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느덧 추운 겨울이 지나고 따뜻한 새봄이 찾아왔다. 새학기를 시작하면서 항상 생각하는 것이지만 학교 교정에 겨울철 죽어있던 것처럼 앙상했던 가지가 파릇파릇한 새싹들을 돋아내고 꽃을 피우는 것을 보면, “아! 다시 시작이구나”하는 생각이 든다. 겨우내 죽어있는 것처럼 보였던 앙상한 가지들은 이렇게 새봄을 맞이할 준비를 하면서 그 추운 겨울 차가운 눈바람을 이겨냈으리라.

  17학번 새내기들을 보면서 28년 전 대학에 입학했을 때가 생각났다. 몇 년간 차가운 바람과 눈보라를 견디며 고난을 이겨내고 따뜻한 봄을 맞이하며 대학에 입학했던 기쁨 말이다. 차가운 겨울이 지나면 아름다운 꽃이 피는 봄이 오고, 꽃이 떨어지는가 하면 풍성한 열매가 맺히는 가을이 온다. 그리고 차가운 바람과 함께 다시 새로운 봄을 준비하는 겨울이 오는 것은 마치 인생과도 같다.
 
  그리스 신화에는 크로노스와 카이로스의 시간이 있다고 한다. 크로노스는 모든 사람에게 주어져 일반적으로 흘러가는 객관적 시간을 말한다. 이에 비해 카이로스의 시간은 의미 있는 행동을 할 때만 흘러가는 상대적 시간이다. 예를 들어 공부하기 위해 도서관에 앉아 있으면 크로노스의 시간이 흘러간다. 그러나 카이로스의 시간은 열심히 공부할 때에만 흘러간다. 이러한 점에서 인생의 성공과 실패는 크로노스가 아닌 카이로스의 시간을 어떻게 보내는 가로 결정된다.
 
  만약 카이로스의 삶을 살지 못했다면 어떻게 해야 할까? 다시 시작하면 된다. 다행히 신은 인간의 나약함을 알고 모든 사람에게 세 번의 기회를 주었다고 한다. 살면서 세 번의 기회는 반드시 온다. 그러나 기회는 준비하는 영혼에게 주어진다. 그리스 신화 속 기회의 신이기도 한 카이로스는 앞에는 머리가 있지만, 뒤에는 머리가 없다고 한다. 앞에 기회가 있을 때는 잡을 수 있지만 지나가면 잡을 수 없다는 것이다.

  현대인의 수명을 비유해 100세 시대라고 부른다. 이러한 사람들의 일생을 4등분해 봄, 여름, 가을, 겨울로 비유한다면 20대 초반의 대학생 시기는 분명 봄에 해당할 것이다. 다시 말해 20대 초반의 대학생활은 인생의 봄으로서 가장 빛나는 시기요, 무한한 가능성과 희망이 존재하는 시기다.
 
  중요한 것은 지나간 시간은 다시 돌아오지 않는다는 것이다. 우리 중앙대 모든 학생이 다시 돌아오지 않을 대학생활을 소중하게 생각하고 후회 없이 보내기를 바란다. 더는 열심히 할 수 없을 만큼 공부도 해보고 사랑도 해 보고 대학의 낭만도 즐기기를 바란다. 모든 시간을 주어진 기회로 삼아 크로노스가 아닌 카이로스의 대학생활이 되길 바란다.
 
  바로크 음악의 시대를 열었던 비발디의 사계는 이러한 인생의 사이클을 음악으로 잘 표현해 놓았다. 오늘 따뜻한 커피 한 잔과 함께 비발디의 사계를 들으며 인생의 새로운 봄을 시작해 보는 것은 어떨까?
 
최진호 교수
음악학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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