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랑이 떠나가도 가슴에 멍이 들어도 한순간뿐이더라 밥만 잘 먹더라’ 가수 옴므의 노래 ‘밥만 잘 먹더라’에서는 괴로운 이별을 하고도 잘 살아간다는 뜻을 ‘밥을 잘 먹는다’로 표현했습니다. 실제로 우리는 아무리 힘든 일이 있더라도 ‘밥은 먹어야지’하며 끼니를 챙기곤 하는데요. 이번주 ‘캠퍼스를 거닐며’는 ‘밥’에 대해 이야기하려 합니다. 여러분에게 밥을 먹는다는 것은 무슨 의미인가요? 당신은 밥을 잘 먹고 있나요? 

▲ 살기 위해 꼭 필요한 시간, 밥


 

▲ 김승현(경영학부 3)


당연한 존재 같다가도 

거르면 생각나고 없으면 안 되고

 
  “현실적으로 하루에 세 끼 다 챙겨 먹기 어렵잖아요. 그래서 한 끼를 먹더라도 맛있는 걸 먹자는 주의예요. 이왕 밥 먹는 거 맛없는 음식으로 배 채우기보다 맛있는 음식을 먹으면 좋잖아요. 맛있는 음식은 삶의 원동력 아닌가요?(웃음)”
 
  -맛있는 음식 예찬가네요.

  “맛있는 음식을 먹으면 걱정이 사라지고 기분도 좋아져요. 그러면 자연스레 주변 사람들에게도 더 잘하게 되고요.”

  -제일 좋아하는 음식은 무엇인가요?
 
  “음. 딱 하나만 고르라고 하면 어려워요. 그런데 전 고기가 없으면 밥을 잘 못 먹는 편이에요. 물론 채소도 먹지만 생선!, 고기! 너무 좋아해요.”

  -평소에 고기를 자주 먹나 봐요.

  “자취하면 고기를 자주 못 먹는다고 하잖아요. 그런데 사실 마음만 있다면 어렵지 않은 일이거든요. 정육점에서 삼겹살을 사서 구워 먹거나 간단하게 치킨을 시켜 먹으면 되죠. 배고플 때 치킨 한 마리랑 맥주를 같이 먹으면 최고예요.”

  -치킨은 언제 먹어도 맛있죠.

  “맞아요. 어느 날은 치킨이 너무 먹고 싶은데 자취방에서 전화가 안 터지는 거예요. 고민하다 친구에게 자취방 주소로 치킨 한 마리만 시켜달라고 부탁했어요. 처음에는 제 부탁에 당황하다가 결국 시켜주더라고요. 그 날도 맛있게 먹었죠.(웃음)”

  -주변에 밥과 같은 존재가 있다면?

  “동아리 친구들이요. 한 명 한 명 이름을 불러주고 싶은데 괜찮나요? 서연이, 수정이, 오석이, 동석이, 남규, 창환이…. 밥을 거르면 배고프고 여유가 없어지잖아요. 이 친구들이 제게 그런 존재예요. 너무 자주 봐서 당연한 존재 같다가도 안 보면 보고 싶고 없으면 안 되죠.(웃음) 저도 주변 사람들에게 밥과 같은 존재였으면 좋겠네요.”

▲ 김홍재(광고홍보학과 2)

소중한 사람과 

밥 한끼 챙겨 먹고싶어요

 
  “빨리 먹고 다시 일하러 가야 해요. 밥 먹는 시간을 따로 내기보다 일정 중에 틈이 생기면 간단히 때우는 편이죠. 그래서 카우버거 같이 간편하게 고열량을 섭취할 수 있는 메뉴를 먹어요.”

  -무슨 일을 하는데요?

  “경영경제대학 퍼포먼스 동아리 ‘소름’의 회장직을 맡고 있어요. 한창 공연준비와 무대 기획을 준비하느라 바쁜 시기를 보내고 있죠.”

  -말은 그렇게 해도 표정은 즐거워 보이는데요?

  “처음 회장직을 맡았을 땐 밥 먹을 시간도 없이 너무 바빠서 스트레스를 많이 받았어요. 그런데 점점 일에 중독되는 거 있죠? 지난 주말엔 오랜만에 여유로웠는데도 편히 쉬지 못했어요. 이틀 동안 아무것도 안 하려니 몸이 간지럽더라고요. 하루가 채 지나지 않아 다음 주에 할 일을 준비했죠.”

  -핼쑥해 보여요.

  “음. 밥을 잘 안 챙겨 먹는 게 습관이 돼서 그런가. 배가 잘 고프지 않네요. 보통은 하루에 한 끼 먹고 온종일 굶을 때도 잦아요.”

  -배가 안 고프다고요?

  “딱히 배고픔을 잘 느끼지 못하는 것 같아요. 배고파도 그만, 안 고파도 그만이거든요. 제겐 밥보다 더 큰 에너지가 있어요.”

  -어떤 에너지인데요?

  “친구들의 격려가 큰 힘이 돼요. 제가 힘든 걸 알아주고 응원까지 해주니 정말 고맙죠. 제게는 한 숟갈의 밥보다 친구들의 응원 한 마디가 더 든든한 에너지예요.”

  -특별히 기억에 남는 말이 있다면요?

  “오래전에 한 친구가 제게 ‘너는 빛이 나는 사람이야’라고 말해줬어요. 그 친구는 아마 기억하지 못할 테지만 전 그 말을 몇 년이 지난 지금까지도 되뇌며 힘을 내죠.”

  -그런 친구에게 너무 고맙겠어요. 

  “네. 정말 고맙죠. 바쁘게 일하는 것도 좋지만 시간에 쫓겨 주변 사람들을 못 챙길 때면 공허해져요. 밥 한 끼를 같이 못 먹네요.”

  -지금 가장 밥을 같이 먹고 싶은 사람은 누구예요?

  “부모님이요. 가장 가까운 사람이지만 그만큼 못 뵈는 부모님과 밥 한 끼 하고 싶어요.”
 
 
▲ 박윤지(좌측·경제학부 3) 노다예(우측·경제학부 3)

밥은 사람과 사람을 이어주는 존재죠

 
  다예: “저희는 먹는 걸 정말 좋아해요.”
  윤지: “지금도 짧은 공강 시간을 틈타 편의점에 들려 삼각 김밥과 컵라면을 사 오는 길이에요.”

  -손에 들고 계시는 음료수는 뭐에요?

  다예: “아, 이거요? 방금 경영경제대 학생회에서 도넛과 음료수를 나눠주는 행사를 하더라고요. 냉큼 받아왔어요!”

  -정말 먹는 걸 좋아하나 봐요.

  윤지: “맛있는 음식을 먹는 것도 좋아하지만, 좋아하는 사람과 함께 밥을 먹으며 보내는 시간이라 더 소중해요. 전 밥이 사람과 사람을 이어준다고 생각하거든요. 남녀가 처음 만난 소개팅 자리에서 밥 이야기를 나누며 가까워지기도 하잖아요.”
  다예: “전 자기 전까지 음식 생각을 할 정도로 먹는 걸 좋아해요. 요즘 다이어트를 하느라 저녁을 안 먹고 있는데 쓰라린 배고픔을 ‘먹방’을 보며 이겨내죠.”

  -기억에 남는 식사시간은 언제인가요?

  윤지: “고등학교 때 먹었던 급식이 그리워요. 제가 다녔던 학교는 급식실이 없어서 교실에서 먹었거든요. 급식시간마다 여럿이 책상을 붙여서 밥을 먹던 추억이 있어요. 교복을 다시 입더라도 그때로는 돌아갈 수 없잖아요. 지금 와서 돌아보면 참 소중한 기억이에요.”
  다예: “최근에 저희 할머니, 할아버지께서 돌아가셨어요. 원래 명절마다 할머니 댁에 친척들이 함께 모여 밥을 먹곤 했는데 할머니, 할아버지께서 돌아가신 이후로 친척들이 모이는 계기가 사라졌죠. 이번해엔 저희 가족끼리만 조촐하게 명절을 보냈는데 할머니 댁에서 친척들과 먹었던 밥상이 생각났어요. 친척들과 함께 하는 밥상이 당연했는데 지금은 그리운 식사가 됐네요.”

  -밥 시간이 편하지만은 않았던 적도 있나요?
 
  윤지: “시험기간이요. 시간이 없어 빨리 먹어야 되잖아요.”
  다예: “저는 ‘혼밥’을 할 때요. 얼마 전 태어나서 처음으로 혼자 밥을 먹었는데 너무 외롭더라고요. 다른 사람들은 다 일행이 있어 보이는데 저만 혼자인 거 같아서요. 그래서 바쁜 일이 있는 것처럼 후다닥 먹고 나왔어요.”

  -지금 밥 한 끼 하고 싶은 분이 있다면?

  다예: “밥을 함께 먹을 남자친구가 있었으면 좋겠어요.”
  윤지: “저도요. 저희 다 잘 먹어요. ‘내찜닭’도 좋고요. 학식도 좋아요.”
  다예: “전, 삼각 김밥도 좋습니다!(웃음)”
  윤지: “저희에게 밥 같은 존재가 되어주실 남자친구를 찾아요.”
저작권자 © 중대신문사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