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러분 개강과 함께 찾아온 오전 수업에 힘들지 않으셨나요. 오랜만에 쐬는 아침 공기에 설레기도 했었을 텐데요. 그런데 그거 알고 계셨나요? 우리가 아침을 맞이할 수 있도록 매일 새벽을 준비하는 사람들이 있다는 걸요. 이번주 ‘캠퍼스를 거닐며’에서는 중앙대의 새벽을 여는 사람들을 만나봤습니다. 이른 아침 체력관리를 위해 힘쓰시는 교수님, 교내 카페, ‘엣백’의 오픈 아르바이트생, 미화원 아버님 그리고 이른 아침 도서관으로 나서는 학생까지. 이들에겐 하루를 일찍 시작할 수 있는 각자의 힘이 있었습니다.

“지금 제 인생은 새벽 6시쯤 된 것 같아요” 

▲ 박상훈씨(좌측·25), 이보경 학생(우측·글로벌금융전공 3)


  박: “저는 6시 반에 출근해요.”
  이: “전 5시 반이요!”
-오픈 아르바이트만의 즐거움이 있나요?
  박: “오픈 시간대의 좋은 점은, 일찍 일을 시작하는 만큼 일찍 끝나니까 남는 하루를 자유롭게 쓸 수 있다는 거예요.”
  이: “출근할 때 차가 밀리지 않는 점도 좋고요.”
-아침에 나오기 싫었던 적은 없으세요?
  박: “많죠.”
  이: “항상요.(웃음) 매일 퇴사를 고민해요. 그래도 돈을 벌어야 하니깐 꾹꾹 참는 거죠.”
-아르바이트를 그만두지 않는 이유가 있나요?
  이: “박상훈씨는 연극인을, 저는 코미디언을 준비하고 있어요. 그런데 그 과정에서 경제적 어려움을 무시할 순 없더라고요. 우선 현실적인 문제들을 해결하고 봐야 하니까. 틈틈이 ‘앳백’에서 아르바이트하며 있어요.”
-언제부터 그 꿈을 꾸게 됐나요?
  박: “어린 시절 아역배우 캐스팅이 된 적이 있었어요. 그때 어머니께서 제게 공부를 하라며 출연을 반대하셨죠. 하지만 어머니의 반대는 제 꿈을 꺾지 못했어요. 중·고등학교 때부터 가족들 모르게 연기를 시작했어요.”
  이: “저는 대전에서 왔어요. 어린 마음에, 코미디언이 되려면 일단은 서울로 가야겠다 싶어서 죽도록 공부했죠. 그런데 막상 대학에 오고 나서는 당장 눈앞에 있는 현실에 매달리게 되더라고요. 그렇게 차츰 꿈을 잊어버리던 어느 날 기말고사를 보다가 문득 ‘하고 싶은 걸 두고 왜 다른 걸 하고 있지?’라는 생각이 들었어요. 곧바로 극단 오디션을 보러 갔죠. 공연 한 번 한 건데 너무 즐거운 거예요. 지금이라도 도전해보고 싶어서 다 버리고 새롭게 시작했어요.(웃음)”
-꿈을 위한 준비가 흔들릴 때도 있나요?
  박: “제가 연기를 하는 사람인지 커피를 만드는 사람인지 혼란이 들 때요. 배우를 하려고 아르바이트를 한 건데 아르바이트 때문에 연기에 힘쓰지 못할 때가 있거든요. 그럴 때면 속상해요.”
  이: “최근에 코미디 시장이 엄청 힘든가 봐요. SBS는 이번에 공채도 안 본대요. 3사 방송국 중에서는 KBS밖에 공채를 뽑지 않는데 경쟁률이 100:1이래요. 심지어 제가 활동하고 있는 극단의 에이스 배우분도 떨어지시는 걸 보면 의문이 들죠. 제가 너무 늦게 시작한 건 아닌지, 좋아한다는 이유로 무모하게 올인 한 건 아닌지 말이에요.”
-다른 사람들과 자신을 비교한 적은 없나요?
  박: “안정적인 직장을 가진 사람들을 보면 부럽기도 해요. 하지만 크게 신경 쓰고 싶진 않아요. 한 번은 ‘나도 넥타이를 매고 출·퇴근하는 삶을 살 수 있을까’ 라는 생각이 들더라고요. 곰곰이 생각해봤지만 결국 제 행복은 연기에서 온다는 걸 깨달았죠. 어떻게 보면 세상엔 꿈이 없는 사람들도 많잖아요. 그에 비해 전 뚜렷한 꿈이 있다는 게 행복 아닐까요.”
  이: “전 상훈씨와 다르게 남과 비교를 잘하는 편이에요. 학점도 낮은데 휴학까지 했거든요. 극단에서 열심히 활동하며 노력은 하지만 사실 어떻게 될지 모르잖아요. SNS를 보며 남과 비교하는 제가 싫어 휴대폰도 잘 보지 않아요.”
-인생을 24시간으로 비유하자면 지금은 몇 시쯤을 살고 계신 것 같아요
?
  박: “제가 아르바이트를 하러 6시에 일어나서 6시 30분에 나온단 말이에요. 딱 그때쯤? 이제 막 나가려고 하는 시간 같아요. 10년 째지만.(웃음)”
  이: “새벽이요! 이제 막 꿈을 가졌기 때문에 준비를 하고 밖에 나갈 시간이죠.”

“하다 보면 좋은 날 오겠지”

▲ 최만부 미화원

  “새벽에 일어나 여유롭게 출근하면 하루가 상쾌하지. 사소한 즐거움을 찾는 편이야. 오늘은 오늘의 즐거움을 찾으면 되고 내일은 내일의 즐거움을 찾으면 되는 거야.”
-오늘의 즐거움은 찾으셨나요?
  “찾았지. 이렇게 기자님과 이야기 나누면 즐겁지. 일할 때는 낙엽을 쓸면서 즐겁고 퇴근하면 또 얼마나 좋아.”
-중앙대 학생들에게도 한 말씀 해주세요.
  “학생들에겐 열심히 공부하라는 말밖에 할 말이 없네. 지방에서 올라와 기숙사에서 사는 애들은 부모님들이 힘들게 벌어서 올려 보내놓은 거 아니야? 우리 사회가 얼마나 어려워. 노력하는 것밖에 답이 없지.”
-노력하면 될까요?
  “노력해도 안 되는 게 우리 사회라지만 그냥 하는 거지. 그러다 보면 또 좋은 날 오고 그러겠지. 하다 보면 좋은 날 오는 거야.”

 

 

 “저녁이 있는 삶을 가지고 싶어요.”

▲ 류영훈 학생(국제물류학과 3)

 
  “하루 종일 도서관에만 있어요. 그러고 집에 가면 운동을 하고 자는 게 제 일상이죠. 그런데 그렇게까지 힘든지는 잘 모르겠어요. 목표를 위한 준비과정이라 생각하니 견딜만 해요.(웃음) 그냥 빨리 이런 일상이 끝나면 좋겠어요.”
-건강관리까지 챙기다니 부지런하신 것 같아요.
  “공부를 하면서 받는 스트레스는 운동으로 풀거든요. 그래야 하루를 마무리한다는 느낌이 들죠.”
-바른 생활을 통해 이루고 싶은 목표가 뭔가요?
  “대단한 건 없고.(웃음) 저녁 있는 삶?”


 

“열심히 사는 이유요? 가족이죠.”

▲ 학교체육연구소 이현석 연구교수(체육교육과)

 
  “하루를 일찍 시작하면 남들보다 더 앞서갈 수 있지 않을까 해서 새벽에 나와요. 그런데 새벽 4시든 5시든 아무리 일찍 일어나도 저보다 먼저 하루를 시작하는 분들이 있더라고요. 그런 사람들을 보면 숙연해지면서 열심히 살아야겠다는 생각을 하게 됩니다.”
-열심히 살 수 있는 원동력은 무엇인가요?
  “가족이죠! 세 아이의 아빠로서 열심히 살아야겠다는 생각을 해요. 저 혼자였다면 흥청망청 살았을걸요.(웃음)”
-역시 가족을 생각하면 힘이 나는 것 같아요.
  “그럼요. 가족이 가장 중요해요. 저도 결혼 전엔 잘 몰랐는데 자식들이 생기니까 이제 저희 부모님 마음을 알겠더라고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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