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나쳐버린 다섯 번의 기회
세월호·메르스에 침묵한 국가
이번에야말로 바로 세울 때
민주 위해 헌법·법률 개선해야


▲ 박주민 의원이 청중 사이를 누비며 학생들과 소통하고 있다. 사진 김정준 기자

지난달 29일 오후 6시 30분 310관(100주년기념관 및 경영경제관) 605호에서 중대신문 주최로 ‘세월호 변호사’로 알려진 더불어민주당 박주민 국회의원의 시국 강연이 열렸다. 행사가 진행된 약 100분 내내 박주민 의원은 청중 사이를 누비며 적극적으로 청중과 의견을 나눴다.

  5번의 실패를 넘어 ‘이번에야말로’
  박주민 의원은 강의의 주제를 ‘이번에야말로’라고 소개했다. 이번에야말로 대한민국 시스템을 확실히 바꿔보자는 취지에서다. 그는 작금의 사태 이전에 정부의 통치체계를 바로잡을 수 있었던 기회로 ‘세월호 참사’, ‘메르스 사태’, ‘목함지뢰 폭발 사건’, ‘정윤회 문건 유출’, ‘문화체육관광부(문체부) 공무원 좌천’의 총 다섯 가지 사건을 지목했다.

  다시금 수면 위로 떠오른 ‘세월호 7시간’ 의혹은 세월호 참사 당시부터 불거진 문제다. 박주민 의원은 “청와대의 해명을 그대로 믿는다고 해도 박근혜 대통령은 2014년 4월 16일 오전 단 두 차례 지시만 내렸을 뿐 10시 30분경부터 침묵했다”고 말했다. 세월호가 뱃머리 일부만 남기고 침몰한 오전 11시 18분으로부터 6시간여가 지난 오후 5시 18분 중앙대해대책본부에 나타난 대통령은 상황 파악이 안 된 듯이 “구명조끼를 학생들은 입었다고 하던데 그렇게 발견하기가 힘듭니까?”라고 발언한다.

  청와대의 위기대처시스템에 의문을 품고 ‘4·16 세월호 참사 특별조사위원회’가 꾸려졌지만 끝내 강제 해산됐고 의혹을 제기하는 이들은 형사처벌 시도에 숱하게 노출됐다. 결국 세월호 참사의 진실과 함께 박근혜 정부의 통치체계 점검은 제대로 이뤄지지 못 한 채 물 밑으로 가라앉았다.

  지난해 5월 발생한 메르스 사태에서 박근혜 정부가 초기 대응에 실패한 점에 대해서도 점검이 제대로 실시되지 않았다. 박주민 의원은 메르스 확진 환자가 발생한 지 6일 후에야 대통령에게 대면보고가 이뤄졌다고 설명했다. 그는 “메르스 환자가 이용한 병원을 중심으로 감염 환자가 확산됐다”며 “메르스 환자 이용 병원 목록을 공개해 혼란스러운 상황을 처음으로 정리한 것도 대통령이 아닌 박원순 서울시장이었다”고 말했다.

  안보무능과 비선파문 때도…
  박주민 의원은 여권이 능하다고 자처하는 안보에서도 같은 문제가 빚어졌다고 주장했다. 지난해 8월 4일 북한이 매설한 목함지뢰가 폭발해 2명의 부사관이 중상을 입었다. 박주민 의원은 이때도 4일 후에야 대통령에게 대면보고가 이뤄졌다고 말했다. 그는 “대통령은 사건 발생 다음날 ‘경원선 남측구간 기공식’에서 북한에 평화의 메시지를 보냈다”며 “보고 책임자인 한민구 국방부 장관도 같은 행사에 참석해 대통령과 강강술래까지 했지만 보고는 이뤄지지 않았다”고 설명했다.

  박주민 의원은 다음으로 ‘정윤회 문건 유출’과 ‘문체부 공무원 좌천’을 이야기했다. 정윤회씨의 국정개입 사실이 담긴 청와대 공식문건이 유출됐던 지난 2014년 당시 문건의 내용이 아닌 문건 유출자에 수사가 집중됐다. 지난 2013년에는 정유라씨가 승마대회에서 2등을 하자 청와대가 이례적으로 문체부에 승마협회 감사를 지시했다. 감사 결과가 청와대 입맛에 맞지 않자 문체부 공무원 두 명이 좌천된 사건 역시 파장 없이 묻혀버렸다.

  박주민 의원은 “이 다섯 개의 사건은 정부를 바로잡을 수 있는 기회였지만 우리는 살리지 못했다”며 “결국 박근혜-최순실 게이트가 터진 이번에야말로 정치권과 수사·언론 기관 시스템 전체를 바로 잡아야 한다”고 주장했다.

  민주주의를 견인할 힘
  강연 후 이어진 질의응답 시간에는 청중의 질문이 쏟아졌다. 최근 여권이 꺼내 든 개헌카드에 대한 의견을 묻자 박주민 의원은 “현 헌법은 민주주의를 위해 담보하는 것이 적기 때문에 개선이 필요하다고 본다”며 “다만 개헌을 위해선 개헌을 주장하는 사람들의 의도가 순수해야 하고 사회의 여러 가지 모순 지점을 제대로 드러낼 수 있는 의회 구성이 선행되어야 한다”고 말했다.

  또한 그는 개헌에 적합한 환경을 만들기 전까지는 법률 제·개정을 통해 성숙한 민주주의를 만들 수 있다고 주장했다. 그는 “정부가 한일군사정보협정과 같은 조약을 추진할 때 국회가 저지할 수 있는 제도적 장치가 없다”며 “다른 선진국에서 시행하고 있는 조약체결절차법을 도입하면 국민이 동의하지 않는 조약을 저지할 수 있다”고 말했다. 이 밖에도 그는 선거법, 집회 및 시위에 관한 법률 등을 개정하고 검사장 직선제를 도입하는 등 다양한 입법조치를 제안했다.

  마지막으로 청중은 촛불 민심이 정치권에 주는 의미가 무엇인지 물었다. 박주민 의원은 “촛불 민심은 국회가 탄핵에 확고한 입장을 갖게 만드는 동력이다”며 “지금 국회는 어떤 언론의 논조가 아닌 광장의 민심을 듣고 있다”고 설명했다. 그는 여당이 나서서 대통령에 퇴진을 권유하고 대통령 스스로가 퇴진을 언급한 것도 촛불의 힘 때문이라며 촛불 집회의 영향력을 강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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