 컨트롤 타워를 구성해 운영하는 것으로 알고 있다”고 말했다.
 
  하지만 중앙대에는 상시 운영되는 감염병 컨트롤 타워가 없다. 감염병 사태가 발생하면 중앙대는 긴급 대책위원회를 꾸려 감염병 컨트롤 타워 임무를 수행하게 한다. 기획팀 홍영훈 팀장은 “메르스 사태를 돌이켜보면 감염병관리위 필요성을 느낀다”며 “감염병관리위 구성을 의무부총장, 건강센터, 중앙대병원과 논의하겠다”고 말했다.
 
  하지만 감염병관리위의 실효성은 물음표다. 건강센터 송정희 부장은 “감염병과 관련된 정보를 한곳에 모아 대응하는 방안은 긍정적이다”며 “하지만 감염병 증상을 제대로 파악할 수 있는 교직원 수는 제한적이므로 원활하게 운영될 수 있을지 의문이다”고 말했다. 정진원 교수(의학부) 역시 감염병관리위 운영에 대해 회의적이다. 대신 그는 대학병원과 대학 간의 연결 체계를 더욱 긴밀히 하고 전체 교직원에게도 감염병에 예방·관리에 대한 교육을 강화할 필요가 있다고 주장했다.
 
  교육부 관계자의 말과 달리 대부분 대학에는 상시 운영되는 감염병 컨트롤 타워가 존재하지 않는다. 연세대 건강센터 보건관리팀 이승연 팀장은 “컨트롤 타워 구성 관련 논의가 있었지만 흐지부지해졌다”고 말했다.

 

  다만 메르스 사태 이후 연세대는 ‘감염병 대책기구 구성(안)’을 제작했다. 대책기구는 감염병 발생 시에 구성되지만 구성(안)에 따르면 대책기구 소집조건, 업무사항, 구성위원, 후속조치 등이 명확하게 명시돼 체계적인 대응 절차를 갖춘다.
 

  행보 엇갈린 양캠 생활관
  양캠 생활관은 메르스 사태 이전부터 감염병 예방을 위한 조치를 취해왔다. 먼저 입관 전 결핵 검사에서 이상이 없는 관생에 한해 입관을 허용한다. 또한 정기적으로 생활관 내부를 소독하고 있다. 만약 생활관 내에서 감염병 환자가 발생하면 해당 학생은 즉지 귀가 조치하고 같은 호실 사용자는 감염병 여부를 검사받는다.
 
  메르스 사태가 발생한 지 2년이 지난 지금 양캠 생활관의 감염병 대비는 서로 다른 양상을 보였다. 서울캠 생활관은 비상대기호실 4개를 마련해 상시 운영하고 감염병이 발생하면 특수 방역 소독을 진행하도록 제도를 마련했다. 서울캠 생활관 조정희 차장은 “감염 확진자가 사용한 호실은 감염병병원체에 오염될 가능성이 크다”며 “룸메이트를 비상대기호실로 이동시키고 감염병 여부가 확인될 때까지 격리 조치를 취한다”고 말했다.
 
  비상대기호실은 2인실 규모로 308관(블루미르홀), 309관(제2기숙사)에 각각 남녀 1개 호실씩 준비됐다. 퓨처하우스와 글로벌하우스 관생들도 감염병 사태 발생 시 블루미르홀과 제2기숙사의 비상대기호실로 이동한다.

  반면 안성캠 생활관에는 메르스 사태 이후에도 제도 개선이 이뤄지지 않았다. 안성캠 생활관 장지훈 과장은 “생활관 내 감염병 발생 시 초동 대처가 중요하다”며 “감염병에 대한 전문적인 정보가 부족하므로 감염병 사태가 발생하면 건강센터 등 전문 기관과 협조해 대응할 계획이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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