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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치를 밀어낸 자본자본이 가로막은 소통
김예령 기자  |  kduaud@cauon.ne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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승인 2017.03.19  18:17:5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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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지성의 요람
  돈이 아닌 학생의 자리
 
 
헌법에 자치가 명시되는 부분은 지방자치와 대학자치, 딱 두 부분이다. 이는 대학이 정치적 원리보다 더 강력한 보호를 받는다는 것을 의미한다. 하지만 오늘날 대학은 자본이라는 낮은 규범에 잠식당할 위기에 처해 있다. 민주주의는 더 이상 대학의 최고 가치가 아니게 됐다.
 
 
  자본주의의 그림자
  「대학의 학문자본주의(Academic Capitalism) 현상에 관한 K대학교 사례연구」 (강민수, 2016)에 따르면 대학 내의 소통 문제가 생기게 된 원인으로 ‘학문의 자본주의로 인한 대학 풍토의 변화’를 꼽을 수 있다. 효율과 신속만을 추구하는 기업문화가 대학에 퍼지게 되면서 학생의 의견보다 이사회의 입장이 선행되고 있다는 것이다. 이 과정에서 대학은 일방적 소통을 자행하고 구성원들에겐 통보만 남았다. 대학구조에 자본주의가 잠입한 원인은 무엇일까.
 
  1987년부터 우리나라는 시민혁명을 통해 대학의 민주화를 달성하고자 노력했다. 당시 대학 구성원들은 총장 직선제를 이뤄냈고 「고등교육법」 제정을 위한 운동을 진행했다.
 
  하지만 20세기 후반에 산업화 및 도시화가 진행되고 신자유주의적 대학정책이 도입되면서 국가는 대학을 관리하지 못했다. 그 결과로 등장한 것이 사립교육기관이다. 백승욱 교수(사회학과)는 “한국은 사립학교 의존도가 높지만 그만큼의 국가 지원은 없다”고 말했다. 결국 어느 대학이 학생들을 더 많이 데려가느냐가 관건이 되는 것이다. 대학 운영에 필요한 자본 확보를 위해선 사립대 간의 경쟁이 필수불가결하게 된 것이다. 더불어 학령인구의 급속한 감소로 인해 대학 간의 경쟁은 심화됐고 대다수 대학이 ‘수익사업모델’로 전락해 버리고 말았다.
 
  게다가 국가는 자본 중심의 대학 구조를 더 굳건히 하는 정책을 펼쳤다. 산업화의 안전궤도에 오른 오늘날에도 고등교육을 방치하고 있는 이유다. 김누리 교수(독일어문학전공)는 “해외에 비해 우리나라는 대학에 대한 충분한 지원이 이뤄지고 있지 않아서 대학이 사업 수주나 등록금 인상에 목메야 하는 구조다”며 “심지어 사립대학은 사실상 수혜 정도가 극미하다”고 말했다.
 
  또한 대학의 구조조정을 명목으로 실시한 평가 지표는 대학 서열화를 가시화하는 수단으로 작용한다. 백승욱 교수는 “평가 기준은 교육에 대한 내용이 아닌 성과에 치중돼있다”며 “이는 수익성 사업에 대한 대학 간 경쟁을 심화시킨다”고 지적했다. 더 높은 순위를 위한 대학의 자본 유치 경쟁 속에서 학생의 의견은 뒷전으로 밀릴 수밖에 없는 현실이다.
 
 
  대학을 지배하는 낯선 손길
  대학이 법인화되거나 기업재단을 바탕으로 할 경우 대학의 주도권은 대학 구성원이 아닌 법인과 기업 쪽으로 넘어가게 된다. 현재 「사립학교법」은 임원과 교원에 대한 임면권, 대학 운영 및 학칙 규정 등에 대한 의결권 등을 총장 및 이사회에 부여하고 있기 때문이다. 대학 운영의 전반적 권한이 부여된 결과 재단의 권리는 과보호돼 이들이 전횡하는 구조를 만들었다. 고부응 교수(영어영문학과)는 이 구조를 “대학은 공부하는 사람들의 뜻이 가장 중심이 돼야 하는데, 그렇지 않은 사람들이 더 중요한 영향력을 행사하고 있다”고 봤다.
 
  이를 규제해야 할 교육부는 오히려 재정지원사업을 통해 법인과 재단의 영향력을 넓힐 수 있는 총장 간선제를 권장했다. 대학에 대한 교육부의 통제권을 확보하기가 수월해지기 때문이다. 실제로 중앙대는 두산그룹이 경영에 참여한 뒤 총장 직선제를 폐지했고 이사회 임명제로 대체했다. 이처럼 사립대 곳곳에서도 대학법인의 필요를 충족할 수 있는 총장을 선출하기 위해 제도가 개정됐다. 이에 대해 김누리 교수는 “초등학교 반장도 선거로 뽑는데 대학에서 총장을 ‘임명’하는 것은 대학체제의 야만성을 드러낸다”고 지적했다.

 
  배제된 학생
  제도적 장치 필요해
 
 
  지켜내지 못한 것
  자본 중심의 대학 문제는 비단 학생에게만 국한되지 않는다. 이는 학생뿐 아니라 교수·직원 등 구성원 전체의 협력을 와해시킨다. 백승욱 교수는 “구성원 간의 과도한 경쟁은 교수와 학과 사이의 협력을 와해시켜 대학교육에 차질을 빚는다”고 말했다. 중앙대의 경우 두산그룹이 대학을 인수한 후, 단일 호봉제가 성과급 연봉제로 바뀌면서 교수들도 성과경쟁에 내몰리게 됐다. 계속된 경쟁으로 교수들은 교육에 집중하기 어려워지고 그에 따른 교육의 질 저하는 고스란히 학생들이 감당해야 할 몫이 된다.
 
  이에 백승욱 교수는 대학 순위의 상승이 대학 전반의 개선을 의미하는지에 대한 의문을 던진다. 그는 “대학 순위를 높이는데 들인 노력만큼 질 좋은 교육을 위해 투자하지 않는 것 같다”며 “교육의 목표가 어디로 가는지, 교육의 질을 어떻게 향상할지에 대한 깊은 고민이 선행돼야 한다”고 말했다.
 
  또한 앞서 제시한 대학의 학문자본주의 현상을 분석한 논문에 따르면 자본 유치를 위한 기업적 행보는 학생을 소외시킨다고 지적한다. 자본주의로 인한 대학 내 갑을관계가 형성되면 통보적 행정이 다반사의 경우로 일어난다는 것이다. 이는 대학에 대한 학생의 무관심으로까지 직결된다. 의사결정 과정에 배제되며 대학본부로부터 수동적 태도를 강요받는 학생들은 학내 구성원으로서 소속감을 느끼지 못하기 때문이다. 송혜원 학생(사회복지학부 2)은 “대학 운영에 학생참여가 제한되면서 결국 학생 스스로도 학교에 무관심해지는 것 같다”고 말했다.
 
  결국 오늘날의 대학가에서 벌어지고 있는 점거 사태는 ‘학생들의 의사를 반영할 제도가 미비했던 현실의 결과’다. 김누리 교수는 “현 한국 대학의 비민주적인 결정구조에 의해 대학의 가장 중요한 주체인 학생들이 대부분의 의사결정 과정에서 배제돼있다”며 “학생들의 의견을 민주적으로 수렴하는 제도적 장치가 마련돼야 한다”고 주장했다.
 
  밀실 행정과 그 뒤에 따르는 통보는 소통을 완전히 배제한 행위임이 명백하다. 학생을 위한 대학이 추구해야 하는 것은 돈과 명성이 아닌 진정한 교육이다. 더 이상 통보문에 적힌 ‘사랑하는 ○○대 학생 여러분’이 유명무실해지지 않기를 바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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