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2015년 1월 30일 자 YTN 뉴스에 스웨덴에서 사용되는 어린이를 위한 성교육 영상물이 선진사례로 소개됐다.
오늘날 20대는 “아이는 어떻게 생겨요?”라는 물음에 “정자와 난자가 만나서 생긴답니다.”라는 대답을 실제로 들었던 세대다. 그나마 ‘다리 밑에서 주워왔어’, ‘삼신할머니가 데려다주셨지’ 등의 전설에는 코웃음 칠 수 있어 다행이라고 말해야 할지도 모르겠다. 과거부터 성교육은 더디게 변화해왔다. 청소년이 성적 권리와 자유를 거리낌 없이 누릴 때까지 어떠한 개선이 필요할지 알아봤다.

  성교육은 청소년의 성적 자기결정권을 존중하는 방향으로 변화하고 있었다. 노미경 성교육 전문가는 인지적 성교육을 통해 청소년의 섹슈얼리티가 존중될 수 있다고 말했다. 인지적 성교육은 신체 변화에 따른 외형적 교육을 넘어 전인격적인 인성 교육을 함께 진행하는 것이다. “관계 중심의 올바른 성교육을 받으면 상대방을 성 욕구의 해소 상대가 아닌 하나의 인격체로 대우할 수 있어요. 상대와 자신의 성적 자기결정권 모두를 존중하게 되는 거죠.”

  이석원 성교육 전문가는 청소년의 성적 자기결정권에는 책임이 전제돼야 한다고 강조했다. “성적 자기결정권은 사람과의 만남부터 이별까지 모든 과정 속에서 일어나는 결정을 의미해요. 자신의 몸에 대한 주체적인 성 가치관과 책임 의식을 기반으로 관계의 정도를 선택하는 것이죠.” 존중받음으로써 형성된 주체적인 성 가치관은 청소년으로 하여금 스스로 책임 의식을 지니게 한다.

  그는 책임감을 기르는 교육은 주입식이 아닌 질문을 통해 상기시키는 방식으로 진행돼야 한다고 말했다. “강의 도중 청소년에게 ‘만약 성관계를 하게 된다면 어떻게 할 거니?’ 물어봐요. 그러면 자연스레 ‘콘돔이 필요하고 안전한 장소에서 해야 할 것 같아요’라는 답이 돌아오죠.” 스스로 답을 찾는 과정에서 주체적인 성 가치관이 형성될 수 있다는 설명이다.

  청소년의 성적 자기결정에 따르는 실질적인 책임은 피임을 통해 실현될 수 있다. 피임 교육이 청소년의 일상 영역에서 존재해야 하는 이유다. 섹슈얼 헬스케어 브랜드 EVE를 제조·판매하는 사회적 기업 ‘인스팅터스’는 청소년 전용 콘돔 자판기를 설치했다. 청소년들에게 콘돔에 대한 접근성을 높여서 안전한 사랑을 보장해주기 위함이다. 더불어 이를 지켜보는 성인들의 인식 속에 청소년의 섹슈얼리티를 공고히 하는 효과도 있다.

  한편 노미경 전문가는 해외의 선진적인 성교육 문화를 배워야 한다고 주장했다. 스웨덴은 만 4세부터 연령별로 필요한 주제에 대한 성교육을 진행한다. 가령 초등학교 고학년 때는 2차 성징, 자위행위 등을 배우고 15세가 되면 피임교육을 받게 된다. 그는 우리나라에도 유아기 때부터 지속되는 연령별 맞춤 성교육이 도입돼야 한다고 말했다. “전 국민이 아주 어릴 적부터 교육을 통해 ‘나는 엄마, 아빠의 사랑으로 잉태돼 축복 속에 태어났으며 내 몸은 소중하기에 누구라도 함부로 해서는 안 된다’는 걸 배워야 해요.”

  호주는 교육기관을 중심으로 부모와 자녀가 함께 성교육을 받도록 하고 있다. 이에 노미경 전문가는 소수 기관에서만 진행되는 성교육으로는 이미 한국 사회에 고착화된 인식을 바꾸기에 한계가 있다고 지적했다. “통합적 시스템 아래에서 국가와 기관, 가정이 함께 움직여야 해요.” 이석원 전문가는 교육의 대상은 비청소년이 우선돼야 한다고 말했다. “청소년의 섹슈얼리티를 위해 바뀌어야 할 것은 청소년이 아니라 폐쇄적인 성교육을 받아온 어른들의 인식이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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