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자는 제59대 서울캠 ‘SKETCH UP’ 총학생회(총학)가 내놓은 공약의 실현 가능성을 따져보는 기사를 썼습니다. 유권자의 선택에 도움을 주고자 공약을 점검하며 이따금 회의에 빠졌습니다. 실현 가능성만으로 공약의 좋고 나쁨을 판단하기엔 부족하다는 생각 때문이었죠.
 
  물론 실현이 불가능하다면 당연히 좋은 공약이라고 볼 수 없습니다. 그러나 좋은 공약이라면 실현가능성 외에도 개혁성과 구체성을 갖춰야하죠. 박근혜 대통령의 ‘연간 22만 개 노인 일자리 창출’ 공약은 실현 가능성 여부를 떠나 개혁성이 부족한 공약이었습니다. 이명박 정부가 시행했던 노인 일자리 사업을 일부 확대·변형한 수준이었죠. 이미 시행 중인 사업을 부분적으로만 개선하려 한 것이지 근본적인 노인 문제를 해결하기 위한 개혁은 빠져 있었습니다.
 
  구체적인 이행방안이 없어도 제대로 된 공약은 아닙니다. 박 대통령은 청년 실업 문제 해결을 위해 대학을 창업기지화해 자연과학과 인문·사회과학을 아우르는 융합인재를 양성하겠다는 공약을 내세운 바 있죠. 그러나 구체적인 방법론이 제시돼 있지 않아 공약의 실현 가능성조차 추측하기 어려웠습니다.
 
  실현 가능성, 개혁성, 구체성 면에서 SKETCH UP 총학의 공약은 아쉽습니다. SKETCH UP 총학이 내놓은 ‘장바구니 기간 항목별 여석 공개’는 교내 수강신청 시스템상 실현이 불가능했습니다. 심지어 그들의 수강신청 개선안은 서버 문제만 일부 개선하려 했을 뿐 전임교원 충원과 같은 개혁적인 목표가 없었습니다.
 
  또한 SKETCH UP 총학은 구조조정에 적극적으로 대응하겠다고 했지만 구체적인 대응책은 말하지 못했습니다. 이는 누구나 할 수 있는 선언일 뿐 총학생회 후보자가 학생들에게 제시할만한 공약이라고 볼 수 없죠. 구체성이 빠진 전형적인 사례였습니다.
 
  임기 동안 공약은 투표로 선발된 대표자의 지침이 될 것입니다. 대표자의 공약은 그가 공동체를 대표하기 위해 얼마나 준비됐는지 보여주는 지표이기도 하죠. SKETCH UP 총학의 준비성은 전반적으로 부족했습니다. 그들이 추구하는 방향이 흔들릴 수밖에 없는 상황이죠.
 
  SKETCH UP 총학은 당선됐지만 유권자들은 그들의 공약이 완벽했기 때문에 찬성표를 던진 게 아닙니다. 그들이 당선되지 않으면 총학 자리가 공석이 될까 우려하는 마음도 있었겠죠. 자신들의 목소리를 대변할 대표자가 없으면 안 된다고 생각한 학생들이 많았을 것입니다.
 
  부실한 공약에도 찬성표를 던진 학생들의 마음을 읽어야 합니다. 전체 학생의 대표자로서 학생들의 목소리를 모으는 역할을 잘 해내야겠죠. 중요한 사안에서는 망설이지 말고 깃발을 들 필요도 있습니다.
 
  미리 내놓은 공약을 이행하는 게 총학의 유일한 역할은 아닙니다. 그간 SKETCH UP 총학은 소통을 반복해서 말해왔습니다. 공약이 미흡한 상황에서 소통은 정말 중요하죠. 학생들과 소통하며 그때그때 필요한 내용을 공약으로 삼는 자세가 필요합니다. 이제부터라도 제대로 된 공약을 써내려가길 바랍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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