단기간 많은 변화 예상돼
책임 있는 자세와 진정성 있는 소통 필요
 
중앙대의 변화가 가시화되고 있다. 전공만족도와 진로 탐색의 기회를 높이고자 16학번을 대상으로 시행했던 ‘광역화 모집제도’는 1년의 정비기간을 거쳐 ‘전공개방 모집제도’라는 이름으로 재개된다. 학문단위도 신설된다. 변화하는 사회적 요구와 4차 산업혁명에 대비하고자 소프트웨어학부를 신설할 예정이며 안성캠 발전을 위해선 글로벌예술학부 신설이 거론되고 있다. 그러나 구체적인 내용과 절차를 살펴보면 우려되는 부분이 한둘이 아니다.
 
  학문단위는 대학의 기둥이다. 명확한 기준 없이 기둥을 손쉽게 갈아 끼워선 안 된다. 그런 점에서 최근 중앙대의 단과대학 신설 과정은 비판받아 마땅하다. 학문의 유사성이나 운영상의 효율보다는 정부재정지원사업 수주를 위해 학문단위를 소비한다는 느낌을 지울 수 없기 때문이다. 지금의 창의ICT공대는 ‘수도권대학 특성화(CK-II) 사업’에 선정되며 기존 공대에서 분리된 것이다. 그러나 ‘산업연계 교육활성화 선도대학(PRIME) 사업’ 계획에는 CK-II 사업을 위해 분리했던 창의ICT공대와 공대를 ‘창의공대’라는 이름으로 재결합하는 내용이 담겼다. PRIME 사업 수주 실패로 해당 안은 폐기됐지만, 이번엔 미래부에서 주관하는 소프트웨어 중심대학 지원 사업이었다. 해당 분야 전문가 양성을 위해 소프트웨어대학(가칭)을 2019학년도까지 신설한다는 계획이다. 이로써 공학계열 내 단과대학은 3개나 됐다. 중앙대보다 공학계열의 규모가 큰 서울대, 연세대의 경우 1개의 공과대학만 운영하고 있는 것과 상반되는 상황이다. 
 
  현재 논의되고 있는 전공개방 모집제도 역시 마찬가지다. 지난달 27일 양캠 중앙운영위원회를 대상으로 진행한 전공개방 모집제도 설명회에서 나온 A, B, C안을 살펴보면 1년의 정비기간이 무색하다. 각 안들은 현실성이 떨어지거나 전공개방 모집제도의 취지와 전혀 다른 모습으로 진행될 우려가 있다.
 
  현재까지 논의된 방안 중 가장 가능성이 높아 보이는 것은 C안이다. 하지만 이는 현재의 전과제도와 다르지 않다. 전공개방 모집제도를 시행하는 목적을 상기해야 한다. 전공개방 모집제도는 신입생들에게 다양한 전공 탐색의 기회를 제공해 전공만족도를 높이는 것이 목적이다. 하지만 C안은 이름만 있을 뿐 그 취지와는 거리가 멀다. 이대로라면 정부재정지원사업에서 가산점을 받기 위한 꼼수에 불과하다.
 
  계열단위별 모집 방안인 A안은 현재로서 실현 가능성이 낮다. A안을 도입하기 위해서는 계열 단위별로 들어오는 신입생을 지원할 새로운 조직이 필요하며 계열별 교육과정도 만들어야 한다. B안은 지난해 중앙대가 진행한 광역화 모집제도와 유사한 형태다. 이 역시 단대별 표준 교육과정이 필요하다. 오는 7일에 모집방안을 결정하더라도 올해 신입생을 모집해야 하는 상황에서 내실 있는 교육과정과 이를 뒷받침할 시스템을 마련하기엔 역부족이다. 지금의 상황에선 지난해의 실패를 또다시 재현할 뿐이다.
 
  소통은 또 문제였다. 김창수 총장은 지속해서 투명한 행정을 통한 신뢰 쌓기를 강조해왔다. 하지만 최근 진행된 소프트웨어대학 신설 과정은 이미 답이 정해져 있는 상황에서의 설득과 회유만 있었다. 매번 대학본부는 잘못을 시인하고 더 나은 소통을 약속하지만, 그 약속은 어김없이 다음 사업 추진과정에서 메아리처럼 돌아온다. 개선 없이 반복돼온 대학본부식 소통 방식이다. 학내 구성원들은 이런 방식에 이제 염증을 느끼고 있다. 신뢰는 계속 무너져가고만 있는 것이다.
 
  제한된 범위 내에서만 소통하겠다는 행태도 바꿔야 한다. 대학본부는 큰 사업 결정에 있어 해당 내용이 공개되면 사업 수주에 불리하다며 내용을 숨겨왔다. PRIME 사업에 이어 이번 소프트웨어 중심대학도 마찬가지였다. 보고서 제출이 완료되고 변동이 불가능해지면 그때야 해당 내용을 열람할 수 있었다. 의견수렴 과정을 통한 사업 추진은 기대하기도 어렵다.
 
  특히 새로 진행하는 사업에서는 정보 제공자의 범위도 제한시켰다. 소프트웨어 중심대학 추진과정에서는 해당 학문단위 외의 소통은 행정 낭비라 인식하는 듯했다. 하지만 정원이 이동되고 학문단위 포트폴리오가 변경되는 것은 구성원들에게 중요한 문제다. 특히 이번 정원이동은 인문사회계열에서 공학계열로 정원 이동이 이뤄졌고 2019학년도에는 공학계열의 단과대학이 3개가 되기 때문에 대학본부가 그동안 준비해 온 공학계열 확대의 시작으로 해석할 여지가 컸다. 그럼에도 대학본부는 해당 학문단위와의 소통만 강조했다.
 
  지난달 27일 진행된 전공개방 모집제도 설명회도 마찬가지였다. 해당 설명회는 중앙운영위원회에게만 알려졌을 뿐 일반 학생들은 그 소식조차 몰랐다. 게다가 이를 보도하려는 대학언론의 취재도 거부했다. 중앙운영원회만 알아야 하는 정보와 일반학생이 알아야 하는 정보가 다르지 않다면 불합리한 처사다. 게다가 전공개방 모집제도는 지난해 실패한 내용을 재시행하는 만큼 정보를 충분하고 명확하게 공개해 이에 상응하는 충분한 토론이 이뤄졌어야 한다. 일반학생들에게 그 정보와 소식을 전하는 대학언론의 취재를 막을 하등 이유가 없다.
 
  학생 대표자들도 주인의식을 갖고 논의과정에 참여해야 한다. 각 학문단위의 존폐와 학생회비 문제 외에도 다양한 문제가 발생할 수 있다는 사실을 인식해야 한다. 위에서 언급했듯 지금까지 논의되고 있는 모집 방안은 여러 문제를 안고 있다. 하지만 일부 학생대표자들은 자신들의 임기 내에 예상되는 문제들에만 집중하는 모습을 보여 안타깝다.
 
  메마른 땅에 큰비가 내리고 있다. 머슴과 주인 모두 물꼬를 트는 데 열심이다. 그러나 당장 내일과 일 년만 바라보며 일하는 머슴과 먼 미래까지 그리는 주인의 작은 의식 차이는 큰 변화를 낳는다. 중앙대 구성원 모두가 사회변화에 대비하는 지식 창출과 이를 선도하는 지성인 양성의 몫을 다하는 중앙대의 미래를 그리길 바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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