길었던 겨울방학이 끝나고 개강이 찾아왔습니다. 매년 찾아오는 푸른 봄처럼 캠퍼스는 저마다의 푸른 꿈을 품은 새내기들로 가득합니다. 이제 곧 캠퍼스에 따뜻한 햇볕이 내리쬐고 흩날리는 벚꽃이 만발하겠지요. 그러나 봄이 찾아들었음에도 온전히 푸른 봄을 만끽할 수 없는 학우들이 곳곳에 존재합니다. 16학년도 광역화 모집을 통해 입학한 학우들입니다.

  제59대 서울캠 ‘SKETCH UP’ 총학생회는 지난 1월 6일부터 10일간 광역화 모집 입학 학생 실태조사를 진행했습니다. 설문조사 결과 응답자 30% 이상은 광역화 모집 입학 당시 우선적으로 고려했던 사항으로 ‘전공 탐색 기회’를 꼽았습니다. 그러나 1학년 동안 배운 내용이 전공 탐색에 도움이 되지 않았다고 응답한 학생이 약 50%에 달합니다. 오히려 가전공이 전공 탐색의 발목을 잡았다는 의견도 있었습니다. 광역화 모집의 장점으로 제시된 ‘자유로운 전공 탐색 기회’를 학생들이 체감하지 못한 것입니다.

  그렇다고 광역화 모집 결정 과정이 매끄러웠던 것도 아닙니다. 대학본부는 일방적으로 광역화 모집 계획을 통보했습니다. 이에 교수·학생 사회가 크게 반발하는 등 광역화 모집 논의 과정에서 갈등도 발생했습니다. 진통 끝에 잠정 중단된 광역화 모집은 보완·개선을 거쳐 ‘전공개방 모집제도’라는 새 이름으로 다시 시행될 예정입니다.

  새로운 제도를 수립하는 과정에서 무엇보다 가장 우선시 돼야 하는 것은 구성원들의 의견수렴입니다. 그중에서도 광역화 모집의 문제를 누구보다 잘 아는 주체는 미완의 정책으로 지난 1년간 고생했던 16학번 광역화 모집 학생들이겠죠. 이상적인 제도를 고안하기 위해서는 16학번 광역화 모집 학생들의 의견이 본부에 직접 전달될 수 있는 통로가 확보돼야 합니다. 설문조사에 등장한 ‘대학본부는 정보공개도 하지 않고 향후 대처도 확실히 하지 않았다’ 혹은 ‘대학본부는 미흡한 시스템으로 인한 책임을 회피하기에 바빴다’ 등의 답변으로 보건대 처절한 학생들의 목소리가 대학본부까지 닿을 길이 없었던 모양입니다.

  김창수 총장은 지난호 중대신문 인터뷰를 통해 새로운 광역화 모집으로 인한 일부 전공 폐지나 교원의 학문단위 이동은 절대로 없을 것이라는 입장을 밝혔습니다. 또한 새로운 광역화 제도가 공개된 후 학내 구성원과 토론하겠다는 의사를 전했습니다. 몇 가지 우려 사항에 대한 확언을 받고 소통의 가능성이 열렸다는 점은 다행입니다.

  기자는 후배들이 시인 김기림의 시 ‘바다와 나비’에 나오는 나비가 되는 것을 원하지 않습니다. 시에는 ‘청(靑)무우 밭인가 해서 내려갔다가는 어린 날개가 물결에 절어서 공주처럼 지쳐서 돌아온다’라는 시구가 등장합니다. 나비는 자신이 좋아하는 청무우 밭으로 착각해 내려간 바다에서 냉혹한 현실을 경험합니다. 기자는 중앙대가 입시 전쟁을 끝내고 입학한 신입생에게 또 다른 바다가 아닌 자유와 권리를 보장하는 푸른 청무우 밭이 되기를 바랍니다.

  2018년의 새로운 봄이 찾아오면 다시금 새내기들이 찾아올 겁니다. 더 나은 광역화 모집 방안이 그 연약한 두 날개를 어루만져 주길 기대해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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