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공지능의 성장으로 외국어 번역기술 발전에도 가속이 붙었다. 인간과 대화를 나누는 로봇의 상용화도 머지않았다는 뜻이 된다. 그렇게 되면 영어는 이제 배울 필요가 없어질 것이라고 전망하는 기사들도 눈에 띈다. 나 같은 영어교육 전공자에게는 다소 근심스런 얘기지만 영어 때문에 시간과 돈을 낭비하며 갖은 고생을 거듭해왔던 대부분 한국인에게는 오래간만에 듣는 희소식이 아닐 수 없다.
 
  로봇이 인간과 의사소통을 하려면 세 가지 어려운 기술이 필요하다. 우선 사람의 말을 접수하는 음성인식기술, 인식한 텍스트의 내용을 분석하는 정보처리기술, 처리된 정보를 구두 언어로 전환하는 음성합성기술이 그것이다. 최근까지도 이들 기술의 완결은 요원해 보였다. 자동 번역한 스팸 메일 “여보세요. 오늘 당신에게 어떻게 입니까?”를 받고 어이없어 하던 것이 불과 몇 달 전이었기 때문이다. 
 
  그런데 지난 15일 구글이 신경망 기계번역 서비스를 개시하여 차원이 다른 AI 번역의 시대가 열렸다고 한다. 호기심에 이 구글 번역기를 테스트해보았다. 
 
  친구와 나눈 카카오톡 대화 “여기저기서 중대 궁금한 거 있음 나한테 물어. 내가 전체학번을 다 아는 줄 아나봐.”를 붙여넣으니 “There is a big question here and there. Ask me. I guess I know the whole number of students.” 로 엉뚱하게 번역이 됐다. 오류를 검토해보니 AI가 해결해야 하는 번역 난제는 여전히 많은 듯하다. 우선 “중대”, “학번”과 같은 문화적 어휘 번역이 제대로 안 된다. 둘째, “물어”는 맥락상 요청이 아니라 진술임을 파악하지 못했으며 셋째, 생략된 문장의 주어를 잘못 짚었다. 간단하다고 생각하는 대화조차도 사실상 AI가 거들기엔 역부족임을 알 수 있다. 이제 곧 영어공부를 안 해도 된다는 것은 다행히(?) 다소 과장된 선전인 듯하다. 
 
  물론 머신러닝은 사용자 데이터와 더불어 빠르게 진화한다고 한다. 나 역시도 기술완성의 날이 언젠가는 올 것이라고 믿는다. 그럼 그때는 외국어를 배우는 일이 필요 없게 되는 걸까? 나는 그 주장에 쉽게 동의할 수 없다. 첫째, 언어는 인류문화 최고의 산물이며 외국어 학습은 타문화에 속한 인간을 이해하는 최선의 방식이다. 타문화를 내 모국어 틀에서만 수용한다면 반쪽짜리가 될 것이다. 둘째, 언어 학습은 인간의 지능을 균형 있게 발달시키는 주요 수단이다. 그것은 계산기나 컴퓨터가 있지만 수학 시간이 가치 있다고 믿는 것과 같다. 마지막으로, 인간이 자기보다 우월한 로봇에 무조건 의존하는 것은 옳지 않다. 충분한 지식을 가지고 로봇을 활용하여 혜택을 입는 것이 바람직하다.  
 
  그보다는 AI가 영어 때문에 겪었던 우리의 고통을 덜어 주고 영어 학습에는 기쁨을 주지 않을까 하는 기대가 더 좋다. 미래의 학교 영어공부는 경쟁과 평가를 위한 고난의 행군이 아니라 문화적 산물을 경험하고, 나와 다른 상대를 이해해가는 즐거운 여정이 되는 날을 상상해본다. 그럼 영어교육이 진정 제 길을 찾는 거 아닌가.
 
 
김혜영 교수
영어교육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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