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해님, 사랑을 비추다
서보미 기자  |  bom@cauon.ne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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승인 2017.03.20  15:00:0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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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햇무리 아이들
신수진

  뻥 뻥
  하늘 머얼리 공이 달아나고
  우르르르
  아이들이 공을 쫓아 솟아오르면
  한낮의 둥근 태양도 갈 길 잊고
  공을 따라 뛰어간다

  (후략)
 
 
“기다리던 아이가 태어났을 때 하루하루가 세상의 첫날 같았어요. 매일 다시 태어나는 것 같았죠. 이런 게 사랑이구나, 이런 사랑도 있구나. 가족에게서 많은 사랑을 배워요.” 동화 속 방긋 웃는 해님의 모습이 그럴까? 아이들의 노래를 짓는 사람은 미소도 해님을 닮았다. 세상 모든 아이가 맘껏 웃고 울 수 있는 깊은 대나무숲 같은 문학을 쓰고 싶다는, 신수진 작가의 그 따뜻한 마음을 들여다봤다. 

  -등단의 꿈을 이루신 걸 축하드린다. 언제부터 작가를 꿈꿨나.
  “등단은 너무 예쁘고 반짝이는 꿈이었어요. 올해는 운이 좋았던 것 같아요. 어릴 때부터 책을 읽고 글을 쓰는 걸 좋아하는 아이였죠. 초등학교 저학년 땐 혼자 쓰던 시를 ‘소년한국일보’에 보냈는데 신문에 나왔다고 연락이 왔어요. 그때 한 선생님이 절 부르셨죠. 아동 문학가 이대호 선생님이셨어요.”
 
  -특별한 만남이 됐을 것 같다.
  “노을이 지는 창가에서 선생님과 함께 앉아있던 장면이 아직도 기억에 남네요. 수업이 끝난 교실에서 글짓기 놀이를 했죠. 글짓기란 세계에 첫걸음을 뗄 수 있도록 도와주신 첫 선생님이셨어요.”
 
  -자연스럽게 중앙대 문예창작학과에 진학하신 건가.
  “네. 하지만 입학했을 땐 질풍노도였죠. 공부는 안 하고 매일 놀고 여행 다녔어요. 스무 살의 오만함이랄까요? 대학에 가면 꿈을 펼칠 수 있을 거로 생각했는데 모든 것에 실망했죠. 같은 나이에 한국 문학사의 획을 그은 문인들의 이야기를 들으면 질투심과 조바심을 느꼈어요. 밤새워서 글을 쓰곤 아침에 일어나서 다 찢어버리기도 했죠.”
 
  -어떻게 다시 꿈을 향한 길을 걷게 됐나.
  “중앙대에서 은사님을 만났어요. 강의를 맡으신 어느 작가님이 본인이 대학 시절에 가장 아껴 읽었다는 꼬질꼬질한 책을 주셨어요. 서문에 ‘수진아 너의 문학적 재능을 사랑한다’고 적혀있었죠. 대학을 그만둘까 생각하던 시기였는데 그때부터 운명이 바뀌었어요.”

  -인생의 큰 선물을 받았다.
  “누군가가 내게 기대를 걸고 있다는 사실이 심장을 뛰게 했어요. 보잘것없어 보이던 자신이 달라 보였죠. 깜깜한 새벽 5시에 첫차를 타고 학교에 갔어요. 마음속에 빨리 뭔가를 쌓고 싶었던 거 같아요.”
 
  -그런데 졸업 후 선생님의 길을 걸었다. 
  “스무 살부터 경제적으로 독립해야 했어요. 장학금을 받기 위해 공부도 열심히 하고 과외도 했죠. 원래 아이를 좋아해서 그런지 어느새 유명한 과외 교사가 됐더라고요.(웃음) 이후 안정한 삶을 위해 중고등학교 교사가 됐어요.” 
 
  -교사 시절에도 계속 글을 쓴 건가.
  “방학 때라도 글을 쓰려 했는데 그것도 쉽지 않더라고요. 재능 있는 학생들에게 백일장을 권하는 제 모습을 보고 아직 마음속에 이루지 못한 꿈이 남아 있다는 걸 깨닫게 됐어요. 이제라도 내 꿈을 이뤄야겠다는 생각이 들었죠.”
 
  -특별히 ‘동시’ 분야를 선택했다. 
  “아동문학 전공도 아니었고 특별히 마음을 먹고 시작한 것도 아니었어요. 오래 기다리던 아이를 갖게 됐는데 몸이 너무 안 좋았죠. 열 달 동안 거의 누워 지내야 했어요. 그 와중에도 배 속의 아이가 너무 소중하고 신기했어요. 아이한테 건네는 말을 틈틈이 적어뒀죠. 나중에 보니 그게 시가 되더라고요. 아이들을 위한 시, 동시 말이죠.” 
 
  -제목 중 햇무리는 어떤 의미인가.
  “자연에서 볼 수 있는 가장 큰 동그라미가 뭘까요? 저는 해라고 생각해요. 해의 원초적 생명력은 아이들의 넘치는 에너지를 가장 잘 표현할 수 있죠. 아이들은 한시도 가만히 있지 않거든요.(웃음) 그리고 재는 것이 일상인 직선투성이의 세상에 해의 둥근 이미지를 보여주고 싶었어요. 아이들의 얼굴, 축구공, 해까지. 크고 작은 원들이 한 자리에서 뛰놀게 하고 싶었죠.”
 
  -햇무리 아이들은 작가님의 어린 시절에 대한 그리움인가.
  “맞아요. 해를 볼 일이 없는 요즘 아이들이 안타까워요. 제가 어릴 적엔 인위적인 공간이 아닌 공터에서 놀았어요. 준비물도 없이 순수하게 몸이 놀이의 주체였던 시절이죠. 시에서 공을 묘사한 것도 의도가 있어요. 요즘 아이들은 게임기같이 혼자 하는 놀이가 익숙하겠지만 공놀이는 다르잖아요. 다른 사람과 함께해야 하는 놀이죠.” 
 
  -그리운 모습이다. 동시로 지켜주고 싶은 아이의 마음은 무엇인가.
  “어린아이라고 해서 마음이 단순한 건 아니에요. 가끔은 어른보다도 예민하죠. 기쁠 때는 문학이 별로 필요하지 않을 수도 있어요. 문학이 가진 가장 큰 힘은 다양한 슬픔을 치유할 수 있다는 거예요.”
 
  -위로가 되는 문학이라니, 참 따뜻하다.
  “대나무숲 같은 작가가 되고 싶어요. 아무에게도 할 수 없는 말을 문학 속에선 목청이 터지라 외칠 수 있죠. 또 아무에게도 들을 수 없었던 그 말은 다시 메아리로 돌아와 자신을 위로해요. 그렇게 자신을 스스로 치유하고 성장할 수 있는 마음의 힘을 길러주고 싶어요. 자신과 대면하고 진솔하게 대화할 수 있는 마음 말이에요.”
 
  신수진은
 1981년 서울에서 출생했다. 2005년 중앙대 문예창작과를 수석으로 졸업하고 2007년 인하대 교육대학원 국어교육학과 석사 과정을 졸업했다. 중고등학교 국어교사로 재직할 당시 전국초중고 논술경시대회 지도교사상을 받았다. 2014년 아동문학부문 한국안데르센상을 받기도 했다. 교육자에서 학생으로 다시 돌아온 그녀는 2017년 중앙대 일반대학원 문예창작과 석사 학위를 받고 2017년 조선일보 신춘문예 동시부문에 당선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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