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화 <미 비포 유>의 명장면 중 하나는 전신 마비 환자 윌과 간병인 루이자가 윌의 전 여자친구의 결혼식에 참석해 함께 춤을 추는 장면이다. 그들은 사람들의 뜨거운 시선에도 서로의 사랑을 확인한다. 장애가 있어도 사랑하는 사람과 춤을 출 수 있다. 키스할 수도 섹스할 수도 있다.

  하지만 현실은 영화만큼 로맨틱하지 않다. 장애인의 사랑이나 섹슈얼리티는 비장애인에 의해 부정되곤 하기 때문이다. 장애인이 마주한 현실도 영화처럼 달콤해질 수는 없을까. ‘장애인 푸른 아우성’의 조윤숙 대표를 만나봤다. 중증 장애를 가진 그는 장애인 성적 자기결정권의 대안을 당사자의 입장에서 제시한다.

  논의에 앞서 조윤숙 대표는 장애인의 섹슈얼리티에 대한 존중 속 왜곡된 시선이 내재해있음을 지적했다. 생각보다 많은 이들이 당장 장애인 개인의 성욕을 해소할 방법만을 이야기한다는 것이다. “유독 장애인의 성은 성적 욕구를 해소해야 하는 것으로 인식돼요. 그러나 근본적으론 장애인에 대한 차별적 시선이 거둬져야 하죠.”

  이러한 시각은 ‘성 도우미’를 주요 대안으로 제시하는 입장에서 잘 드러난다. 성 도우미는 일부 국가의 사적 영역에서 성 생활을 돕기 위해 운영되곤 한다. 우리나라에선 단어 자체만으로 성관계가 이뤄진다고 오해하는 경우가 많다. 그러나 현실에선 직접적인 성관계 위주가 아니라 장애인의 자존감을 높여주는 활동을 진행한다고 한다.

  조윤숙 대표는 일시적인 욕구의 해소만을 대안으로 삼는 것 자체가 장애인의 소외된 섹슈얼리티 문제를 너무 쉽게 해결하려는 시도라고 비판한다. “스스로 ‘성적 도움’을 받는 당사자라면 성적 욕구가 진정으로 해결될 것인가에 대해 깊게 고민해봐야 해요.” 단지 장애가 있다는 이유로 성 관계에서조차 수혜자로 설정하는 것은 장애인의 성을 동등하게 인식할 수 없게 만든다. 그래서 이를 제도화 한다면 장애인 개인에게도, 장애인의 섹슈얼리티에도 하등 도움이 되지 않을 것으로 전망했다.

  이처럼 진정한 개선은 단기적 대응으로는 이뤄질 수 없다. 먼저 장애인 스스로 성적 자기결정권을 인지할 수 있도록 성적 고민에 대한 상담이 이뤄져야 한다. 장애인의 섹슈얼리티는 본질적으로는 비장애인과 같지만 장애인이 처한 환경에 따라 차이가 생긴다. 각자의 고민이 되는 다양한 상황에 대해 세밀한 접근이 요구되는 이유다. “장애 유형에 따라 자신의 성을 정립하는 과정이 달라요. 그렇기에 성에 대해 어떤 관념을 가지고 있는지, 어떤 삶을 살아왔는지를 기반으로 개별적인 상담이 필요하죠.”

  하지만 무엇보다 중요한 것은 장애인의 섹슈얼리티에 대한 비장애인의 인식 개선이다. 조윤숙 대표는 장애인에 대한 인식과 성에 대한 인식 두 가지 영역의 기본 개념을 다지는 것이 첫걸음이 될 수 있다고 말했다. “장애인 존재에 대한 차별적 인식과 성에 대한 폐쇄적 인식이 결합한 현 상태로는 결코 발전을 도모할 수 없어요. 장애인은 함께 존재하는 동등한 인격체로, 성은 인간 존재의 일부로 모두 자연스럽게 받아들여야 하죠.” 오늘날 우리 사회에 존재하는 장애인과 성에 대한 고정적인 관념이 변화해야만 장애인의 섹슈얼리티에도 변화가 일어날 수 있다는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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