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진 오한솔 기자
학교 발전 가능하다면
권익도 양보한다

잘못 한 일에
책임과 사과 확실해야

지난 23일 열린 ‘2017년 중앙대학교 교수협의회(교협)총회’에서 방효원 교수(의학부)가 신임 교협회장으로 선출됐다. 학사구조개편과 전 대학운영진의 비리 사건, 광역화 모집 논란 등 굵직한 사건들로 다사다난했던 시간을 지나 중앙대 창학 100주년을 앞둔 지금. 교수 사회의 새로운 리더는 중앙대에 새로운 바람을 불러올 수 있을까. 지난 3년간 이강석 교수(생명과학과)가 지켜온 자리를 이어받은 방효원 신임 회장을 만나 중앙대의 현재와 교협의 미래에 관해 대화를 나눠봤다.

  -출마 동기가 궁금하다.
  “교수님들께서 권익 보호에 관심을 가지고 계시지만 직접 나서기에는 부담을 느끼는 경우가 많습니다. 교협회장은 일종의 자기희생을 요구하는 자리입니다. 직접 맡겠다고 나서는 교수님이 많지 않을 수밖에 없죠. 개인적으로 교협의 활동에 꾸준히 관여해왔고 더 이상 이강석 전 교협회장에게만 부담을 지울 수 없다고 생각했습니다. 저보다 좋은 분이 출마하신다면 당연히 양보할 생각이었지만 다른 후보자가 없어 단독 출마하게 됐습니다.”

  -교협회장으로서 중요시하는 가치는.
  “교협회장으로서 반드시 지켜내야 하는 건 교수의 권익 보호입니다. 교수의 권익은 대학이 존재해야만 의미를 가질 수 있기 때문에 중앙대 발전을 위한 활동도 중요합니다. 이 둘을 모두 고려해 교협은 중앙대 발전을 위한 교수 권익 보호를 도모하는 조직이 돼야 합니다.”

  -대학본부와의 관계는 어떻게 만들어 갈 계획인가.
  “대학본부와 교협은 상호 견제를 하는 동시에 협력적 동반자 관계입니다. 교협은 절대로 대학본부의 정책에 무조건적인 비판이나 반대를 하지 않습니다. 정책이 중앙대 발전에 진정으로 도움이 된다면 적극적으로 지지하고 도울 준비가 돼 있습니다. 대학본부의 정책이 교수 사회에 얼마간 나쁜 영향을 미칠 수 있다고 하더라도 학교 발전에 도움이 된다면 교수의 권익까지 일부 양보할 용의도 있습니다.”

  -대학본부가 소통의 창을 열면 응할 준비가 됐다는 뜻인가.
  “언제든 환영입니다. 교협은 항상 소통할 준비가 돼 있습니다. 주제를 막론하고 대학본부가 논의를 요청하면 밤을 지새워서라도 이야기할 수 있습니다. 하지만 지금의 대학본부는 논의와 합의의 창을 좀처럼 열지 않습니다.”

  -진정한 소통이란 무엇일까.
  “약속을 지키지 못했으면 사과를 하고 책임을 져야 합니다. 지켜지지 못한 약속에 대한 대책도 터놓고 말할 줄 알아야죠. 구성원의 의견도 귀담아듣고요. 그게 진정한 소통입니다. 아무리 한자리에 앉아서 이야기를 나눈다고 해도 상대방 의견을 받아들이지 않으면 그건 소통이 아니라 피상적인 대화에 불과합니다.”

  -앞으로 교협이 집중할 사안은 무엇인가.
  “물론 교수 권익 보호가 최우선 과제겠지만 학내 민주화와 교수 정년보장심사 제도, 그리고 학사구조개편을 앞으로 교협이 집중해야 할 사안으로 보고 있습니다.”

  -학내 민주화를 이룩하기 위한 방안은 있나.
  “현재 중앙대 학내 민주화는 부족한 수준이 아니라 전혀 보장되지 않은 상태입니다. 이런 상황을 단적으로 보여주는 예가 총장 직선제의 부재입니다. 김창수 총장님께서 열심히 역할을 수행해주고 계시지만 현 체제에서는 학교법인에 휘둘릴 수밖에 없습니다. 학교법인과 총장의 역할은 엄연히 구분돼야 합니다. 하지만 지금은 학교법인이 모든 권한을 쥐고 있죠. 학내 민주화의 첫걸음이 총장 직선제 시행입니다. 중앙대 모든 구성원이 합의해 가장 적합한 총장 후보를 추천하고 이사회에서 선택하는 제도가 만들어져야 합니다. 그래야 총장도 구성원의 힘을 받아 이사회에서 당당할 수 있죠.”

  -교수 정년보장심사 제도의 문제는.
  “교수 정년보장심사 제도와 관련한 교협의 요구는 크게 두 가지였습니다. 제도의 투명화와 합리적인 기준 제시입니다. 김창수 총장님께서 정년보장심사 기준을 공개해 제도의 투명화는 이뤄졌습니다. 감사하게 생각하고 있습니다. 하지만 정년보장심사 기준은 여전히 비합리적인 수준입니다. 교수들이 어느 정도 감당할 수 있는 기준이 세워져야 합니다. 현행 제도는 누군가를 진급·승진시키기 위한 기준이라기보다 탈락시키기 위한 기준에 가깝습니다.”

  -지난 교수총회에서 정년보장제도를 교수 대표자가 있는 자리에서 재논의하지 않으면 총장 불신임 운동을 추진하겠다고 의결했다.
  “지난 총회에서 의결된 건 맞습니다. 하지만 불신임 운동 이전에 모두가 만족할 수 있는 방안을 찾기 위한 최선의 노력을 기울이는 게 순서입니다. 의결 당시 분위기가 격앙돼 해당 사안이 의결됐지만 제도 개선 문제는 감정적인 대응으로 해결될 문제가 아닙니다. 교수 사회와 대학본부가 서로 머리를 맞대 합리적 방안을 찾아야 합니다. 교수총회에서 의결된 사항인 만큼 결정을 번복할 수는 없지만 불신임 운동 이전에 최선의 방안을 찾는 게 우선입니다.”

  -대학본부는 학사구조개편 방향을 ‘균형 발전’으로 설정했다.
  “균형 발전도 중요합니다. 대학본부가 주장하는 대로 중앙대 공학계열이 낙후된 건 사실이니 당연히 공학계열 발전에 반대하지 않습니다. 문제는 공학계열 발전을 위한 투자 방안을 제대로 마련하지도 않은 상태에서 규모부터 키우려 하는 데 있습니다. 대학본부는 공학계열을 키우면 각종 프로젝트와 대학재정지원사업 유치가 활성화되고 그 재원으로 공학계열을 유지할 수 있다고 주장합니다. 하지만 외부 사업비 유치는 확보된 재원이라고 볼 수 없습니다. 공학계열 학생 1인당 투입되는 교육 비용이 인문·사회계열보다 큰 상황에서 그 비용을 감당할 뚜렷한 방안 없이 규모부터 늘리겠다는 데는 결코 찬성할 수 없습니다.”

  -김창수 총장에게 전하고 싶은 말이 있다면.
  “오랜 시간 김창수 총장님을 지켜봐 왔지만 총장의 자리에 이만한 적임자는 없다고 생각합니다. 능력이 출중하시고 특히 추진력이 굉장히 좋으시죠. 아쉬운 점이라면 구성원들과의 소통이 부족하다는 점입니다. 중앙대 발전에 꼭 필요한 정책이 있는데 그 정책에 반대하는 구성원이 있다면 먼저 소통의 장을 마련해 구성원을 설득하고 내 편으로 만들 수 있어야 합니다. 구성원으로부터 최소한의 합의는 얻고 함께 가자는 의미입니다. 교협은 언제든지 소통의 가능성을 열어두고 있습니다.”

  -학내 구성원에게 한 말씀 부탁드린다.
  “교협은 교수의 권익 보호가 최우선일 수밖에 없습니다. 그런 점에서 다른 학내 구성원과 마찰을 빚는 경우도 있습니다. 하지만 교협은 결코 교수의 권익만을 맹목적으로 주장하지는 않습니다. 학교의 발전을 위해서라면 과감히 권익을 내려놓고 적극적으로 도울 준비가 돼 있습니다. 교협은 모든 구성원과 함께 나아가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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