Q. 요즘 한국, 어때요? A. 혼란스럽지만 뭉클하고, 아쉽고도 부러워요 - 중대신문
최종편집 : 2017.10.12 목 11:42
기획기획
Q. 요즘 한국, 어때요? A. 혼란스럽지만 뭉클하고, 아쉽고도 부러워요세계에 묻다
김풀잎 기자  |  leaf@cauon.ne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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승인 2017.04.03  01:10:0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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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주일이 멀다 하고 전 대통령을 칭하는 말이 달라지는 나라, 대한민국입니다. ‘Park Out’ 탄핵이 결정된 날 CNN의 헤드라인이었습니다. 수많은 외신은 한국의 젊은 민주주의가 진화하는 과정을 지켜보고 있습니다. 그렇다면 과연 한국에서 생활하고 있는 외국인 유학생들이 직접 보고, 듣고, 느낀 한국 사회는 어떤 모습일까요. 그들에게 물었습니다.  
 
   
 
 
풀잎: 반갑습니다! 진행을 맡은 기획부장 김풀잎입니다. 지난 31일 박근혜 전 대통령이 구속됐다는 소식은 들으셨나요? 다들 할 말이 많을 것 같은데요. 먼저 자기소개를 부탁드려도 될까요? 
유경: 대만에서 온 여유경이에요. 지금은 한양대 국어국문학과에서 공부하고 있어요. 한국 음악을 좋아하다 보니 한국어까지 배우게 됐어요.
  스펜서: 안녕하세요, 미국인 스펜서입니다. 한국외대 국제학부 16학번이에요. 어렸을 때 한국에서 온 친구들이 많았어요. 그 친구들이랑 많은 시간을 보내다보니 지금은 한국이라는 나라를 너무 좋아하게 됐어요. 
  에나: 교환학생 프로그램으로 중앙대에서 일본어문학전공을 하고 있는 하시모토 에나입니다. 그냥 에나라고 불러주세요.
조나단: 한국 정부 초청 외국인 장학생으로 콜롬비아에서 온 조나단이에요. 서울대 건설환경공학부에서 졸업 전 마지막 학기를 보내고 있습니다. 
  
  아름답게 자라는 민주주의
  풀잎: 다들 현재 한국의 정치 상황이 어떤지 알고 있을 것 같아요. ‘Park Out’이라고…
에나: 물론 알죠. 제가 한국에 온 날, 박근혜 전 대통령의 탄핵안이 가결됐어요. TV, 인터넷 등 모든 매체에서 온종일 전 대통령 얘기만 나왔죠. ‘박근혜·최순실 게이트’라고 부르더라고요. 공권력을 일반인 측근을 위해 부당하게 사용했다고 들었어요. 
  유경: 그 뿐만이 아니에요. 그들은 한국의 재벌과도 결탁했어요. 
  스펜서: 결국 분노한 한국인들은 촛불집회를 열어 대통령 탄핵까지 성공시켰잖아요. 저도 촛불집회에 참여해 봤어요. 촛불과 사람으로 가득 찬 광화문을 바라보면서 영감 같은 것을 얻었죠.
조나단: 아, 맞아요. 뉴스에서 집회 장면을 볼 때마다 ‘민주주의’라는 단어가 떠올랐어요. 시민들이 한 목소리를 내는 것만큼 민주주의에 적합한 모습이 없다고 생각해요. 광화문을 밝히는 노란 촛불이 추운 겨울 속 따뜻한 크리스마스의 한 장면 같아 뭉클했죠.  
  풀잎: 제가 얘기하기도 전에 주제를 말씀해주셨네요. 한국의 민주주의는 여러분에게 어떤 모습이었나요?
  유경: 그래도 정의가 지켜지고 있다고 느꼈어요. 대통령이라도 잘못을 저지르면 책임지는 것이 정의잖아요. 민주주의는 더 좋은 방향으로 나아가기 위해서 다 함께 노력하는 것임을 배웠어요.
조나단: 제가 알기로 한국은 대통령 직선제가 이뤄진 지 30년이 채 되지 않았어요. 아직 완벽한 민주주의라고 보긴 어렵죠. 이번 탄핵으로 한국인들이 시민보다 높은 존재는 없다는 것을 다시 한번 확인한 것 같아요. 잘못했으면 누구라도 법에 따른 처벌을 받아야죠.
  에나: 물론 그런 사회가 이상적이지만 현실에선 어려운 것이 사실이잖아요. 그런데 한국에서 그 이상이 실현돼 신기해요. 시민들 목소리에 따라 정치가 변하고 있잖아요.
  스펜서: 그게 민주주의겠죠. 저도 한국의 민주화는 1980년대에 이뤄졌다고 배웠어요. 미국에 비하면 늦은 시기죠. 그런데도 미국이 배워야 할 점이 아주 많아요. 많은 시민이 정치에 적극적으로 참여하는 편이고 또 평화로운 시위를 지향하잖아요.
  풀잎: 많은 사람이 모여 시위하는 모습이 무섭거나 이상하지는 않았나 봐요. 
  스펜서: 전혀요! 미국은 총기 소지가 가능하다 보니 가끔 시위에 총을 갖고 나오는 사람도 있고 최악의 경우엔 사람이 죽기도 해요. 
  유경: 저도 촛불집회가 물리적인 충돌 없이 진행되는 모습이 인상적이었어요. 대만은 미국처럼 총이 등장하지는 않지만(웃음) 다소 과격한 사람들도 있거든요. 한국인들은 분노하면서도 이성적이었어요. 
  에나: 그런가요? 전 촛불집회를 직접 보진 못했지만 광화문에 경찰들이 일렬로 열을 맞춰 서 있는 모습은 봤어요. 길가에 무장한 경찰들이 많으니까 조금 무서웠었는데, 저만 그런가 봐요.
  조나단: 충분히 그럴 수 있죠. 시위에 대비해 많은 경찰병력이 동원됐으니까요. 저는 무엇보다 토요일이면 수많은 국민이 모여 꾸준히 집회를 여는 모습이 신기했어요. 탄핵이 이뤄질 때까지 단 한 번도 쉬지 않았죠. 
 
   사회가 변할 수 있다는 믿음으로 
  혼란 속에 내디딘 민주주의 한걸음
  
  일시적인 관심으로는 부족해
  풀잎: 아, 그건 저도 놀랐어요. 요즘엔 ‘토요일엔 무한도전’이라는 말보다 ‘토요일엔 촛불집회’라는 말이 더 익숙해질 정도예요. 사실 그렇게 많은 사람이 정치에 관심이 있다고는 생각하지 못했거든요.
  에나: 제 또래의 한국인들은 정치에 관심이 많은 것 같아요. 한국 학생들은 항상 뉴스를 챙겨보고 시위에 참여해 목소리를 내는 이미지가 연상돼요. 중앙대만 보더라도 정문 앞에 정치적인 주장을 담은 현수막이 걸려 있고 화장실 문 안쪽에도 사회 문제에 대한 스티커들을 붙여놓잖아요. 게다가 흑석역 앞의 위안부 소녀상을 학생들이 직접 세웠다는 걸 듣고 놀랐었죠.
  유경: 한국인들은 국가와 개인을 동일시하는 경향이 강한 것 같아요. 그래서 자신의 나라를 지키고 또 올바르게 바꿔야 한다는 의식이 뚜렷하죠. 그래서 정치참여율이 높다고 생각해요.
  스펜서: 저는 좀 헷갈려요. 이번 대통령 탄핵 사건에만 특히 열정적으로 참여하는 것 같아서요. 기본적으로 한국 친구들은 저와 정치 얘길 하지 않아요. 제가 말이 잘 안 통해서 그런가요?
  풀잎: 아닐 거예요. 이렇게 한국어를 잘하시는데요!
  조나단: 하하. 저도 스펜서 말에 동의해요. 콜롬비아 대학생들은 정치에 일상적으로 관심이 있고 국가적 문제에 책임감을 느끼고 있거든요. 하지만 제 한국 친구들은 그렇지 않아요. 특별한 이슈가 없는 평상시에는 무관심하거든요. 그리고 한국 사람들은 정치 얘기하는 것을 굉장히 부담스러워 해요. 평소에도 의견을 직접적으로 드러내지 않는 탓에 주의 깊게 들어야 하는데, 정치 얘기가 나오면 더 폐쇄적으로 반응하거든요.
  
  변화는 계속돼야 하기에
  풀잎: 그렇군요. 저를 비롯한 청년들의 노력이 좀 더 필요할 것 같아요. 여러분의 나라는 요즘 어떤가요? 
  스펜서: 미국의 상황도 한국과 별반 다르진 않아요. 미국 청년들도 정치에 무심하고 낮은 20대 투표율은 사회적 문제가 되기도 하죠. 요즘은 조금씩 변화하고 있어요. 민주당의 대선후보였던 버니 샌더슨이 청년들에게 당부했거든요. ‘미국은 너의 나라야, 너희들이 변화를 원하고 행동한다면 불합리한 제도를 바꿀 수 있어’라고요. 전 정말 감명받았어요. 무관심했던 20대들이 변화의 가능성을 조금씩 믿게 된 것 같아요.
  에나: 일본도 마찬가지지만 아직 별다른 변화는 일어나지 않았어요. 일본인들은 정치권에 의견을 내도 사회가 바뀌진 않는다고 생각해요. 일종의 국민정서랄까요. 그래서 한국 시민들이 자기 의견을 당당히 요구하는 것을 보고 내심 놀랐어요. 만약에 일본의 총리가 박근혜 전 대통령과 같은 잘못을 저질렀다면, 일본 국민은 방에 앉아 정치인들이 싸우는 모습을 TV로 구경하고 있을 것 같아요. 
  조나단: 전 콜롬비아 대신 이웃 나라인 브라질 얘기를 해볼게요. 한국의 현 상황에 더 필요한 사례 같아서요. 지난해 9월 브라질의 지우마 호세프 대통령이 탄핵당했잖아요. 그도 브라질의 첫 여성대통령이었고 부패 혐의를 끝까지 부인하다가 결국 국민의 손에 끌려 나왔죠. 그 후 브라질 사회는 큰 혼란 없이 회복되고 있는 것 같아요. 오히려 시민들이 생각을 표현하고 사회에 반영하는 방법을 배워 민주주의가 더 발전할 수 있었어요. 한국도 지금은 조금 혼란스러울지 몰라도 이를 계기로 더 좋은 나라로 변화할 것이라고 믿어요.
  풀잎: 그렇겠죠? 어느 나라나 사회는 변할 수 있다고 믿는 것이 중요해 보여요. 혹시 20대 청년으로서 여러분의 나라에 필요한 변화는 무엇이라고 생각하나요?
  에나: 일본은 청년들의 정치 참여율이 높아져야 한다고 생각해요. 청년들이 정치에 참여하지 않다 보니 사회에서 배제되고 있거든요. 정치인들은 투표하지 않는 청년보다 투표하는 중장년층의 표를 공략할 수밖에 없어요. 대부분 정책은 중장년층의 복지를 위한 것이죠. 고령화와 맞물려 있는 문제이기도 한데 국가 재정의 일부는 청년의 세금에서 비롯된 것이죠. 그래서 전 청년들이 좀 더 목소리를 내고 세금을 내는 만큼 복지 정책의 대상이 돼야한다고 생각해요.
  스펜서: 고쳐야 할 것들은 사실 너무 많아요. 그중에서도 여성 인권문제가 시급한 것 같아요. 미국을 비롯해 전 세계에선 매년 ‘Women’s March(세계여성 공동행진)’가 열리고 있어요. 여성들이 계속해서 자신의 정당한 권리를 위해 행동하고 노력하는데 그만큼 사회가 바뀌지 않아서 안타까워요. 그리고 트럼프 대통령에 대한 미국 시민들의 반응도 그리 긍정적이지 않은 것 같아요. 미국 시민들도 트럼프 대통령의 언행이 잘못됐다고 힘을 모아 얘기했으면 좋겠어요. 미국 시민들도 한국처럼 멋지게 해낼 수 있다고 생각해요. 
  조나단: 음, 저는 한국에 오래 살다 보니 반쯤 한국인인 것 같아요. 한국 사회의 문제가 먼저 떠오르네요. 이제 졸업할 때가 됐는데 직업을 구하기 너무 어려워요. 무엇을 배워야 취업할 수 있을지 몰라서 막막할 뿐이에요. 저만의 문제가 아니에요. 한국인 친구들은 외국인인 저보다 더 힘들어하거든요. 한국인들이 힘을 모아 탄핵에 성공했듯이 청년실업 문제도 해결됐으면 좋겠어요.
  풀잎: 이번 사건을 계기로 한국은 한층 성장한 듯 보이지만 한편으론 여전히 갈 길이 멀어 보여요. 언젠가 다시 ‘요즘 한국 어때요?’ 라는 물음을 던졌을 때 더 긍정적인 대답이 돌아온다면 좋겠네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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