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새터의 역기능보다
순기능 많다”

자율성과 통제가
조화 이뤄야

3월이 되면 대학가에는 학생들을 태운 ‘새내기 새로 배움터(새터)’ 버스 행렬이 일제히 출발하는 진풍경이 펼쳐진다. 새터는 매년 열리는 대학 최대의 행사 중 하나지만 그만큼 많은 사건·사고가 발생하기도 한다. 이번학기 각 단대의 새터가 끝나고 여러 논란이 불거진 지금, 학생들은 새터를 어떻게 바라보고 있으며 어떤 새터를 원할까. 중대신문은 지난 9,10일 양일간 ‘중앙대 새내기 새로 배움터(새터) 재학생 인식조사’를 시행했다. 최근 3년간 새터에 참여한 경험이 있는 설문조사 응답자 총 163명에게 중앙대 새터를 어떻게 생각하는지 물었다. 일부 항목은 중복응답으로 진행됐다.

  대부분의 학생, 현재 새터에 만족해
  학생들이 새터를 바라보는 시선은 우호적인 편이었다. 최근 3년간 실시된 새터에 참여한 중앙대 학생 총 163명이 답변한 새터 만족도는 10점 만점을 기준으로 평균 약 6.8점이었다. 이를 프로그램별 만족도와 운영방식에 대한 만족도로 나눠 살펴봤다.

  학생들은 새터에서 교육보다는 즐길 수 있는 프로그램을 선호하고 있었다. 대부분 학생은 흥미 위주의 프로그램을 늘려야 한다고 응답했다. 약 53.4%(87명)의 학생이 ‘레크레이션 프로그램(학과별 시간, 공연 등)’의 비중을 늘려야 한다고 응답했고 이어서 약 31.9%(52명)의 학생이 ‘술문화(방돌이, 술게임 등)’의 비중을 늘려야 한다고 답했다.

반면 학생들이 새터에서 가장 비중을 낮춰야 한다고 생각하는 프로그램은 약 32.5%(53명)의 학생이 선택한 ‘새내기 교육 프로그램’이었다. 이어서 약 25.2%(41명)의 학생은 비중을 낮춰야 하는 프로그램이 ‘없다’고 답했다. 이런 결과는 학생들이 현행 새터 프로그램의 구성에 어느 정도 만족하고 있다는 점을 시사한다.

  대부분의 학생은 현재 새터 운영방식을 긍정적으로 보고 있었다. ‘현행 방식의 새터 운영에는 순기능과 역기능 중 어느 측면이 크다고 생각하나’의 질문에 약 73.6%(120명)의 학생이 ‘순기능이 많다’고 응답했다. ‘역기능이 많다’고 답한 약 26.4%(43명)보다 2배 이상 많은 수치다.

  순기능이 많다고 답한 학생은 새터를 친목의 장으로 인식했다. 약 90.8%(109명)의 학생은 새터가 ‘전공 구성원 간 친목 도모에 도움을 준다’고 생각하고 있었다. ‘다른 전공 소속 학생과의 친목을 기대한다’는 학생도 약 45%(54명)를 기록했다. 김수하 학생(가명·정치국제학과 3)은 “평소 수업이 달라 보기 힘들었던 선배도 만날 수 있고 함께 추억을 쌓을 수 있어서 새터가 계속됐으면 좋겠다”고 말했다.

  새터에 역기능이 많다고 답한 학생 중 약 65.1%(28명)는 ‘지금의 새터가 새내기 교육이라는 본래 취지를 잃어가고 있다’고 생각했다. 그 뒤를 약 53.5%(23명)의 학생이 선택한 ‘새터에 참여하지 못하는 구성원이 소외감을 느끼기 때문’이 이었다.

  교육 프로그램 개선 필요해
  현재 시행하고 있는 새터 프로그램 중 ▲레크레이션 프로그램 약 68.1%(111명) ▲술문화 약 57.1%(93명) ▲안전교육 약 55.2%(90명) 등 세 프로그램은 ‘만족한다’는 응답이 50%를 넘기며 긍정적인 반응을 얻었다. 반면 ‘새내기 교육 프로그램’, ‘인권교육’에 ‘만족한다’고 답한 학생은 각각 약 38.6%(63명), 약 27.6%(45명)로 만족도가 비교적 떨어졌다.

  ‘새내기 교육 프로그램’과 ‘인권교육’에 ‘불만족한다’고 답한 학생은 모두 약 20.2%(33명)로 가장 많았다. ▲술문화 약 15.9%(26명) ▲레크레이션 프로그램 약 14.1%(23명) ▲안전교육 약 8.9%(13명)와 비교했을 때 만족도는 부족하면서도 불만족도는 높은 것이다. 지정현 학생(문헌정보학과 2)은 “딱딱한 주제의 강의보단 문화 분야의 흥미로운 강의를 늘렸으면 좋겠다”고 말했다.

  ‘불만족한다’는 응답이 20.2%(33명)로 가장 높았던 ‘새내기 교육 프로그램’은 교육 내용의 내실을 다질 필요가 있다. 총 33명의 학생 중 약 60.6%(20명)의 학생이 ‘대학 생활에 실질적으로 도움이 되지 않는다고 생각한다’고 답했기 때문이다. ‘프로그램 참여에 선택권이 없어서 불만족스럽다’고 답한 학생도 약 54.5%(18명)로 절반을 넘겼다.

  ‘불만족한다’는 응답 비율이 ‘새내기 교육 프로그램’과 같았던 ‘인권교육’도 교육의 질을 제고해야 하는 것으로 보인다. ‘인권교육’에 ‘불만족한다’고 답한 총 33명 중 약 57.6%(19명)의 학생은 ‘프로그램의 질이 좋지 않아서’라고 응답했다. 강준경 학생(정치국제학과 2)은 “교육시간을 무작정 늘리기보단 프로그램의 질을 개선해 학생들의 집중력을 높일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새터에서 진행된 ‘레크레이션 프로그램’을 긍정적으로 인식한다고 답한 총 111명 중 약 73.9%(82명)는 ‘프로그램 구성이 재미있어서’라고 응답했다. 새터에서의 ‘술문화’를 긍정적으로 바라본 총 93명 중 약 82.8%(77명)는 그 이유로 ‘선배들이 술을 강권하지 않기 때문’을 꼽았다. 이런 결과를 통해 학생들의 건전한 놀이문화 의식이 어느 정도 정착했다고 볼 수 있다.

  한편 새터에서 ‘안전교육’과 ‘인권교육’을 시행하지 않거나 교육을 강제하지 않았던 경우도 있었다. ‘인권교육’의 만족도 질문에서 ‘해당 없음’이라고 응답한 학생은 총 16명이었다. 이중 10명은 ‘새터에서 교육을 운영하지 않았다’고 답했으며 3명은 ‘자발적으로 참여하지 않았다’고 응답했다. ‘안전교육’의 경우 새터에서 교육을 운영하지 않았다거나 자발적으로 참여하지 않았다고 답한 학생은 각각 2명이었다.
기본적인 지침은 있어야 한다

  교육부의 ‘대학생 집단연수 운영 안전 확보 매뉴얼’은 신입생 오리엔테이션을 1박 이내로 하도록 권고하고 있다. 매뉴얼에 따르면 2박 이상 행사를 진행할 경우 대학 관계자 및 행사 주관 학생이 지도·감독을 강화해야 한다. 지난 3일부터 3일간 새터를 진행한 인문대가 ‘교육부 현장 안전점검 대상 대학’으로 선정됨에 따라 새터의 관리·통제 수준이 어느 정도여야 하는지가 화두로 떠올랐다.

  대부분 학생은 새터 운영이 높은 자율성을 보장받아야 한다고 생각하고 있었다. ‘새터의 운영이 교육부나 대학본부의 통제로부터 어느 정도의 자율성을 보장받아야 한다고 생각하는가’의 답변이 1부터 10까지의 자율성 수준 중 평균 약 7의 수치를 기록했기 때문이다.

  학생들은 높은 수준의 자율성 보장을 원하면서도 새터가 교육부 나 대학본부의 기본적인 지침 안에서 운영돼야 한다고 응답했다. 약 46%(75명)는 학생이 ‘통제가 필요하다’고 답했다. 이는 ‘자율 보장’을 선택한 약 20%(31명)보다 약 2.3배 높은 수치다. 지정현 학생은 “새터 책임주체가 확실해야 더욱 안전하게 새터를 진행할 수 있다”며 “학생으로만 행사 주체가 구성되면 대응능력이 부족해 사고 발생 시 적절히 대응하기 힘들다”고 말했다.

  앞으로 새터가 나아가야 할 방향에 대해서는 다양한 의견이 제시됐다. 이웅희 학생(사회복지전공 4)은 “최근 새터 운영 과정에서 발생한 논란은 과거에 비해 학생들의 시민의식이 성장한 결과 문제로 인식될 수 있었다”며 “새터가 점점 권위적인 군대 문화에서 벗어나고 있는 것이다”고 말하며 바람직한 새터를 위해서는 학생들의 성숙한 의식수준이 따라야 한다는 점을 지적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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