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쟁 전, 시리아 모습을 담은 사진을 보게 되었다. 여느 도시와 다를 것 없는 거리, 노천카페에 나와 앉아 차를 마시는 노인, 웨딩드레스를 입고 사진촬영을 하는 신혼부부, 골목을 누비며 뛰어노는 아이들... 하지만 그들의 현재 생활은 전쟁 전과 완전히 다른 삶이었다.
 
  자비에 로랑 쁘띠의 『제레미, 오늘도 무사히』는 청소년 소설이다. 그러나 결코 가볍지 않은 무게의 이야기다. 소련과 미국의 냉전체제가 무너진 지금, 전쟁이란 소재가 오늘날의 청소년 독자들에게 어떤 무게와 깊이로 다가갈 수 있을까, 의문이 들었다. 그러나 작가는 군대에 간 형 제레미와 록 가수의 꿈을 키우는 동생 오스카란 두 인물을 통해 ‘전쟁’이 두 형제의 삶을 어떻게 바꿔놓았는가를 차분한 어조로 그려낸다. 
 
  16년 동안 함께 로커의 꿈을 키워갔던 형이 군대로 가자, 오스카는 같은 반 여학생 마르카와 가까워진다. 첫사랑의 달콤함과 로커로서의 꿈을 달성해가는 오스카와 달리, 제레미는 전쟁의 참상을 목격하면서 혼란에 빠진다. 
 
  ‘부모님껜 절대 얘기하지 마라. 널 믿는다... (중략) 우리는 수색 나갈 때 막연한 두려움에 휩싸이곤 해. (중략) 나는 마치 부적처럼 네가 준 엠피스리에 매달리지. 누구나 죽을 수 있다는 걸 알지만 내 생각에는, 엠피스리를 주머니 속에 따뜻하게 품고 있으면 살아 돌아올 수 있을 것 같다. (중략) 오늘도 무사히, J.’(134~135쪽)
 
  제레미가 부모님께 보내는 편지와 달리, 오스카에게 보내는 이메일에는 전쟁에 대한 공포와 불안함 심리가 생생하게 스며있다. 잔혹한 현실 앞에서 하루가 위태로운 제레미가 할 수 있는 최선은 오스카에게 자신의 공포를 솔직하게 적어 내려가는 일 뿐이다. 오스카는 형의 비밀을 혼자 묵묵히 감당해내야 하는 현실 속에서 마르카와 함께 더욱 음악에 매달리게 된다. 그에게 음악은 형의 고통을 나눠주는 매개체이자, 형의 비밀을 지켜야 한다는 힘든 마음을 표현하는 상징이다. 형의 파병으로 정서적 혼란을 겪으면서도 일상을 이어나가는 오스카의 모습은 성장의 참모습을 제시한다. 베트남 전에서 다리를 잃은 두 형제의 아버지는 제레미가 자신처럼 전쟁에서 살인을 저지르는 실수를 저지를까 봐 괴로워한다.
 
  “오스카, 난 거기로 되돌아가고 싶지 않아. 그 끔찍한 것들을 더는 보고 있을 수 없어. 다시는 사람들에게 방아쇠를 당기고 싶지 않아.”(234쪽) 탈영이란 제레미의 선택은, 단순히 죽음에 대한 공포가 아니라 사람을 죽이는, 평생 후회할 일을 계속해야 한다는 두려움에서 기인한다. ‘탈영병의 산책’이란 오스카의 노래는 십 대 소년이 전쟁을 바라보는 시각이 결코 단순하지 않음을 보여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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