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6-2학기 중앙사랑장학금이 소득분위 0~8분위에 해당하는 학생들에게만 추가 지급되면서 9,10분위에 해당하는 학생들이 소득분위 측정의 공정성에 이의를 제기했습니다. ‘우리 집도 가난하다’며 소득분위 산정 기준을 이해하기 어렵다는 글이 SNS에 여러번 게시되기도 했죠. 소득분위 관련 논란은 몇 년 동안 지속돼 왔습니다. 소득분위 산정, 대체 무엇이 문제일까요.

  소득인정액 산정 형평성 논란
  국가장학금 신청자의 소득인정액은 ‘월 소득평가액’에 ‘재산의 월 소득환산액’을 더해 구합니다. 이때 기본공제액 5400만원과 소득공제액은 재산에서 삭감하고 평가됩니다. 또한 ▲사회보장정보시스템을 통해 조회되는 부채 ▲한국장학재단 학자금대출 ▲전·월세 임대보증금만이 부채로 인정돼 재산에서 차감됩니다. 이렇게 구해진 소득인정액에 따라 신청자의 소득분위가 차등 결정되는 것입니다.
 
  신청자의 월 소득평가액은 가구의 근로, 사업, 재산 등에서 발생하는 소득을 한 달 단위로 합산해 평가합니다. 이 과정을 통해 가구원의 한 달 수입을 산출하죠. 하지만 이런 평가 방식에는 틈새가 있습니다.
 
  사업소득이나 임대소득은 납세자가 스스로 본인의 소득을 계산해 신고해야 합니다. 근로소득자보다 비교적 소득 탈루가 쉬운 구조이죠. 실제로 지난 2014년 국회예산정책처의 발표에 따르면 자영업자 가구의 소득탈루율은 약 20%를 넘습니다. 즉 자영업자 가구는 소득을 적게 신고해 실제와 다른 소득분위를 산정 받을 수 있는 것이죠.
 
  국외 소득·재산 신고제 도입
  재산의 월 소득환산액은 일반, 금융, 자동차 등의 재산을 월 소득환산율에 따라 계산해 구합니다. 한국장학재단은 지난 2014년까지 건강보험료 체계를 이용해 소득분위를 산출했습니다. 그러나 이 체계로는 금융자산과 부채 등의 재산 파악이 불가능합니다.
 
  이에 지난 2015년부터 사회보장정보시스템을 도입해 소득분위를 산정하도록 개선했죠. 새로운 제도 도 입에 따라 국세청을 비롯한 국민건강보험공단 및 국토교통부 등 총 45개 기관으로부터 610종의 소득·재산 자료를 제공받아 비교적 공정하게 소득분위를 책정할 수 있게 됐습니다.
 
  그러나 새로 도입된 시스템에도 구멍이 있었습니다. 사회보장정보시스템은 국내의 소득과 재산만을 반 영하기 때문입니다. 해외에 재산과 소득이 있는 가구의 소득분위가 부적절하게 측정돼 엉뚱한 학생이 국가장학금 지원을 받는 상황이 발생한 것이죠.
 
  교육부는 이번학기부터 해외 고소득자의 국가장학금 수혜 방지를 위해 ‘국외 소득·재산 신고제’를 도입했습니다. 주민등록상 재외국민이거나 재외국민전형 입학자 중 가구원에 재외국민이 있는 경우 국외 소득과 재산을 신고해야만 국가장학금 지원을 받을 수 있게 됐죠. 그러나 국외 소득·재산 신고 대상자가 아닌 가구의 해외 소득 및 재산 파악은 여전히 어려워 보입니다.
 
  어차피 못 받아… 신청조차 안 해
  소득분위를 높게 책정받기 위해 재산을 차명으로 돌리는 악용 사례도 발생했습니다. 심지어 SNS에는 “사업하시는 아버지의 수입은 억대지만 전액장학금을 지급 받았다”며 국가장학금 부정수급을 자랑하는 글이 게시되기도 했습니다.
 
  지난해 9월 한국장학재단은 불법행위를 강하게 처벌하겠다며 부정수급자 제재 방침을 발표했습니다. 부정수급이 확인되면 장학금을 전액 환수하고 해당 학생에 국가장학금 지원을 최대 2년 동안 제한하겠다는 것입니다.
 
  대학교육연구소의 「2012년~2015년 국가장학금 실태 분석」에 따르면 2012년부터 2015년까지 국가장학금 신청자 중 장학금 혜택을 받은 경우는 40% 안팎에 불과합니다. 즉 신청한 10명 중 4명만이 지원받을 수 있다는 것인데요. 이마저도 부정수급자에게 돌아가는 부작용이 발생하니 정당하게 평가받은 학생은 상대적으로 억울함을 느낄 수밖에 없습니다.
 
  결국 국가장학금은 신뢰를 잃었습니다. 상대적 박탈감으로 인해 국가장학금 신청 자체를 포기하는 학생들도 증가하고 있습니다. ‘국가’의 장학금이 ‘국민’에게 도달하지 못하고 있는 것이죠.
 
  정직한 사람이 억울해지는 제도는 또 다른 병폐를 낳게 마련이죠. 악의적으로 부정수급을 노리는 사람들이 파고들 틈새가 없는 튼튼한 제도가 시급합니다. 부정수급에 대한 사후 제재 강화도 중요하지만 예방책을 먼저 마련하는 것이 더욱 중요합니다. 이제 더는 저소득층을 우선으로 지원해주자는 목적의 장학금이 ‘가난 가면’을 쓴 사람에게 돌아가는 상황이 없었으면 좋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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