수연 작가는
1983년 서울에서 출생했다. 2003년 동덕여대 국어국문학과에 입학했다. 2015년부터 중앙대 대학원 문학예술콘텐츠학과에서 공부를 시작했고 두 달 전 문화일보 신춘문예에서 <그런 하루>로 등단했다. 예술을 축소하려는 사회에서 아직도 글을 쓰겠다는 사람이 많아 신기하고 든든해 하는 중이다.

 
 
 
 
 
우리는 종종 아이들을 보면서 ‘저 때는 아무 걱정 없었는데’라고 생각하곤 한다. 지나간 시간이기 때문에 아이들의 세상이 별게 아니라고 치부하는 건 아닐까. 하지만 아이들의 세상은 우리가 생각하는 것보다 훨씬 복잡하다. 스스로도 걱정이 많고 주변 사람과의 관계에도 미숙하다. 그래서 동화는 아이의 마음을 헤아리고 다독일 수 있어야 한다. 김수연 작가는 아이들의 현실을 세심하게 이해하고 상처받은 그들에게 따뜻한 손길을 내민다.

  -언제부터 글을 쓰기로 했나.
  “중학교 때부터 국어를 좋아했어요. 구체적으로 작가를 희망한 건 아니지만 글로 먹고사는 사람이 되고 싶었죠. 그래서 자연스럽게 국어국문학과에 입학하고 문예창작과를 복수전공 했어요. 졸업 후에는 출판회사에서 8년간 일했죠.”

  -꾸준히 ‘글’의 길을 걸었다. 동화작가를 결심한 건 언제였나.
  “학부생 시절엔 소설만 썼어요. 동화를 쓰기로 결심한 건 출판회사에서 어린이 책을 출판하면서부터죠. 현장에 있다 보니 동화 산업의 문제점이 보이더라고요. 그 때부터 동화를 직접 써보고 싶다는 생각이 들었어요. 결국 회사를 나와 중앙대 대학원에 들어갔죠.”

  -동화 산업의 문제점이란 무엇인가.
  “동화는 아이들의 책이지만 책을 사는 건 부모님이죠. 대개 부모님들은 아이들이 동화책으로 학습하길 바라더라고요. 그러다 보니 어른의 입맛에 맞춘 학습용 동화가 많이 출판됐어요. 어른의 목소리가 아니라 아이들을 위한 동화가 나왔으면 좋겠다고 생각했죠.”

  -진짜 아이들을 위한 동화가 무엇이라고 생각했나.
  “아이들의 마음을 알아주는 동화요. 어린아이들은 우리보다 여려요. 사회성이 덜 발달해 있어서 상처도 잘 받죠. 아이들에겐 엄마, 아빠가 세상의 전부예요. 그래서 엄마, 아빠 사이가 조금만 안 좋아도 엄청 눈치를 봐요. 조금 더 크면 서로 견제하고 서열 싸움을 하면서 스트레스를 받기도 하고요. 이런 아이들의 마음을 알아주는 책을 쓰고 싶었어요.”

  -작가로서 뿌듯할 때는 언제였나.
  “저는 제가 쓴 글을 한동안 안 읽다가 몇 주가 지난 뒤에야 다시 읽어봐요. ‘내가 이런 생각을 가지고 있었나’하고 스스로 놀랄 때가 있죠. 잠재한 게 글을 쓸 때 나오는 것 같아서 뿌듯해요. 그리고 어릴 때 읽었던 책 중에 어른이 돼서도 기억에 남는 책들이 있잖아요. 내 글도 누군가에게 그럴 수 있다는 점이 동화작가의 큰 매력이죠. 한 사람의 인생에 흔적을 남길 수 있다는 거잖아요.”

  - <그런 하루>는 동화적인 요소보다는 소소한 일상얘기가 담겼다. 원래 작품 스타일이 그런가.
  “저는 차분하고 소소한 생활 동화를 많이 써요. 그래서인지, 재미가 없다는 이야기를 많이 들었어요. 그치만 발랄한 환상 동화엔 약해요. 환상 동화는 저와 어울리지 않더라고요. 쓰는 게 즐겁지도 않고요. ‘왜 나는 이렇게 밖에 동화를 못 쓸까’하는 생각이 들기도 했죠.”

  -하지만 신춘문예를 통해 인정받았다.
  “그래서 이 작품이 당선됐을 때 정말 기뻤어요. 잘하는 분야에서 앞으로 하고 싶은 스타일로 인정받으니까 기쁘더라고요. 또 신춘문예에서 당선된 이후로 주변 사람들의 걱정이 줄어들었어요. 남들이 보기엔 글 쓰는 게 아무것도 안 하는 것처럼 보이니까요.(웃음)”

  -동화를 쓸 때 영감은 어디서 받나.
  “어릴 적 힘들었던 경험이 재료가 되기도 해요. 저는 어렸을 때 되게 예민한 편이었거든요. 맘대로 할 수 있는 게 없는 상황이나 학교, 제도 이런 것들이 괴롭고 답답했죠. 그리고 일상에서 있을 법하지만 잘 안 일어나는 소재에서부터 이야기를 만들어요. 처음과 마지막 장면을 결정하고 중간 과정은 인물들의 성격에 따라 자유롭게 움직이는 편이에요.”

  -관심 있는 소재는 무엇인가.
  “가족해체 현상에 관심이 많아요. 주로 한부모 가정이나 부모 사이가 안 좋은 아이들의 외로움을 써요. 지금은 주로 중학교 가기 직전 5,6학년 아이들을 대상으로 쓰고 있죠. 초등학교 ‘짱’으로 기고만장해있는 아이들이요.(웃음) 앞으로는 점점 연령대를 높이면서 청소년 소설도 쓸 예정이에요.”

  -동화작가를 꿈꾸는 후배들에게 해주고 싶은 말이 있나.
  “동화에선 작가의 가치관, 인격, 생각까지 다 드러나요. 쓰고 나면 ‘내가 이런 인간이구나’하는 게 보이기 때문에 부끄럽고 조심스러워지죠. 게다가 작가가 삐뚤어진 사람이면 굉장히 어긋나고 추한 동화가 나와요. 그래서 동화작가는 인격 수양이 필요해요.(웃음) 좋은 글을 통해 아이들과 소통하고 싶다면 딱 맞는 일이에요.”

  -앞으로 어떤 작가가 되고 싶나.
  “제 어린시절처럼 어디서도 맘이 편치 않은 아이들이 있을 거예요. 아이들에게 희망을 주는 것은 동화의 법칙이죠. 하지만 그에 앞서 마음을 알아주는 글을 쓰고 싶어요. ‘작가는 되는 게 아니라 사는 거다’는 말이 있잖아요. 앞으로도 항상 최선을 다해서 작가로 사는 사람이 되고 싶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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