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년 한 해의 끝자락 즈음이 오면 “아니 벌써…” 하는 탄성과 함께 한 해가 가는 아쉬움보다는 시간이 빠르게 지나갔음을 더 느낀다. 그리고 약간은 가슴 두근거리며 크리스마스를 기다렸었다. 그런데 특별히 올해는 드라마보다도 더 드라마틱한 국내외의 현실로 더욱 정신이 없는 한 해의 끝자락을 맞고 있다. 미국 대선에서는 모든 언론의 예상을 뒤엎고 트럼프가 힐러리를 이겼고 국내에선 갑자기 최순실게이트로 온 나라가 들끓었다. 필자는 유난히 여성비하 발언과 유색인종에 대한 반친화적인 발언으로 말썽이 있었던 트럼프의 대통령 당선 소식을 듣고 미국 방문이 꺼려지기도 했다. 동시에 나라 안에서는 국민을 실망하게 하는 대통령의 무능함과 비리 관련 소식에 아연실색을 넘어 비통함을 느낀다. 항상 대통령 임기 말에 있었던 비리 관련 정국을 이 나라에서는 언제쯤 끊어낼 수 있을까? 

  난센스 퀴즈가 있다. 일억 원이 든 돈 가방이 놓여 있는 테이블에 다섯 명이 둘러앉았다. 산타클로스 할아버지, 정직한 대통령, 정직한 정치인, 정직한 변호사, 경찰관이다. 그런데 갑자기 불이 꺼져 주변이 캄캄해졌다. 조금 뒤 불이 켜져 환해졌으나 테이블 위의 돈 가방이 없어졌다. 그러면 이 다섯 명 중에 누가 범인일까? 답은 경찰관이다. 왜냐하면 산타클로스 할아버지, 정직한 대통령, 정직한 정치인, 정직한 변호사는 이 세상에 존재하지 않기 때문이라 한다. 
 
  최근 언론에서 보도하는 국가 고위공직자들의 거짓말 행태를 보면 개탄스럽다. 무엇보다 어린 학생들이 이를 보고 무엇을 배울까 걱정이 되기도 한다. 우리는 교육현장에서 또 가정에서 어렸을 때부터 정직함을 큰 덕목으로 배웠고 공동체로 살아가는 사회에서는 상호 신뢰의 기초가 되는 정직은 중요한 삶의 덕목이다. 나는 이 ‘정직함’의 덕목이 무시되는 사회는 결코 선진 사회로의 발전이 이루어지지 않는다고 확신한다. 그렇지만 우리 사회를 보면 어린 학생들에게 모범과 모델이 되어주어야 할 성인들, 특히 중요 사회인사라고 하는 사람들이 거짓말을 하여 오히려 사회 전체를 혼란스럽게 하고 사회발전을 저해하는 것을 종종 보게 되어 개탄스럽다. 요즘 촛불시위를 보고 있으면 우리 사회를 진정으로 발전하게 하는 것은 소위 사회 인사들의 거짓말이 아니라 선량한 국민의 정직한 마음이다.
 
  시간은 인간을 변화하게 하는 가장 강력한 힘이다. 또한 시간 앞에서 모든 사람은 평등하다. 우리가 가진 지위, 부(富) 등을 집어 던지면 시간 앞에서 우리는 자신의 연령에 따른 똑같은 신체를 갖고 있을 따름이고 시간의 흐름에 따라 똑같이 나이를 먹는다. 올해도 이제 시간이 얼마 남지 않았다. 돌아보면 크고 작은 일들이 있었고 기쁜 일, 슬픈 일, 아쉬운 일들이 있었지만 나름대로 필자의 삶 안에서 각각의 의미를 새기고 과거로 흘려보내게 된다. 올해의 끝자락에서 우리의 촛불 민심이 이루어낼 민주주의가 의미있는 결실을 얻기를. 또한 사회공동체 구성원으로서 서로의 행복을 기도한다.
 
 
 
이주리 교수
사회복지학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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