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딴지 걸기’는 어떤 일이나 형상에 대해 불만을 표시하거나 훼방을 놓는 행위를 뜻합니다. 이번학기 기획부는 불편함을 당연시하는 우리 사회에 정당한 딴지를 걸어보려 합니다. 다섯 번째 딴지 주제는 바로 ‘생리하는 여성’입니다. 인류의 절반이 인생에 약 오백 번 피를 흘리는 생리를 합니다. 그러나 그 경험은 항상 은밀하게 여겨져 명칭조차 월경, 생리, 멘스부터 대자연, 마법, 그날 등으로 분분한 현실이죠. 왜 생리는 말해선 안 되고 어쩔 수 없이 감내해야 하는 불편으로 여겨져야 할까요? 생리하는 여성은 있지만 생리권은 없는 현실에 딴지를 걸어봤습니다.


  “생리를 하면 감정 기복이 극에 달해서 심술이 났다가 우울해졌다가 모든 게 내 잘못인 것 같다가 또 진짜 이상한 것에 웃게 돼요. 그래서 남한테 피해 주지 않으려고 끊임없이 제 감정을 검열하곤 하죠. 남에게도 자신한테도 미안함을 느껴요.” - 최유정(가명·경영학부 3)


  “인턴 생활 중 생리통이 심해서 약을 사와야 하는데 구성원분들이 어디가 아프냐고 물어볼까 봐 조마조마했어요. 적절한 핑계를 궁리한 뒤에야 약국에 가겠다고 말하는 저 자신이 안타깝더라고요.” - 김소영(가명·서울대 자유전공학부)


  “생리 중에 물에 들어가기가 부담스러워서 수영 수업을 참관만 했어요. 하지만 학기 말에 체육 선생님이 출석으로 인정해주지 않겠다고 하셨어요. ‘생리를 하더라도 물에 들어가면 수압으로 인해 피가 나오지 않는다’는 이유였죠.” - 이지은(가명·연세대 노어노문학과)


  “심한 장난에 화를 내고 있는데 ‘야 쟤 그날인가 봐’라며 단정하는 친구들이 있었어요. 그리고 나선 보란 듯이 자기들끼리 ‘왜 짜증이야, 너 거기 피 묻어있냐?’라고 비아냥댔어요.” - 강예림(가명·사회복지학부 3)


  “생리통에 효과 있는 진통제를 찾기 위해 혼자 임상시험을 거듭했어요. 근데 잘 드는 약이 부작용이 심해서 하루에 한 번만 먹을 수 있대요. 꾹 참으며 아껴뒀다 먹어야 해요. 매달 지출하는 진통제랑 생리대 비용이 크게 부담돼요.” - 유설아(한국화전공 4)

 

 

 
진짜 생리 이야기

 

빨간색 액체가 묻은 생리대 사진을 보고 가질 수 있는 생각은 다양하다. 누군가는 처음 본 낯선 장면에 놀라거나 눈살을 찌푸리며 혐오감을 느낄지도 모른다. 또 누군가는 달마다 하루에 대여섯 번씩 손에 들던 것임에도 지면에 놓인 현실적인 모습에 창피해할 수도 있다. 그 반응에 담긴 함의 또한 저마다 다르다. 생리하는 여성에게 생리는 무엇일까. 지난 10,11일 양일간 20대 여성 300명을 대상으로 생리에 관한 설문조사를 시행했다.


  힘들다 보이는 것보다
  약 67.7%(203명, 중복응답)의 20대 여성들이 자신의 삶 속 생리의 의미를 ‘신체적 통증’이라고 답할 만큼 생리는 여성의 몸에 많은 통증을 불러온다. 개인마다 느끼는 통증과 강도는 다르지만 평균적으로 5점 만점 중 3.85점 정도의 불편을 호소했다. 구체적인 증상은 개개인마다 다양했다.


  설문의 한 응답자는 생리 기간에 생기는 자신의 신체 변화를 다음과 같이 묘사했다. “한 달 동안 열심히 살을 빼고 매일 밤 피부 관리를 해요. 그래 봤자 생리 기간 동안 식욕의 충동으로 도로 몸무게 자릿수가 올라가고 어김없이 여드름이 나죠. 진통제를 먹지 않으면 의자에 앉아있을 수 없을 만큼 아랫배가 아프고 무엇을 먹든 반드시 설사해서 온종일 굶는 것을 택하기도 해요.”


  ‘정신적 스트레스’는 생리의 또 다른 이면이다. 약 61.3%(184명, 중복응답)의 여성은 중복응답을 통해 ‘예민해진다(약 71.7%, 215명)’, ‘기분 변화가 심하다(약 60%, 180명)’, ‘우울하고 불안하다(약 38%, 114명)’ 등의 심리적 증상을 호소했다. 나아가 약 3.3%(10명)의 여성들은 ‘자해 혹은 자살 충동을 느낀다’고 답했다. 호르몬의 변화 자체가 심리적 부담을 유발한 결과다.


  하지만 더 큰 스트레스는 아픈 몸과 마음을 자신이 아닌 주변 사람들을 위해 감추며 아무렇지 않은 척해야 한다는 강박에 기인한다. 약 53.3%(160명)의 여성이 ‘통증 등을 숨기고 일상에 임해야 한다’는 불편을 토로했다. 설문의 한 응답자는 “계속된 통증에 식은땀을 흘리며 약국으로 기어가 진통제를 산 후 주변 어른들로부터 ‘조금만 더 참아보지’라는 말을 들었다”며 설움을 털어놨다.


  통증뿐 아니라 생리를 하고 있음을 암시하는 모든 현상도 숨겨야 하는 대상이다. 대다수 여성은 ‘생리혈이 새는 것(약 87.7%, 263명)’, ‘냄새가 퍼지는 것(약 81%, 243명)’등에 조바심을 느끼고 있었다.


  공유되지 못한 일상
  생리가 숨김의 대상이 된 결과 여성의 일상은 생리와 무관하게 계속되어야 했다. 만약 생리가 일상에 지장을 준다면 그 책임은 오로지 여성 자신의 몫으로 치부되기 때문이다. 약 79.3%(238명, 중복응답)의 여성이 ‘시험, 발표 등 중요한 행사와 주기가 겹칠 때’ 불안을 겪는다.


  생리 공결, 생리 휴가 등의 제도적 보완이 이뤄졌지만 여성이 체감하는 현실 속 제도는 의도대로 실현되지 않고 있다. 약 59%(177명, 중복응답)의 응답자가 ‘사회는 생리 공결, 생리 휴가 등 여성에게만 특권이 주어진다고 생각하는 것 같다’고 응답했다. 한 응답자는 “한 대학교 대나무숲에서 여성이 생리 공결권을 특혜로 사용하기 때문에 없애야 한다는 글을 봤다”며 자신에게 없어선 안 될 생리 공결권의 사용이 악용으로만 인식돼 속상하다고 말했다. 이처럼 필요에 의한 권리가 선택에 의한 특권이 되는 순간 선택은 불가능하다.


  결국 일상에서 느끼는 가장 큰 불편은 이해받지 못하는 나만의 생리라는 점에 기인했다. ‘여성의 신체에 대한 이해가 부족한 것 같다(약 66.7%, 200명)’, ‘은밀한 개인의 영역으로 생각하는 것 같다(약 66.3%, 199명)’ 등 응답자들은 사회가 여성의 생리를 온전히 수용하지 않는다고 느끼고 있었다(중복응답).


  “편의점 계산대에 생리대를 올려놓자마자 폭탄이라도 본 듯 황급히 검은 비닐봉지에 넣어서 내밀던 직원을 보며 생리하는 여성인 내가 천하다는 느낌을 받았다”, “생리는 싸고 싶을 때 화장실 가서 싸면 되지 생리대가 왜 필요하냐는 물음에 더 할 말이 없었다”… 응답자들이 들려준 경험에는 생리로 인해 고립된 여성의 일상이 여실히 드러난다.


  그 고립 속에서 여성들조차 생리를 피하게 됐다. 약 94.7%(284명)의 응답자는 생리를 생리가 아닌 ‘대자연’, ‘그날’ 등으로 돌려 표현한 적 있다고 답했다. 생리라는 단어 자체를 ‘공공연하게 말해선 안된다(약 54.6%, 155명)’고 느끼며 ‘대체 단어를 은어로 사용(약 59.5%, 169명)’하는 것이다(중복응답). 취재 중에도 응답자들은 생리를 묵음으로 발음하거나 사람들이 듣지 못하는 곳에 가서 얘기하는 모습을 보였다. 한 응답자는 공공연하게 말했을 때 질타를 받았던 경험을 예로 들며 이후 듣는 이를 ‘배려’하기 위해 돌려 말할 수밖에 없었다고 말했다.


  어쩔 수 없는? 어찌해서든!
  생리 중 불편함을 감소시키기 위해 사용하는 생리용품 중 약 94.7%(284명)가 ‘일회용 패드 생리대’를 사용하고 있다. 하지만 일회용 패드 생리대에 대한 만족도는 5점 만점 중 3.05점이었으며 가격에 대해선 5점 만점에 3.99점으로 평균 이상의 부담을 느끼고 있는 것으로 드러났다.


  한 응답자는 일회용 패드 생리대에 대해 “대체품을 찾지 못해 쓰고는 있지만 피부 쓸림, 냄새 등이 불편하다”며 어쩔 수 없는 현실에 익숙해져 평가의 의미를 느끼지 못했다고 답했다. 한 달에 최소 5일 이상 사용해야 하는 일회용 생리대의 가격에 대해 한 응답자는 “위생을 위해 자주 교체해야 함을 알지만 가격이 부담스러워 버티곤 한다”고 답했다.


  설문에 응답한 20대 여성의 약 96%(288명)가 ‘생리 좀 안 했으면’이라는 생각을 했다고 한다. 그중 약 20.1%(60명)는 생리를 억제할 수 있는 피임 시술을 받아볼 의향도 있다고 한다. 생리를 선택할 수 있다면 오늘날 20대 여성들은 지금과 다른 삶을 선택할지 모른다. 선택 없는 책임을 오롯이 혼자 감당해야 하는 여성은, 여전히 피를 흘리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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