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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론/칼럼사설
보기 싫다고 찢으면 야만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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승인 2017.03.20  16:12:5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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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성들의 목소리를 담은 벽보가 훼손당했다. 해당 벽보는 정치국제학과 내 페미니즘 소모임 ‘참을 수 없는 페미의 즐거움(참페미)’이 작성한 것으로 학과 내에서 겪은 성차별적인 언행에 대한 제보가 기반이었다. 그러나 게재 약 4일 만에 누군가 벽보를 찢고 그 위에 과자를 뿌렸다. 악의적으로 여성들의 목소리를 억압하고 발언권을 침해한 것이다. 이는 명백히 여성에 대한 폭력이며 또 학생자치와 민주주의에 대한 공격이다.
 
  민주주의의 목적은 자유와 평등이며 그 원리는 존중과 소통이다. 그 때문에 누구든 다른 의견이 있을 수 있음을 인정하고 존중해야 하며 제기된 문제에 대해선 고민하고 성찰해야 한다.  그런 점에서 벽보를 찢은 용의자는 미성숙했고 비민주적이었다. 누군가의 호소와 문제 제기를 불편으로 받아들이고 물리적으로 훼손했다. 어떤 존중과 성찰도 없었기에 저지른 행동이다. 문제를 해결하려는 발전적인 태도가 아닌 단지 힘으로 문제를 덮으려는 전근대적인 사고방식을 철저히 반성해야 한다.
 
  반면 참페미의 자세는 성숙하고 민주적이었다. 같은 생각을 가진 구성원들을 모아 조직했고 학과 내 소수자인 여성들의 목소리를 듣고 알리려 노력했다. 또 성차별적인 언행과 그 주체들을 단죄하기 위함이 아닌 구성원 전체의 변화와 자성을 목적으로 벽보를 만들어 게재했다. 사건 후에도 ‘찢겨진 자리에서 다시 시작하겠다’는 또 다른 벽보를 부착한 것은 테러에 대응하는 지성인다운 태도였다.

  성차별적 언행과 발언권 침해에 대해 명확한 처벌 조항이 없는 것은 아쉽다. 전공단위뿐만 아니라 사회 곳곳에서 여성들은 차별받고 억압당한다. 성희롱과 같은 언어적 폭력부터 성폭행, 테러와 같은 물리적 폭력까지 여성들의 삶은 불안하고 두렵다. 또 이 불안과 두려움을 발화하는 것 역시 쉽지 않다. 제도는 그 공동체의 가치와 합의를 내포한다. 이를 제재할 제도가 없는 것은 조속히 해결돼야 할 문제다. 이 같은 폭력을 잘못으로 규정하고 바꿔나가는 데 심각한 결함이 되기 때문이다.

  여성의 목소리는 찢어도 사라지지 않는다. 어떤 구성원도 차별받지 않는 사회는 대학에서부터 만들어져야 한다. 각 학문단위가 여성권의 신장과 성평등, 발언권의 중요성을 인지한다면 이른 시일 내에 성차별 및 발언권 침해를 방지할 수 있는 제도가 만들어져야 한다. 물론 그 방식은 구성원의 합의와 정당한 절차를 통한 민주적인 방식이어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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