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음지에 방치된 장애인의 성
김현지·이호영 기자  |  mumbb@cauon.ne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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승인 2017.03.26  03:54:1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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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야기조차 할 수 없는
그들의 성

한 여자가 휠체어에 앉아 있다. 그 옆에는 그녀의 연인으로 보이는 남자가 서있다. 여자는 멀쩡히 휠체어에서 일어나 환하게 웃으며 남자에게 장난을 친다. 그러나 꿈은 꿈일 뿐. 짜장면이 배달되고 꿈에서 깨어나자 여자는 휠체어에 주저앉는다. 영화 <오아시스>에서 지적장애를 가진 ‘한공주’는 비장애인이 돼 연인 ‘홍종두’와 데이트하는 꿈을 꾼다. 무성적 존재로 비춰지는 장애인은 과연 비장애인이 되는 꿈에서만 사랑을 이룰 수 있는 걸까. 비장애인과 다를 바 없는 장애인의 성을 알아봤다.

  성욕의 부정형
  현대 사회에서 장애인의 성에 대한 인식은 다른 성과는 다르게 배제돼왔다. 그들은 줄곧 성욕이 아예 없는 존재로 인식되고 있었다. 김경미 교수(숭실대 사회복지학부)는 비장애인이 장애인을 성욕이 없는 존재로 인식한다고 말했다. 다른 부분에서는 동등할 수 있지만 성적으로는 동등할 수 없다는 인식이 기저에 깔려있는 것이다. 이렇듯 장애인은 성욕이 존재할 수 있다는 가능성조차 부정당하고 있다.

  “모든 인간에게 성적 욕구가 있다고 전제한다면 보편적인 성적 욕구는 장애인에게도 있습니다.” 김경미 교수는 성적 욕구에 있어 장애인도 비장애인과 다를 바 없다고 말했다. 인간이라면 당연히 성적 욕구가 존재한다. 장애인 역시 인간이기에 성적인 욕구를 느낀다는 것이다. 장애인복지시설인 서호주간센터의 센터장을 맡고 있는 김주연 박사(이화여대 특수교육과) 역시 자위를 비롯한 장애인의 성욕은 자연스러운 본능적 욕구라며 입을 모았다.

  장애인에게 씌워진 ‘무성욕’이라는 이미지는 미지의 영역에 대한 사회의 억압에서 기인한다. 사람은 모르는 것을 두려워한다. 모르는 것이 생기면 본능적으로 그것을 기피하고 눈에 보이지 않도록 꾹꾹 눌러 숨기려고 한다. 장애인의 성 역시 그런 식으로 다뤄졌다. 신체적 성장에 따라 성욕 역시 날이 갈수록 커져만 가는데 주변에서는 그저 그들의 입을 막는 것만으로 이를 해결하려고 했다.

  김경미 교수는 한 사례를 떠올렸다. 장애인에게 성에 관련된 질문을 하면 한참을 머뭇거리다가 “이야기해도 되나요?”하며 허락을 구한다는 것이다. 이는 장애인들이 성적인 이야기를 하지 않도록 주변에서 억압받았다는 것을 드러낸다. “좋아하면 애정적인 접촉을 할 수도 있는 거잖아요. 그런 이야기조차 하지 못하도록 하는 환경에서 자랐기 때문에 성 자체를 부정적으로 인식하고 있었어요.”

  부족함은 부족함을 부르고
  이렇듯 아직까지도 사회에서는 장애인의 성에 대한 담론이 제대로 둥지를 틀지 못하고 있는 상황이다. 장애인의 성교육이 제대로 이뤄지지 않고 있다는 점이 이를 방증한다. 국가적인 차원에서 장애인의 성교육과 관련한 지원이 제대로 이뤄지고 있지 않을뿐더러 장애 유형에 따라 세분화된 성교육 매뉴얼이 없다.

  김경미 교수는 현재 이뤄지고 있는 장애인 대상의 성교육이 성폭력 방지에만 치우쳐 있는 실태를 비판했다. “자신의 몸이 어떻고 성이 무엇인지를 파악하는 게 선행돼야 하며, 나의 존엄성이 억압됐을 때 어떻게 해야 하는지의 순서로 성교육이 이뤄져야 해요. 이게 뒤바뀌면 성에 대한 부정성이 강조되는 거죠.” 성은 건강하고 아름다운 것이라는 설명보다 부끄럽고 무서워해야 하는 것이라는 내용이 우선적으로 교육되고 있다는 것이다.

  내용적인 측면뿐 아니라 형식적인 측면도 문제였다. 김주연 박사는 장애인 성교육이 불연속적으로 이뤄지고 있다고 말했다. 장애를 가지고 있는 아동의 대다수는 발달장애를 겪고 있다. 발달장애를 가진 아동의 경우 무언가를 배우기 위해서는 지속적인 교육과 학습이 이뤄져야 한다. 하지만 대부분의 학교에서 성교육은 일시적인 교육에 그치고 있다.

  장애인 성교육에 대한 전문가가 부족하다는 점도 해결돼야 할 숙제다. 최복천 교수(전주대 재활학과)는 특수 교육과 성교육의 접점에 있는 전문가를 찾기가 힘든 현실에 대해 아쉬움을 표했다. “특수학교의 특수교사나 비장애인을 대상으로 하는 성교육 전문가는 많아요. 하지만 앞서 설명한 발달장애나 여타 다른 장애를 대상으로 한 성교육 전문가를 찾아보기는 힘들죠.”

  여성이기에, 장애인이기에
  호주 멜버른 시에는 ‘핑크 팰리스(Pink Palace)’라는 장애인 성 관련 사적 시설이 있다. 이곳에서 장애인은 성매매를 통해 성적 욕구를 해소할 수 있다. 이 시설이 유명세를 타게 되면서 우리나라에서도 일시적으로나마 장애인의 성욕을 해소하기 위한 방법으로 ‘성 도우미’가 화두에 올랐다.

  ‘성 도우미’가 이슈화되면서 장애인 온라인 커뮤니티에서는 ‘성 도우미’에 자원하는 게시글이 속속들이 올라오기 시작했다. 하지만 이런 현상 속에서 이상한 점이 발견됐다. 남성 장애인을 위한 여성 비장애인의 성 도우미 자원은 찾기 힘든 반면 여성 장애인을 위한 성 도우미가 되겠다는 남성 비장애인은 넘쳐나고 있었다. 최복천 교수는 이에 대해 의문을 표했다. “속단할 수는 없지만 그 의도가 의심스럽네요. 선의인지 악의인지는 생각해봐야 할 것 같아요.” 여성 장애인에 대한 사회의 인식이 적나라하게 드러나는 대목이다.

  “여성 장애인이 초경을 시작하는 순간 부모는 깊은 한숨을 내쉬어요. 여성이 됐다는 것보다 앞으로 어떤 위험한 일에 노출될지를 걱정하는 거죠.” 김경미 교수는 여성 장애인이 남성 비장애인에 비해 사회적으로 성적 권력이 낮기 때문에 육체적으로나 정서적으로나 착취의 대상이 될 가능성이 높다고 말했다. 여성 장애인은 무성적 존재이면서도 성폭력에 쉽게 노출된 존재라는 것이다.

  남성 비장애인 중심적인 사회에서 여성이라는 그리고 장애인이라는 사회적 약자의 위치가 이중적으로 겹쳐져 나타나기 때문에 일어나는 문제다. 여성 역시 사회에서 성적인 욕구를 당당하게 말하기는 힘들다. 게다가 장애라는 요소가 더해지면서 무성의 존재라는 사회적 억압이 더욱 강하게 적용된다. 육체적·정신적·경제적으로 착취의 대상이 될 수 있는 만큼 여성 장애인이 여성으로서의 성을 드러내기에는 현실의 벽은 높기만 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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