학생 의견 제외한 학칙 개정에
소통 방식 개선 요구


SW 중심대학 선정 실패 시
마땅한 대안 없어

학생들의 질문이 쏟아졌다. 대학본부는 질문에 대한 답변과 해명을 이어갔다. 지난 13,15일에 각각 열린 융합공학부와 컴퓨터공학부의 긴급 학생총회에서 있던 일이다.

  지난 8일 학칙 개정(안) 공고 이후 융합공학부와 컴퓨터공학부 학생회는 긴급 학생총회를 소집했다. 융합공학부와 컴퓨터공학부 긴급 학생총회는 각각 102관(약학대학 및 R&D센터) 314호, 205관(학생회관) 루이스홀에서 열렸다. 긴급 학생총회엔 최영완 창의ICT공대학장(전자전기공학부 교수)을 비롯한 전공단위 학부장과 교수가 참석했다. 또한 김창수 총장, 김병기 기획처장(법학전문대학원 교수), 김창일 교무처장(전기전자공학부 교수) 등 대학본부 관계자가 참여해 학칙 개정에 대한 입장 표명과 질의 시간을 가졌다.

  소통 문제 개선 약속해

  융합공학부 디지털이미징전공과 컴퓨터공학부를 통합해 소프트웨어학부를 신설하는 학칙 개정(안)이 지난 8일 갑작스레 공고됐다. 학칙 개정(안)이 공고되기 전까지 학생들과의 충분한 논의가 없었다는 점이 논란을 불러일으켰다. 김경준 학생(디지털이미징전공 3)은 “지난 산업연계 교육활성화 선도대학(PRIME) 사업과 마찬가지로 대학본부는 선통보 후대처의 태도를 보이고 있다”며 “학생에게 매번 미안하다고 말하지만 달라진 점은 없다”고 말했다.

  또한 학생들은 소통에 관한 명확한 답변과 학적 및 커리큘럼 등 소프트웨어학부 사업 정보 공개를 요구했다. 이승찬 학생(컴퓨터공학부 1)은 “학적과 커리큘럼 개편 사항을 문서화해 공개해야 한다”고 말했다.

  최영완 창의ICT공대학장은 소프트웨어학부 신설 과정을 학생들에게 알리지 못한 이유를 해명했다. 관련 논의가 시작된 지난해 12월부터 학칙 개정(안)이 공고되기까지는 사안에 대한 변동 가능성이 컸기 때문에 학생들과 논의하기에 적절치 못했다는 것이다. 소프트웨어학부 관련 교수들은 앞으로 진행되는 사안에 대해서는 학생들과 충분히 논의하겠다고 말했다.

  대학본부는 학칙 개정 과정에서 학생들의 의견을 반영하지 못한 점을 인정했다. 김병기 기획처장은 “학생들과 소통의 장을 갖지 못한 점은 인정하고 사과하겠다”며 “하지만 소프트웨어학부 신설에 대한 대학본부와 교수 간 소통은 있었다”고 말했다.

이에 더해 앞으로 학칙 개정에 관한 소통에 적극적으로 나서겠다고 밝혔다. 김창수 총장은 “앞으로 학칙 개정(안) 공고 이전에 중대신문에 개정 내용을 전달하겠다”며 “학생들의 요구사항에 대한 답변을 공문화해 이를 가능한 이행할 것을 약속한다”고 공언했다.

  선정 실패 시 대안 부족
  이번 학칙 개정(안)은 미래창조과학부 주관의 재정지원사업인 ‘소프트웨어 중심대학(SW 중심대학)’ 수주 성공을 전제로 짜였다. SW 중심대학 선정 시 4년간 66억원을 지원받으며 소프트웨어학부에 투자한다. 대학본부는 지원금에 교비 47억원까지 추가 지원할 예정이다.

  적극적인 투자를 통해 소프트웨어학부는 전임교수를 79명까지 확충하고 1261 ㎡의 공간을 추가 확보할 계획이다. 해외대학 공동연구와 인턴십도 확대한다. 계획이 순조롭게 이뤄지면 2019학년도엔 소프트웨어학부를 단과대로 확대하고 융합대학원(가칭)도 신설하겠다는 게 대학본부의 목표다.

  이와 더불어 대학본부는 디지털이미징전공이 빠진 융합공학부에 대한 지원 수준을 유지하겠다고 밝혔다. 특히 나노소재공학전공과 바이오메디컬전공 전임교원을 증원하겠다는 계획을 말했다.

  하지만 SW 중심대학 선정에 실패하면 상황은 달라진다. 66억원의 국고를 지원받지 못하면 사업 계획에 차질이 생기기 때문이다. 또한 66억원의 국고지원에 맞춰 계획된 교비 47억원의 투입도 불투명해진다.

  대학본부는 SW 중심대학 선정에 실패하더라도 학칙 개정(안)엔 변화가 없다고 밝혔다. 김병기 기획처장은 “소프트웨어학부 및 전문대학원 신설은 원안대로 추진된다”며 “하지만 SW 중심대학 선정 실패 시 해외대학 공동연구, 인턴십 확대, 공간 확충 등에 어려움을 겪을 수 있다”고 말했다.

  융합공학부 정체성 흐려져
  이번 학칙 개정(안)에 따르면 디지털이미징전공은 소프트웨어학부 디지털미디어트랙으로 소속이 변경된다. 하지만 디지털이미징전공 학생들은 이런 변화에 의문을 제기했다. 디지털이미징전공의 커리큘럼 문제를 디지털미디어트랙으로 해결할 수 없다는 것이다.

  반면 교수들은 디지털이미징전공이 소프트웨어학부로 이전하면 강의 질과 공간 문제가 해결될 것으로 고대했다. 다만 커리큘럼은 앞으로 학생들과 논의를 거쳐서 결정 하자고 제안했다.

  융합공학부의 나노소재공학전공과 바이오메디컬공학전공 학생 역시 불안감을 드러냈다. 이번 학칙 개정(안)에 융합공학부의 입학정원 변동이 담겨 있지는 않지만 디지털이미징전공이 빠지면서 융합공학부의 정체성이 흐려질 수 있기 때문이다. 민준홍 융합공학부장(바이오메디컬전공 교수)은 “이질적인 학문이 모여 새로운 기능을 하는 게 융합학문이라고 생각한다”며 “다음해까지는 두 개의 전공으로 운영하지만 그 이후에는 논의를 통해 새로운 전공을 신설할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이에 대해 대학본부는 긍정적으로 검토하겠다고 답했다.

  학부명칭 변경에 의문 제기
  컴퓨터공학부 학생들은 소프트웨어학부로 명칭을 변경하면 정체성 혼란과 의미 축소가 예상된다고 우려했다. 이철 학생(컴퓨터공학부 4)은 컴퓨터는 소프트웨어로만 구성되는 것이 아니며 소프트웨어학부라는 학부명칭은 하드웨어적인 부분을 포기하는 것으로 보인다며 의구심을 드러냈다.

  컴퓨터공학부의 학부명칭을 소프트웨어학부로 변경하는데 교수들의 의견은 엇갈렸다. 하지만 교수들은 미래지향적 관점에서 사회가 원하는 특정 분야에 대한 집중교육이 중요하다고 판단했다. 최영완 창의ICT공대학장은 “하드웨어보다 소프트웨어를 개발해서 부가가치를 높이는 게 더 중요하다”며 “또한 소프트웨어학부로 변경된다고 하더라도 하드웨어와 관련한 내용을 여전히 다룬다”고 말했다.

  대학본부는 학부명칭 변경을 사전에 공지하지 못한 점에 대해 사과했다. 하지만 경쟁 대학은 이미 학부명칭을 소프트웨어와 관련된 용어로 변경해 경쟁력을 키우고 있다고 설명했다. 윤경현 다빈치SW교육원장(컴퓨터공학부 교수)은 “학부명칭 변경은 4차 산업혁명에 알맞은 인재를 키우기 위해 이뤄졌다”며 “소프트웨어학부 4가지 트랙을 통해 차별성 있는 교육과정을 수립하겠다”고 말했다.

  절차상 문제 있지만 감축 필요했다
  한편 경영경제대는 학칙 개정 절차상의 문제에 반감을 드러내면서도 경영경제대 입학정원 감축의 필요성은 인정했다. 경영경제대 홍윤기 전 비상대책위원장(응용통계학과 3)은 “경영학부와 국제물류학과는 입학정원이 많아서 불편을 겪어왔다”며 “각 전공단위 학생회는 입학정원 감축에 전혀 불만이 없다”고 말했다.

  경영학부 측은 경영학부와 소프트웨어학부가 함께 발전할 방안을 협의해나가자고 표명했다. 서용원 경영학부장은 대학본부가 학칙 개정(안)을 급하게 진행한 데 유감을 표했지만 취지와 필요성은 인정했다.

  국제물류학과는 이번 학칙 개정(안)의 내용에 긍정적인 반응을 보였다. 국제물류학과 황규찬 학생회장(3학년)은 “지난 14일 국제물류학과 개강총회에서 이번 학칙 개정(안)에 대한 설명회를 진행했다”며 “학생들은 학과장의 선택에 따르겠다고 의견을 모았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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