부상을 딛고 세계로
하루도 쉴 수 없는 이유

“그냥 재미있었어요.” 그동안의 선수 생활에 대해 묻자 최재영 선수(스포츠과학부 1)는 한 치의 망설임 없이 대답했다. 축구를 본격적으로 시작한 11살부터 단 한 번도 축구가 재밌지 않은 적이 없었다. 2015년에 17세 이하 유소년 국가대표로 활동하면서 십자인대가 끊어지는 부상을 당했을 때도 그는 그저 공이 차고 싶었다. 말 그대로 ‘즐기는 축구’를 하고 있다는 최재영 선수. 훈련을 마친 그가 땀에 젖은 모습으로 웃으며 다가왔다.

  -고등학교를 벗어나 대학에 와보니 어떤가.
  “사실 고등학교 때 상상하던 대학의 모습과 똑같아요. 일단은 계속 축구를 하고 있으니까요. 달라진 점이 있다면 좀 더 자유로워졌다는 점이죠. 대학생이라서 그런지는 모르겠지만 선배들이 선배라는 명목으로 터치하지 않아요. 고등학교 때보다 활동할 수 있는 범위가 넓어진 것 같아요. 팀으로 뭉칠 때는 함께 으쌰으쌰 하면서도 개인을 존중해주죠.”

  -중앙수비부터 측면수비, 미드필더까지 만능 플레이어라고 하던데.
  “움직이는 걸 좋아하고 활동적인 성격이라서 다른 포지션보다 공을 많이 만질 수 있는 미드필더를 선호하는 편이죠. 뛰고 싶을 때 마음껏 뛸 수 있잖아요. 가장 돋보이기도 하고요.”

  -유소년 국가대표로 뛰어서 경기경험이 많겠다. 매 경기에 어떤 마음으로 임하는지.
  “경기마다 조금씩 다른 것 같아요. 연습 경기를 할 때는 월드컵 같은 대회보다 부담감이 덜하다 보니 즐기고 오자는 마음으로 경기에 들어가죠. 마음이 편하면 도전해보고 싶었던 기술을 시험하면서 몸에 익힐 수 있거든요. 중요한 경기에서는 새로운 기술을 시도한다기보다는 제가 잘하는 것 위주로 경기해요. 이겨야 하니까요.”

  -어떤 경기가 가장 기억에 남았나.
  “너무 많아서 꼽기가 힘들어요. 모든 경기가 재미있었거든요.(웃음) 중학교 2학년 때 춘계 맨유컵에서 우승했던 게 기억에 남네요. 첫 우승이었어요. 그리고 고등학교 때는 1학년인데도 3학년 경기에 들어가서 선배들과 함께 뛰었죠. 운이 좋았어요. 그렇게 2년 동안 꾸준히 경기를 뛰다가 3학년 때 부상으로 잠깐 쉬었어요.”

  -당시 어떤 상황이었나.
  “2015년 U-17 칠레 월드컵에서 브라질과 만났을 때였어요. 공을 뺏으려고 상대 선수에게 붙었는데 상대가 갑자기 돌아서는 바람에 크게 부딪혔어요. 처음에는 무릎이 너무 아파서 잔디밭에 누웠는데 밖에서 움직여보니까 좀 괜찮더라고요. 그래서 다시 들어갔죠. 잠깐 뛰는데 뛸 수는 있을 것 같은데 패스를 못 할 것 같은 거예요. 뒤로 한 번 더 도는데 무릎에서 뚝 소리가 났어요. 그때 안 되겠다 싶었죠. 나중에 알고 보니까 십자인대가 끊어졌대요.”

  -정말 아팠겠다. 그때 기분이 어땠나.
  “부상당했을 때가 전반전 시작하고 45분이 지났을 때였어요. 지금까지 해온 게 있었는데 고작 45분 만에 끝나버렸잖아요. 너무 아쉬웠죠. 그래서 엄청 울었던 것 같아요. 재활 훈련을 할 때도 친구들 뛰는 거 보면 같이 뛰고 싶었는데 참는 게 너무 힘들었죠. 친구들 실력 느는 거 보면 제가 처지고 있다는 생각에 많이 불안했죠. 그래도 그때 잘 참아낸 덕분에 지금은 완전히 회복할 수 있었어요.”

  -이후의 경기에서 완벽하게 재기했다던데.
  “완벽한 재기까지는 아니었어요. 그때 몸이 완전히 돌아오지는 않았었거든요. 평소 몸 상태가 100%라면 그때는 50%밖에 되지 않았어요. 다시 경기에 들어간다는 사실에 기대를 많이 했었는데 예전처럼 축구가 잘 안 되니까 힘들었죠. 그래서 더 열심히 했던 것 같아요. 본 훈련과 단체 훈련을 마치면 무조건 저녁에는 몸 상태를 올리기 위해 하체운동을 하는 식으로. 기본 4시간은 하는 것 같아요. 지금까지도 꾸준히 하고 있어요.”

  -대단하다. 힘들지는 않았나.
  “하루라도 운동을 쉬면 안 될 것 같은 기분이 들어요. 몸이 굳는 것보다는 스스로 마음이 불안해요. 머리 쓰는 거랑은 좀 다른 것 같아요. 목표한 걸 다 끝내고 나왔을 때는 평소 같아서 괜찮은데 제대로 못 하고 끝내는 날에는 되게 찝찝하죠. 그래서 하는 것 같아요.”

  -앞으로 중앙대에서 어떤 게 가장 기대되는지.
  “대학 리그나 대회를 가장 기대하고 있어요. 대학생들이 뛰는 경기를 경험해보고 싶어요. 고교 대회보다 더 빠르고 파워풀한 경기를 할 수 있지 않을까요. 그동안 경험하지 못했던 것들을 경험할 수 있을 것 같아서 벌써부터 설레요. 체력적으로는 힘들겠지만 구경하는 것보다는 직접 경기에서 뛰는 게 실력 향상에 도움이 되잖아요.”

  -어떤 선수로 성장하고 싶나.
  “유럽 진출이요. 독일이나 영국, 스페인 쪽이면 정말 좋겠네요.(웃음) 그러기 위해서는 지금 제게 부족한 점을 하나씩 채워가야겠죠. 일단은 1학년에 선발로 뛰자는 게 목표예요. 보다 많은 경기를 뛰면서 저를 모르는 축구 관계자들에게 알려지고 싶어요. 부상 때문에 거의 1년을 쉬면서 많이 잊혔을 거예요. 제가 잘한다면 할 수 있겠죠. 열심히 할 거예요. 중요한 건 저 자신의 마음가짐이니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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