구성원의 대표자 선출과 의사결정 참여 필요
대학은 사회 공적 기관으로서
사명과 책임을 다해야

중앙대 내홍의 이유는 
민주주의 기본 질서의 부재
이번에도 소통 의지는 보이지 않아
 
 
‘대한민국은 민주공화국’이라는 헌법 제1조 1항의 가치가 실현됐다. 이번 탄핵 정국에서 시민들은 ‘대한민국의 주권은 국민에게 있고, 모든 권력은 국민으로부터 나온다는 것을 증명해냈다. 앞으로 민주주의를 완성하기 위해서는 철저한 후보자 검증과 제왕적 대통령제에 대한 논의가 이뤄져야 한다.
 
  민주주의는 구성원 개개인의 노력과 정교한 시스템을 통해 완성된다. 대선에 도전한 후보자들은 계속해 자신을 되돌아봐야 하며, 언론은 이를 감시하고 검증해야 한다. 시민들은 끊임없이 정치에 관심을 둬 민주주의를 수호할 대통령을 선출해야 한다. 정치권에서는 민주주의 시스템이 잘 작동할 수 있는 제도를 고안해야 한다. 이번 사건으로 현재의 대통령제에서는 국회의 견제와 언론의 감시가 제대로 작동하기 힘들다는 사실이 밝혀졌기 때문이다.
 
  대학은 이 과정에서 지성의 상아탑으로 민주주의 가치의 첨병이 되어야 한다. 그러나 현재 대학은 민주주의와 거리가 멀다. 민주공동체에서는 구성원들이 법 절차에 따라 대표자를 선출하고 파면할 수 있다. 하지만 대학의 대표라 할 수 있는 총장의 임면권은 이사회에 있다. 대부분 대학의 구성원은 대표자를 자신의 손으로 선출하지 못할뿐더러 검증의 기회조차 없다. 중앙대 역시 2008년 두산그룹의 경영 참여 이후부터 직선제가 아니라 이사회를 통한 총장 임명을 시행하고 있다.
 
  시스템적인 문제도 있다. 견제를 통한 자정작용을 기대하기 어려운 건 물론이며 구성원들의 의견이 의사결정에 반영되는 것조차 힘든 구조다. 특히 구성원 중 다수를 차지하고 대학의 정책에 가장 크게 영향을 미치는 학생단위의 의사결정 참여는 굉장히 제한된다. 1989년부터 시행된 총장 직선제에서도 교수, 직원과 달리 학생단위에겐 선거권조차 없었다. 그나마 있는 등록금심의위원회와 대학평의원회에서도 그 영향력은 미비하다. 등록금심의위원회의 경우 대학본부 측 위원 3명과 총장이 위촉하는 외부전문가 1명, 학생대표 위원 3명으로 구성된다. 과반수 의결을 원칙으로 하는 등록금심의위원회는 애초에 기울어진 운동장인 것이다. 이러한 구조 속에서 학생단위의 의견이 관철되기란 쉽지 않다. 15명의 평의원 중 3명의 학생평의원이 참여하는 대학평의원회 역시 심의기구에 불과해 대학정책에 직접적 영향은 끼칠 수 없다.
 
  답을 정한 상태에서 진행되는 의견수렴 과정도 구조적인 한계와 더불어 해결되어야 할 문제다. ‘학부 학사구조 선진화 계획(안)’이 공개된 당시 많은 논란을 야기했지만 당시 총장은 계획(안)에 대해 “큰 틀은 그대로 유지한다”고 못 박고 세부적인 논의만 허용했다. 지난달 10일에 교무위원회를 통과된 학칙 개정 과정도 같은 문제다. 해당 학문단위 구성원의 의견이 제대로 수렴되지 않은 상태에서 교무위원회를 통과시킨 것이다. 60일간의 의견수렴 과정이 있지만, 재정지원사업 수주를 포기하지 않는 이상 개정(안)의 변화는 기대하기 힘들다. 소통이 아닌 설득과 회유의 과정만 있는 것이다. 
 
  특히 공학계열 확대에 대한 구성원들의 의견이 모이지 않은 상황에서 이뤄진 이번 결정은 많은 논란이 예상된다. 적은 인원을 옮겼기 때문에 전체 구성원들의 의견을 듣는 것은 불필요하다고 생각했다면 큰 착오다. 이번 결정이 공학계열 확대의 시발점으로 해석될 가능성이 크기 때문이다. 그뿐만 아니다. 안성캠퍼스 발전계획의 일환으로 진행된 글로벌융합예술학부 신설도 구성원들의 의견수렴 없이 진행됐다. 그동안 안성캠 학생사회에서는 안성캠퍼스 발전계획 수립 및 공개를 끝없이 요구해 왔다. 하지만 대학본부는 안성캠퍼스 발전계획에 대한 전체 로드맵을 설명하고 이에 대한 구성원들의 이야기를 듣기도 전에 글로벌융합예술학부 신설을 결정했다. 대학본부의 소통 의지가 진심인지 의심케 한다.
 
  ‘시간이 없었다’, ‘대학의 이익을 위해서다’라는 답변은 납득하기 힘들다. 구성원의 합의가 없는 정책이 어떠한 당위도 가질 수 없다. 대학이 가져야 할 가치를 훼손하면서까지 얻어야 할 대학의 이익도 없다. 이런 의사결정 구조라면 기업과 대학이 어떠한 차이점을 가지는지 의문이다. 소통과 신뢰를 이야기하면서 명문화된 법 절차를 지켰으니 문제없다는 태도는 이해할 수 없다. 이로써 대학본부와 구성원 간의 신뢰 쌓기는 한 걸음 더 멀어지게 됐다.
 
  최근 서울권 대학의 상황이 예사롭지 않다. 구성원은 민주화된 시대정신을 요구하는 반면 대학본부는 독단과 물리력으로 맞서고 있다. 대학이 민주주의 가치를 저버리는 것은 사회의 공적 기관으로서 사명과 책임을 다하지 못하는 것이며 시대를 역행하는 발상이다. 
 
  그동안 중앙대는 많은 내홍을 겪어왔다. 그 이유는 민주주의 기본 질서를 지키지 않았기 때문이다. 대학은 교양 시민을 양성하고 사회 정의와 진리를 탐구해야 할 사회의 공적 자산이다. 대학이 공적 자산으로서 책임을 다하고 중앙대의 여러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서라도 중앙대는 민주공동체로 거듭나야 한다. 이제 대학도 시대의 요구에 답해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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