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지난해 11월 3일 서울캠 중앙마루에 800여 명의 학생이 모여 시국선언을 했다.  
 
▲ 시민들이 촛불을 들고 세종문화회관에 걸린 설치미술품 앞에 앉아있다.
 
  분노한 사람들이 광장으로 나오다
  지난해 10월 24일 박근혜-최순실 게이트가 터지고 속속들이 밝혀지는 사실에 많은 국민이 분노했습니다. 대통령을 포함한 비선실세가 전 국민을 기만한 사상 초유의 국정농단 사태였으니까요.
 
  대학생도 분노했습니다. 사태의 중심에 선 이화여대의 시국선언을 필두로 대학가에는 시국선언이 끊이질 않았습니다. 중앙대에서도 지난해 11월 3일에 800여 명의 학우가 참여한 시국선언이 열렸죠.
 
  시민은 광장으로 모였고 대학생도 함께 했습니다. 광화문에서 만난 이주호 학생(서울대 지구환경과학부)은 “부모님이 이런데 나간다니까 위험하다며 말리셨지만 몰래 나왔어요. 우리나라가 헬조선이라는 비판을 벗어나기를 바라는 마음에 참가했습니다”고 말했습니다.
 
  지난해 12월 3일에 전국에서 열린 촛불집회는 주최 측 추산 232만 여 명이 참가해 대한민국 역사상 최대 규모의 촛불집회가 되기도 했죠.
 
 
▲ 탄기국 집회 참가자가 태극기를 배경으로 박근혜 전 대통령의 탄핵을 반대하는 피켓을 거꾸로 들고 있다.
  
▲ 탄핵이 가결되고 두 달이 흘렀지만 광장에는 여전히 많은 시민이 모였다.
 
  국회가 응답하다
  국민의 목소리는 국회까지 미쳤습니다. 지난해 12월 9일 국회의원 총 300명 중 234명의 찬성으로 정족수 3분의2를 넘겨 대통령의 탄핵 소추안이 가결된 것이죠. 탄핵소추 의결서가 청와대에 도착하면서 박근혜 전 대통령의 직무는 정지됐습니다.
 
  사건이 헌법재판소로 넘어가자 대통령 탄핵 결정이 기각되길 바라는 탄기국(대통령 탄핵 기각을 위한 국민총궐기 운동본부)이 결성됐습니다. 그들은 보수단체를 표방하며 태극기를 내건 집회를 열어 촛불집회와 대립했습니다. 국회에서 탄핵이 가결되고 헌법재판소에서 인용되기까지 91일 동안 대한민국은 더욱 선명하게 둘로 나뉘어갔습니다.
 
  태극기 집회를 마주한 장재원 학생(서울과기대 기계시스템디자인공학과)은 “폭력적으로 변해가는 탄기국 집회를 보면 두려워요. 탄핵이 인용되더라도 변하는 게 없을 것 같네요”라며 걱정했습니다. 격앙된 지지자들이 사진 찍던 기자를 태극기로 때리는 일도 빈번했죠.
 
  탄핵이 가결됐지만 사람들은 여전히 광화문으로 향했습니다. 방학 중인데도 대학생들은 저마다의 학교 깃발을 들고, 과잠바를 입고 친구들과 함께 광장에 나왔습니다.
 
 
▲ 탄핵이 인용된 후 열린 집회에서는 지난 집회들과 달리 모든 참가자의 얼굴에 함박웃음이 그려진 모습을 볼 수 있었다.
 
▲ 지난달 30일 피의자 박근혜 전 대통령이 구속되기 전 마지막으로 자택을 나서고 있다.
 
  헌재와 검찰이 심판하다
  지난달 10일 오전 11시 21분. 이정미 헌법재판소장 권한대행이 결정문을 낭독합니다. “주문, 피청구인 대통령 박근혜를 파면한다.” 재판관 8명은 만장일치로 박 전 대통령의 파면을 결정했습니다.
 
  대통령이 파면되자 탄핵 반대 측 시위가 과격해지며 박 전 대통령의 지지자 3명이 목숨을 잃었습니다. 이념을 넘어 비극적인 일이었지만 박 전 대통령은 자신의 지지자가 목숨을 잃은 사태에 일언반구도 없었죠.
 
  다음날 촛불집회는 축제의 장이었습니다. 사람들은 기뻐하며 노래를 불렀고 그림자가 드리웠던 참가자들의 얼굴에는 어느새 웃음꽃이 피어있었습니다. 광장에선 대학생들이 노래에 맞춰 손을 맞잡고 함께 강강술래를 추기도 했죠.
 
  이윽고 지난달 21일에 박 전 대통령은 더 이상 전 대통령이 아닌 피의자 박근혜로 서울중앙지방검찰청에 출석했습니다. 열흘 뒤, 박 전 대통령은 구속영장을 받아 서울구치소에 수감됐죠.
 
  
▲ 지난달 11일 박근혜 전 대통령 탄핵이 인용된 후 열린 집회에서 대학생들이 환호하고 있다.
  우리도 사회의 구성원이다
  우리는 잘못된 지도자를 촛불로 멈춰 세우고 죗값을 따져 묻기 위해 구속하기에 이르렀습니다. 수백만 명의 사람이 한데 모여 만든 결말을 지켜본 소감은 어떠셨나요?
 
  유태양 학생(한예종 한국예술학과)은 “이번 탄핵을 통해 민주주의가 국민이 직접 주권을 행사하는 정치체제라는 사실을 실감할 수 있었습니다”라며 민주 시민으로서 해야 할 역할을 성취한 기쁨을 말했습니다. 오민재 학생(상명대 사진영상미디어학과)은 대학생이 더 열심히 목소리를 내야 한다고 말합니다. “더 나은 세상을 위해 우리는 계속 움직여야 합니다. 앞으로 우리가 살아갈 미래를 만드는 일이니까요.”
 
  이주호 학생은 “내 목소리가 사회를 움직이는 힘에 보탬이 돼서 뿌듯했어요. 나와 같은 사람들의 목소리가 하나둘씩 모여서 큰 목소리가 됐다는 게 경이로웠습니다”라며 벅찬 심정을 드러냈습니다. 
 
  대학생인 우리가 함께 걸었던 멋진 순간들은 역사가 됐습니다. 이제 대선이 머지않았습니다. 우리는 촛불이 걸어온 길을 교훈 삼아 더 나은 내일을 그릴 수 있습니다.
 
 
▲ 한 집회참가자가 빛나는 광장을 배경으로 촛불을 들어 올렸다. 촛불은 함께 빛났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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