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강연자 하종강 교수(성공회대 노동대학) : 노동자의 권익이 보장돼야만 사회 발전을 도모할 수 있다

 

▲ 더불어민주당 은주미 전 의원 : 청소노동자에게 불합리한 규정이 명시된 용역계약서도 큰 문제이다
 
 
▲ 민주노총 윤화자 중앙대분회장 : 청소노동자 처우 개선 투쟁에 학생들이 함께 해줘서 큰 힘이 됐다
 
 
▲ 강나루 동문(국어국문학과 10학번)급작스러운 변화의 순간을 위한 공동체를 만들려는 시도가 중요하다
 
청소노동자와 학생이 한 강의실에 모였다. 지난달 31일 303관(법학관) 207호에서 ‘비정규직 노동자와 당신 서포터즈(비와당신 서포터즈)’가 주관한 ‘당신 곁의 노동 토크콘서트’가 열렸다. 1부에는 ‘우리에게 노동조합이 필요한 이유’를 주제로 강연이 진행됐다. 이어진 2부에서는 청소노동자와 학생 그리고 전 국회의원이 모여 청소노동자의 실태를 이야기했다. 
 
  노동자 인식의 현주소
  1부 강연을 맡은 하종강 교수(성공회대 노동대학)는 ‘우리에게 노동조합이 필요한 이유’를 주제로 강연을 진행했다. 그는 신라시대 에밀레종을 만든 박종성 대박사를 예로 들며 우리나라에서 노동자가 소외돼 온 역사를 짚었다. 박종성 대박사는 우리나라에서는 그 이름이 크게 알려져 있지 않지만 외국에서는 에밀레종을 제작한 뛰어난 기술자로 널리 알려져 있다. 하종강 교수는 그 이유가 다수의 노동자는 배제한 채 상위 2%인 양반 계급의 역사만을 가르치는 우리나라 역사 교육에 있다고 말했다.
 
  하종강 교수는 노동교육의 부재도 문제로 지적했다. 독일 등 선진국에서는 기초교육과정에서부터 노동교육을 실시한다. 반면 우리나라 교과서엔 ‘노사교섭’이라는 단어조차 찾아보기 힘들다. 독일의 경우 초등학교 교육과정에 연간 6회의 ‘모의 노사교섭’ 교육이 포함돼있다. 한 번의 교섭으로 끝나지 않는 노사교섭의 현실을 반영해 6회에 걸쳐 교육을 실시하는 것이다.
 
  우리나라는 유독 ‘노동’이라는 단어를 혐오한다. 노동절을 ‘근로자의 날’로 명명한 데서 그런 인식이 여실히 드러난다. 하종강 교수는 “노동을 부정적으로 인식하는 현상은 한 포털 사이트 국어사전의 ‘근로자’에 대한 설명이 ‘노동자’보다 길게 서술돼 있다는 사실에서도 알 수 있다”고 말했다.
 
  노동자의 지위를 낮게 보는 인식은 우리 사회의 특징이다. 유럽에서는 차관도 공무원 노동조합(노조)에 가입하며 소위 고위직으로 분류되는 교수, 판사, 변호사 등의 노조도 쉽게 찾아볼 수 있다. 주한 프랑스 대사관 다니엘 르 가르가송 부대사는 ‘프랑스에서는 자신이 원하면 언제든지 노조에 가입할 수 있다’고 말하기도 했다.
 
  마지막으로 하종강 교수는 노동자들이 스스로 노조를 이기적인 집단으로 치부해서는 안 된다고 주장했다. 노동운동을 부정적으로 바라보는 시선을 극복해야 우리 사회가 진보할 수 있다는 것이다. 마지막으로 하종강 교수는 “각자의 권익을 주장하는 노조가 마치 사회 발전의 걸림돌처럼 보일 수 있다”며 “하지만 노동자의 권익이 보장돼야만 사회 전체의 발전을 도모할 수 있다”고 말했다.
 
 
▲ 노조가 없던 시절의 열악했던 근무 환경을 설명하자 다른 미화원들이 눈물을 흘리고 있다.
 
  학생 인식은 개선됐지만…갈 길 멀다
  1부 강연이 끝난 후 사회자와 게스트, 청중들이 청소노동자의 현실과 나아갈 방향을 자유롭게 이야기하는 토크콘서트가 시작됐다. 이날 게스트로는 ▲더불어민주당 은수미 전 의원 ▲민주노총 윤화자 중앙대분회장(분회장) ▲강나루 동문(국어국문학과 10학번)이 참여했다.
 
  토크쇼는 윤화자 분회장이 과거 중앙대 청소노동자가 처했던 열악한 상황을 설명하면서 시작했다. 윤화자 분회장이 처음 중앙대에 왔던 2008년에는 학내에 청소노동자를 위한 노조가 없었다. 당시 청소노동자의 월급은 약 70만원에 불과했다.
 
  노조가 들어서기 전까지 중앙대 청소노동자의 노동 환경은 열악하기 그지없었다. 윤화자 분회장은 “처음 출근했을 때는 일이 너무 힘들어서 남편이 나 대신 이틀 동안 몰래 도와주기도 했다”며 “겨울이 되면 얼어 있는 눈덩이를 깨고 잡초를 뽑아야 했다”고 말하며 눈시울을 붉혔다.
 
  중앙대 청소노동자의 노동환경은 지난 2013년 9월 노조가 형성되면서 조금씩 개선되기 시작했다. 청소노동자의 목소리가 학생들에게 닿으면서 인식이 바뀐 영향이 컸다. 윤화자 분회장은 “강의실에 쓰레기를 버리고 가지 않고 화장실을 깨끗하게 사용하는 등 학생들의 인식이 개선돼 청소가 수월해졌다”며 “청소노동자 처우 개선을 위한 투쟁을 할 때 학생들이 함께 해줘서 큰 힘이 됐다”고 말했다.
 
  이런 변화에도 불구하고 청소노동자의 처우 개선을 위한 길은 아직 멀다. 은수미 전 의원은 열악하고 부조리한 청소노동자 근무환경을 예를 들어 설명했다. 그는 “화장실 옆에서 식사를 하거나 여름에 에어컨 혹은 창문이 없는 휴게실에서 휴식해야 하는 청소노동자가 많다”며 “청소를 하다가 콧노래를 부르면 안 되는 등의 불합리한 규정이 명시된 용역계약서도 큰 문제다”고 말했다.
 
  사회자 곽진경 학생(정치국제학과 4)은 청소노동자 처우가 개선되지 않는 가장 근본적인 원인으로 간접고용을 꼽았다. 간접고용은 학교가 청소노동자를 직접고용하지 않고 중간 업체를 선정해 고용하는 형태를 말한다. 은수미 전 의원은 “학교가 청소노동자를 간접고용하게 되면 직접고용을 할 때 져야 하는 책임을 회피할 수 있게 된다”고 말했다.
 
  게스트들은 청소노동자 처우 개선을 위한 활동을 하면서 겪었던 어려움을 털어놓기도 했다. 강나루 동문은 가장 큰 걸림돌로 학내 구성원의 불신을 들었다. 그는 “친한 후배가 그런 활동으로 세상을 바꿀 수 있겠냐고 말하기도 했다”며 “나 자신조차도 인권 연대를 외친다고 해서 세상을 바꿀 수 있을지 의문을 가진 때가 있었다”고 말했다.
 
  마지막으로 강나루 동문은 공동체 형성의 중요성을 강조했다. 강나루 동문은 “변화는 생각보다 순식간에 찾아온다”며 “그 순간을 위해 공동체를 만들기 위한 노력을 계속해야 한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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