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본주의 시장에서 부와 빈의 문제는 끊임없는 화두다. 특히, 부익부, 빈익빈 현상은 더욱 확대되어가고 있으며, 부는 초국적 기업들에 의해 편중, 집중화되는 현상을 보이고 있다. 이러한 현상에 불을 지핀 것중의 하나가 세계무역기구(WTO)의 출범이였다. 현재 1백32개의 국가가 가입한 WTO는 ‘국제적인 부의 재분배’, ‘전세계적인 고용기회의 확대’라는 달콤한 구호아래 출발한 국제권력기구이다.

오는 30일부터 4일간 미국 시애틀에서 열리는 WTO 제3차 각료회의에서는 새로운 다자간 무역협상(뉴라운드)을 출범시킨다는 목표아래, 지금도 각국의 대표들은 사전협의를 통해 상정안 채택을 모색중이다.

이번 협상의 심각성은 기존에 논의되지 않았던 새로운 자유화 영역이 논의된다는 점과 초국적 자본의 권리헌장격인 다자간 투자협정(MAI)이 재논의된다는 점에 있다.

작년 10월 프랑스 정부의 철수로 인해 반대에 부딪쳤던 MAI는 전지구적 경제의 규제화, 초국적기업의 지배 증대, 자원 사용 증가 및 환경의 파괴 등 정치·경제·문화 전반에 걸쳐 반민중적 성격을 띠고 있다. 특히, 초국적기업들은 투자와 고용을 연계선상에 두고 있지 않고 단순한 이윤 획득만을 최고의 목적으로 추구하고 있다. 초국적기업은 IMF이후 이미 경험한바 있듯이 적대적인 M&A나 단기간의 이윤 획득을 위한 금융시장에만 혈안이 돼 있다.

아울러 정부의 IMF식 개혁, 구조조정, 자유화, 개방화 정책에 따른 외자도입과 투자협정의 체결은 초국적기업의 한국시장의 침투를 더욱 부추기는 꼴이 되었으며 자본을 편중화시키는 현상을 초래했다. 다자간 투자협정과 더불어 이미 우루과이라운드에서 설정되었던 ‘농업협정’, ‘서비스협정’, ‘지적재산권협정’, ‘무역관련투자조치협정’의 쟁점들도 이번 밀레니엄라운드에 다시 상정되어 있다.

세계무역기구 상정안건에 대해 전세계 시민, 민중단체들은 한시적이긴 하나 국제적 연대투쟁을 벌이자는 방침을 세우고 거세게 불고 있는 신자유주의 바람에 저항하고 있다. 이러한 저항속에서 국내 민주 시민단체들은 기존 WTO협정들에 대한 포괄적이고 철저한 검토와 평가를 통해 전세계 민중과의 연대를 모색하여 인간적인 대안을 제시할 수 있어야 한다. 이와 더불어 민주주의, 환경, 보건, 인권, 노동권, 여성 및 아동의 권리, 주변화된 국가 등 WTO가 미친 영향에 대한 구체적인 심판도 뒤따라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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