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졸업장은 더 이상 프리패스가 아니다
김풀잎 기자  |  leaf@cauon.ne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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승인 2016.11.29  21:08:2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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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26,27일 양일간 중앙대에서 수백 명의 학생이 논술고사를 치렀다. 첫눈이 내리는 추운 날씨에도 불구하고 수험생들은 대학에 가고자 뜨거운 주말을 보냈다. 그러나 이 뜨거운 열정이 무엇을 향한 것인지는 따져봐야 할 일이다. 대학 진학률이 70%를 웃도는 한국 학생들에게 대학은 으레 가야만 하는 곳이라 인식된다. 취업을 위한 여정 속 하나의 수단으로 대학을 선택하기도 한다. 그렇기에 ‘알아야 산다’는 말은 더는 비유가 아닌 현실이 됐다. 교육이 생존의 수단이 된 것이다. 언제부터 우리는 교육과 대학에 집착하게 된 것일까. 열 명 중 일곱 명이 대학에 가는 우리 사회에 대해 교육 전문가들의 생각을 들어봤다.
 
  대학의 영광은 신화로 남아
  과잉학력은 사회적 낭비

  ‘하늘 천 따 지’가 달군 교육열
  철저한 신분사회의 조선 시대에선 과거 시험을 통한 관직진출만이 입신양명(立身揚名)을 위한 길로 여겨졌다. 이성호 교수(교육학과)는 당시 과거제의 혁신성에 주목했다. “신분 사회임에도 평민 이상이면 시험에 응시할 수 있었어요. 이런 과거제의 의의가 전해지면서 누구든 공부를 잘하면 출세할 수 있다는 의식이 뿌리 깊게 생겼죠.”

  그러나 이 생각은 70·80년대에나 통하던 과거 대학의 영광에서 그쳤다. 이성호 교수는 김영삼 정부의 대학 준칙주의가 그 변화의 기점이 됐다고 설명했다. “문교부의 허가를 받아야만 대학 설립이 가능했던 과거와 달리 단순 요건 충족만이 조건이 되자 대학이 우후죽순 생겨나 시장을 이뤘어요.”

  박선미 교수(교육학과)는 1990년대 후반 팽배했던 신자유주의 이념의 결과로 교육이라는 공적 영역 자체가 시장의 논리에 지배당했다고 말했다. “시장 논리에 의한 자본가의 교육 독점 현상이 일으킨 불안과 위협은 ‘내 자식만 잘살면 된다’는 개인화된 교육열을 끌어냈죠.”

  하지만 교육은 고등교육만을 의미하진 않는다. 직업 교육의 본래 가치도 분명 존재하기 때문이다. 실업 교육에 대해서 한국은 능력에 따라 상급학교로의 순차적 진학을 독려하는 단선형 학제를 선택했다. 그러나 이성호 교수는 인문계와 실업계를 구분하는 독일의 복선형 학제가 한국 문화에 적합했다고 주장했다. “독일은 중세시대부터 나타난 장인 개념을 토대로 복선제를 통해 교육 트랙을 철저하게 구분했어요. 그 결과 실업계를 선택해도 적성에 맞는 직업으로 중류층 생활을 할 수 있다는 믿음이 생겼죠.”

  한국의 단선형 학제 속에서도 실업계 장려 정책은 종종 이뤄졌다. 박정희 정권 당시에는 실업계의 위상이 인문계보다 높아진 적도 있었다. 그러나 이성호 교수는 한국의 실업계 발달 과정에는 문제가 있다고 말했다. “유럽의 실업계 졸업자들은 시민으로서 동등한 권력을 가졌지만 우리나라는 대학 교육이 보장하는 특권에만 집중해 실업 교육이 동등한 위치에 서지 못했어요.”

  그래도 대학은 가야…
  ‘졸업장 병(Diploma disease)’은 상위 학력을 취득하기 위한 계속된 경쟁을 가리키는 말이다. 대학 만능주의가 만연한 한국 사회가 앓고 있는 병이기도 하다. 이성호 교수는 이런 현상은 인간이 비합리적인 기대를 버리지 않아서 일어난다고 봤다. “희소가치가 사라진 대학은 어떤 것도 보장되지 않는다는 사실을 망각한 채 일단 대학에 가면 기회가 있을 것이라고 맹목적으로 믿고 있어요.” 또한 박선미 교수는 학위가 사람을 평가하는 잣대가 되는 현실을 지적했다. “인간의 존엄성을 잊은 채 사람을 구분 짓고 위계화시키는 문화를 졸업장이 합리화시켜주고 있어요.”

  실제로 우리 사회는 ‘고졸’ 학력에 대해 따가운 시선을 보내고 있다. 이에 대해 전수경 교수(한국방송통신대 교육학과)는 고등학교의 역할이 대학으로 전가돼 나타나는 현상이라고 말했다. “초등·중학교의 의무교육 이후엔 특화교육이 이뤄져야 해요. 고등학교가 특화교육의 장이 돼야 하는데 한국은 고등학교까지 의무교육으로 여기는 인식이 만연하죠.” 그 결과 직업교육 및 전문성에 대한 특화교육의 기능이 대학으로 미뤄져 고졸은 준비가 부족하다는 인식이 생긴 것이다. 하지만 유성상 교수(서울대 교육학과)는 이 인식이 근거 없는 차별적 시선일 뿐이라 말했다. “각자의 직업 적성과 기능을 학교 바깥에서 개인의 역량에 따라 취득하는 오늘날엔 대학 교육만이 능력을 결정한다고 보기는 어려워요.”

  한국 사회의 졸업장 병과 고졸에 대한 편견은 학생들을 대학으로 내몰았다. 전수경 교수는 높은 대학진학률이 국가에는 일면 긍정적일 수 있다고 말했다. “국가는 다수의 국민이 질 높은 교육을 통해 최신 학문을 익혀 관련 산업에 종사하길 바라요. 또한 수익자 부담이라는 현 교육 체제상 국가와 사학은 수익을 기대할 수 있죠.”

  하지만 전수경 교수는 거시적인 측면에서 지금과 같은 구조의 대학 진학은 사회적 에너지의 낭비라고 말했다. “모두가 대학에 가면 청년들의 사회 진입 시기가 20대 후반으로 늦춰져요. 과잉학력의 문제죠.” 유상성 교수 또한 불필요한 사회적 소비에 불과하다고 봤다. “자신의 상품성을 높여 시장에서 우위를 점하기 위한 대학 학위가 남발되고 있어요. 대학의 원래 목적과는 상관없는 양적 확장에 불과하죠.” 
 
 
  대(vs)학 아닌 대(大)학으로
  오늘날 사라진 대학진학의 자유로운 선택권을 가지기 위해서 유성상 교수는 사회가 학교 밖에서 얻는 배움도 인정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배움이 학교 내에서만 일어날 때 경쟁을 통한 비교와 차별이 일어나게 돼요.” 또한 박선미 교수는 가치관의 다양성이 필요하다고 말했다. “경쟁적 대학 진학 문화 속에서 학생들은 상생과 협력의 가치를 잊어버려요. 삶의 다양한 가치를 가르쳐야 해요.”

  그렇다면 대학은 어떻게 변화해야 할까. 대학 교육의 목적에 대해 대다수 전문가는 전문 직업인으로서 갖추어야 할 이성과 사유하는 지식인으로서 갖추어야 할 감성 또는 교양이 조화를 이루는 것이라는 입을 모았다. 동시에 전수경 교수는 대학 교육이 고정관념에서 벗어날 기회를 제공해야 한다고 말했다. “대학 공부는 진리를 통해 이성적 자유를 찾는 것이에요. 흔히 쓰이는 ‘진리가 너희를 자유롭게 하리라’는 말처럼 현실의 틀 바깥에서 세상을 바라볼 수 있게 해야 하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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