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력적인 한 남자와 세 여자의 사랑, 천사 같은 한 여자를 향한 세 남자의 사랑. 우디 앨런 감독의 <내 남자의 아내도 좋아 (Vicky Cristina Barcelona)>와 롤프 슈벨 감독의 <글루미 선데이 (Gloomy Sunday)> 속 사랑은 조금 낯설면서도 특별합니다. 두 영화 속 사랑은 소유와 강박으로 변질할 수 있는 일대일의 독점적 사랑 (Monoamory)이 아닌 비독점적 다자간 사랑 (Polyamory)을 보여주죠. 각 영화의 주인공 4인이 보여주는 사랑은 우리에게 진정한 사랑이란 무엇인지 고민하게 합니다.
 
  영화 <내 남편의 아내도 좋아>
  영화는 정열의 도시 바르셀로나에서 시작합니다. 비키(레베카 홀 분)는 논문을 준비하기 위해 절친한 친구 크리스티나(스칼렛 요한슨 분)와 스페인으로 떠납니다. 그곳에서 자유롭고 매력이 넘치는 화가 안토니오(하비에르 바르뎀 분)를 만나죠. 안토니오는 비키와 크리스티나 모두에게 적극적으로 애정을 과시하는데요. 이에 대해 두 사람은 상반된 반응을 보입니다. 현실적인 비키와 달리 뜨거운 사랑에 끌리는 크리스티나는 단번에 안토니오에게 흥미를 갖죠. 세 남녀가 함께 떠난 여행에서 약혼자가 있던 비키는 안토니오와 하룻밤 불장난 같은 사랑을 하지만 이내 현실로 돌아오고, 크리스티나는 이후 안토니오와 연인이 되어 동거하는 사이로 발전합니다.
 
  여기에 안토니오의 전 부인 마리아(페넬로페 크루즈 분)가 두 사람과 함께 살게 되면서 세 사람의 기묘한 동거가 시작됩니다. 두 여성은 불신과 질투로 다투지만 예술을 매개로 점점 서로에게 마음을 열어갑니다. 크리스티나는 자신의 재능을 일깨워 준 마리아를 ‘구세주’라고 표현하기도 하죠. 또 열렬히 사랑하면서도 무언가 부족해 늘 다투던 안토니오와 마리아. 그 완성되지 않은 사랑의 빈자리를 크리스티나가 채워줍니다. 그렇게 세 사람은 서로를 함께 사랑하며 삶과 사랑에서 균형을 찾습니다. 
 
  그들의 관계는 쉽게 싫증을 내는 크리스티나의 고질병이 도지며 시련이 찾아옵니다. 크리스티나는 또다시 현실에 따분해 하며 새로움을 갈망하죠. 떠나고 싶다고 말하는 크리스티나와 자신을 배신했다며 울부짖는 마리아 사이에서 안토니오가 말합니다. “우린 그동안 행복했어. 앞으로도 서로 존중하고 사랑하는 거야.” 결국 세 사람은 상대의 선택을 존중하고 행복을 기원합니다. 하지만 크리스티나가 떠난 빈자리는 사랑의 균열을 깨트리며 안토니오와 마리아는 다시 헤어지죠.
 
  한편 현실로 돌아간 비키는 처음부터 행복하지 않았습니다. 안토니오와의 사랑은 한 번의 실수였고 불장난이었지만 그 불이 쉽게 꺼지지 않는 거죠. 비키는 잘나가는 성실남 더그(크리스 메시나 분)와 결혼하여 자신이 꿈꾸던 안정적인 일상을 살아가면서도 안토니오와의 정열적인 하룻밤을 그리워합니다. 안토니오와 다시 만난 그녀는 그에 대한 욕망에 갈등하지만 두려움과 불안을 느끼죠. 정혼자에 대한 책임감과 사회적 관념을 거부하지 못했기 때문입니다. 결국 비키는 그 충동적인 사랑에서 헤어 나와 다시 편안한 일상에 안착합니다.
 
  영화 <글루미 선데이>
  1930년대 헝가리 부다페스트. 연인 사이인 일로나(에리카 마로잔 분)와 자보(요아힘 크롤 분)는 작은 레스토랑을 함께 운영합니다. 새로 고용된 피아니스트 안드라스(스테파노 디오니시 분)는 일로나에게 한눈에 반하는데요. 자보는 자신의 천사 일로나의 생일날 아름다운 머리핀을 선물했고 가난한 안드라스는 직접 작곡한 세레나데를 들려줍니다. 이 곡이 ‘글루미 선데이’입니다. 그 아름답고 슬픈 선율에 일로나의 마음이 움직이죠. 자보는 말합니다. “사람은 두 가지를 동시에 좋아할 수 있어. 육체를 위한 것과 마음을 위한 것. 나를 채워주는 것과 내가 갈망하는 것. 일로나가 그래. 그녀를 완전히 잃느니 한 부분이라도 가지겠어.” 그렇게 세 사람의 연애가 시작됩니다. 
 
  두 남자의 서로에 대한 질투는 우정의 감정으로 발전합니다. 자보는 안드라스의 레코드 발매를 도와주며 매니저가 되고 그 노래 덕분에 자보의 레스토랑은 성행하죠. 세 사람은 서로에게 필요한 존재가 되며 사랑과 우정으로 돈독한 관계를 형성합니다. 영화에 나오는 ‘비프롤 레시피’가 그들의 관계를 말해주죠. “서로 너무 다르면서 동시에 너무 어울리는, 조화로운 맛.”
 
  그러나 나치의 헝가리 침공으로 세 사람에게 시련이 찾아옵니다. 일로나를 사랑하는 또 다른 남자 한스(벤 벡커 분)가 독일 대령이 되어 나타난 거죠. 한스는 강박적 사랑의 전형을 보여줍니다. 그는 안드라스의 자살에 방아쇠를 당기고, 생명의 은인인 자보의 수용소행을 외면하고, 일로나의 순정을 짓밟습니다. 그는 천사가 굴뚝에서 나오지 못하도록 날개를 부러뜨리는 악마가 됩니다. 그의 사랑엔 존중과 책임이 없죠. 
 
  진정한 사랑은 무엇일까요? 사랑에는 어떤 가치가 필요할까요? 두 영화는 사랑에 대해 다시 생각하게끔 합니다. 지금의 관념이나 상식으론 이해하기 어려운 사랑의 방식일 수 있습니다. 하지만 방식 이전엔 사랑이 있죠. 그들의 사랑엔 존중과 균형이 있습니다. 감정에 솔직하고 표현이 자유롭고 상대방을 있는 그대로 인정하는, 그런 사랑 말이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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