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학은 지나간 세계를 기록한다
철학은 새로운 세계를 열어낸다

지난 1일 310관(100주년기념관 및 경영경제관) B602호에서 ‘열린인문학 2016’이 개최됐다. 이날 진행된 강연 중에서 ‘인문학자가 본 인문학’에선 이경수 교수(국어국문학과)와 이재호 교수(철학과)가 강연을 맡았다.

  문학이 해야하는 일
  이경수 교수는 현대 사회에서 문학의 역할로 기억을 들었다. 이경수 교수는 “사회의 무자비한 변화는 우리로 하여금 많은 것을 잊게 했고 우리 스스로도 많은 것을 잊도록 만든다”며 “이런 사회에서 문학은 세상의 속도에서 벗어나 기록하고 기억하는 역할을 해야 한다”고 말했다.

  이경수 교수는 『조중균의 세계』를 예로 들며 지나간 시간의 가치를 인식해야 한다고 말했다. 『조중균의 세계』에 등장하는 대학 교수는 학생들의 동맹휴업을 저지하기 위해 시험지에 이름만 적으면 학점을 주겠노라 선언한다. 조중균은 교수의 망언에 참을 수 없는 부끄러움을 느끼고 「지나간 세계」라는 시를 써내려간다. 그는 침묵하고 타협하는 세계에서 동떨어져 존재한다.

  조중균은 지나간 세계의 가치를 아는 인물이다. 이경수 교수는 “현대 사회에서는 지나간 세계를 빠르게 지나칠 뿐 그에 대해 가치를 부여하지 않는다”며 “문학은 조중균처럼 경시되는 세계에 가치를 부여할 수 있어야 한다”고 말했다.

  이경수 교수는 기억하는 문학의 역할에 대한 예시로 한강의 『소년이 온다』를 소개하기도 했다. 『소년이 온다』는 광주 민주화운동을 겪은 이들의 삶을 서술하고 있다. 등장인물 중 은숙은 광주 민주화운동을 직접 겪은 인물로 출판사에서 출판 편집을 담당한다. 은숙은 자신이 맡은 희곡의 내용 대부분이 검열을 거치면서 삭제된 것을 알게 된다. 비록 희곡은 출판되지 않았지만 이를 바탕으로 한 연극은 진행된다. 배우들은 희곡의 내용을 말할 수 없었고 연극은 입만 달싹이는 무언으로 가득찼다.

  무언의 연극은 개인을 억압하는 사회에 대한 저항이자 이에 대한 기록이다. 이경수 교수는 “살아남은 사람들에게 상처를 주는 상황이 광주 민주화운동 이후에도 지속되고 있다”며 “살아남은 이들의 삶을 장례식으로 만드는 세상에선 문학의 역할이 더욱 강조된다”고 역설했다.

  이경수 교수는 문학이 지나간 세계를 존중하고 기억하는 것을 넘어 시대에 대한 애도를 표할 줄 알아야 한다고 덧붙였다. 그는 “지나간 시대를 애도하는 일은 문학을 하는 사람이 아니면 돌볼 수 없는 가치다”며 “이러한 문학의 역할은 대체 불가능하다”고 말하며 강연을 마쳤다.

  새로운 지평을 여는 철학
  이재호 교수의 강연이 뒤를 이었다. 그는 ‘철학은 우리 삶에 유용한가’라는 질문으로 강연을 시작했다. 철학은 인간의 근원적인 믿음 체계의 정합성과 체계성을 확보하려는 학문이다. 그렇기에 철학자는 내적 정합성을 추구한다. 내적 정합성은 우리가 가지고 있는 믿음 체계가 논리적이고 조화로울 때 존재한다.

  철학의 필요성을 묻는 질문의 답은 비관론과 낙관론으로 이분된다. 비관론은 논리보다는 상식과 직관이 인간의 판단에 결정적인 역할을 하기 때문에 철학이 필요하지 않다고 주장한다. 낙관론은 현재 사회가 당연히 여기고 있는 가치들이 흔들리고 있다고 주장하며 철학의 필요성을 강조한다. 이재호 교수는 철학의 유용성을 묻는 질문은 정해지지 않은 미래에 대한 질문이기 때문에 명확한 답을 도출하기 어렵다고 주장했다.

  그는 기존 질문이 본질적으로 잘못됐다고 역설했다. 그는 “질문은 ‘우리는 우리 사회가 철학이 유용한 사회가 되기를 원하는가’가 돼야 한다”며 “이 질문을 통해 우리는 삶에서 철학의 유용성을 느낄 수 있으며 사회 속에서 철학의 입장까지 재고할 수 있다”고 말했다.

  철학은 질문을 통해 새로운 세계를 구성할 수 있는 학문이다. 이재호 교수는 “사고의 전환을 가져올 수 있는 질문을 통해 개인 스스로와 주변 세계의 인식을 바꿔나갈 수 있다”며 “철학의 역할은 발전적인 세상을 만들어 나가기 위해 더 나은 질문을 던질 수 있게 하는 것이다”고 덧붙이며 강연을 마쳤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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