무대 위의 고백
  • 이수빈 기자
  • 승인 2016.11.27 20:47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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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상훈 학생(사회학과 2)
사진제공 김상훈 학생
스스로 참여하는 예술이
너와 나 그리고 사회를 변화시킨다
 
여러분에겐 깊은 사색을 할 수 있는 자신만의 공간이 있나요? 잠들기 직전의 침대 속이나 뜨거운 김이 폴폴 나는 욕조 안처럼요. 또 온 신경을 집중해야하는 사색들을 여러분은 어떻게 풀어내시나요? 이번주 두 번째 청춘은 중앙대 연극동아리 ‘영죽무대’의 연출가 김상훈 학생입니다. 그는 마음속 깊은 곳에 떠다니는 생각의 조각들을 맞추어 무대 위에서 고백한다고 하는데요. 그의 고백, 한번 들어볼까요?
 
  -무대에서 고백을 하는 이유가 뭔가요?
  “대입 전 한 극장에서 ‘일요시극장’이라는 프로그램을 기획한 적이 있었어요. 이 무대 위에선 시를 낭송하거나 ‘무대 위가 아니면 할 수 없는 이야기’를 고백해요. 그 순간 아무런 연관이 없던 서로가 강하게 연결되는 힘이 생긴다는 걸 처음으로 느꼈어요. 그래서 무대와 관객이 공동체가 되는 것을 제 예술 안에 어떻게 녹여야 할지 고민하기 시작했어요.”

  -잠깐의 고백이 무대와 관객석 사이의 빈 공간을 메워주는군요.
  “맞아요. 그리고 그 고백은 관객뿐 아니라 자신의 얘기를 전하고 있는 무대 위의 당사자도 변화시켜요. 극장이라는 공간 자체가 내밀한 것들을 고백하기에 참 좋은 곳이에요. 관객이 무대에서 하는 말들에 집중할 수밖에 없는 물리적 구조이기도 하지만 아무리 작고 사소한 이야기라도 크게 다가오도록 해주죠. 그러므로 더더욱 무대에서 이야기해야만 하는 것들을 전해야 한다고 생각해요.”
 

  -무대를 생각하는 마음이 애틋하네요.
  “어두운 공간에 한 줄기 빛만 들어오면 극장이 성립돼요. 이 극장의 무대에서 다수가 발언권을 갖고 본인의 이야기를 내뿜기 시작하면 극장이 광장의 역할까지 할 수 있다고 믿어요. 따라서 공연은 단순한 재미만을 추구하면 안 된다고 생각해요. 공연은 재미 이상으로 사회적인 변화를 가져올 수 있어야 한다는 거예요. 그러기 위해선 한정적이었던 ‘예술을 하는 주체’의 범위가 확장돼야 하죠.”

  -말처럼 쉬운 일은 아닐 것 같아요.
  “그럼요. 하지만 꼭 필요해요. 솔직히 말해서 예술이 관람객을 변화시키는 데에는 한계가 있잖아요. 그런데 창작자는 달라요. 직접 예술을 창작하는 과정에서 느끼는 게 많거든요. 이런 생각을 직접 행동으로 시도해보고 싶었어요. 그래서 양천구 ‘스페이스내안’에서 학생들을 규율에서 해방시켜 직접 연극과 영화를 창작해보도록 했죠. 요즘은 전업주부님들을 대상으로 해방을 목적으로 한 참여예술을 새로 계획하고 있어요.”

  -‘창작’을 통한 ‘해방’으로 사회 변화를 이뤄낼 수 있다는 멋진 생각을 행동으로 보여주고 계시네요.
  “그런가요? 인문학을 공부하다 보면 내 삶에 대해 끊임없이 고민하면서도 함께 살아가는 공동체에 대해서도 사색에 빠지게 돼요. 이런 생각들은 제 예술 활동을 계속 굴러가게 하는 동력이 되기도 하죠.(웃음)”
 <이래 봬도 연극>, <맥베스 멕배스 맥배스 멕베스/맥베드 멕배드 맥배드 멕베드>

  -영죽무대 연출가는 참 고민이 많은 사람이었군요.(웃음) 
  “사실 이런 고민을 갖게 된 이유 중 하나가 영죽무대이기도 해요. 지난 공연에서는 공연 한 달 전에 4명의 배우가 동아리를 나가버렸고 기획 셋, 연출 하나, 배우 하나 이렇게 남은 적이 있었어요. 덩그러니 남은 다섯 명이 모여서 ‘이런 상황 속에서도 우리가 왜 연극을 해야 하냐’부터 ‘이게 어떤 의미를 주냐’까지 몇 날밤을 고민하고 고통스러워했죠. 그럼에도 결국 우리는 공연을 하기로 결론을 내렸어요.”

  -연극으로 인한 고민을 연극으로 해결했군요.
  “네. 꽤 많이요. 당시 올렸던 공연이 <이래 봬도 연극>인데요. 참 이상한 공연이었어요. 저희가 회의한 것들을 다 녹음하고 그것을 글로 풀어써서 공동창작으로 극을 구성했고요. 전부 실화였어요. 우리의 고민을 그대로 보여준 거죠. 그런데 이게 고민을 해결한 답이 된 이유는, 그 다섯이 참 좋은 친구가 됐다는 거예요. 연극을 통해 사람들을 사랑하게 되고 서로 발전하고 있다는 것을 처음으로 제대로 느꼈어요. 좋은 예술이 좋은 삶을 만들기도 하지만 때로는 좋은 삶이 좋은 예술을 만들어내기도 하는 것 같아요. 앞으로 이보다 더 좋은 연극은 못 만들 것 같네요.(웃음)”

  -요즘은 어떤 작품을 연출하고 계시나요.
  “마침 오늘(28일)부터 제가 연출한 <맥베스 멕배스 맥배스 멕베스/맥베드 멕배드 맥배드 멕베드>가 시작돼요. 셰익스피어의 <맥베스>를 현대적으로 풀어낸 작품인데요. 현대에 존재하는 ‘맥베스’부터 ‘멕베드’까지의 수많은 형태의 맥베스들을 어떻게 맞이할 것인지 의문을 던지는 내용이에요.”

  -여전히 고민이 많은 청춘이네요!
  “사실 저는 제가 청춘인지 잘 모르겠어요. 자기가 청춘인지 모르는 게 청춘 아닐까요? 그렇게 생각하는 사람만 할 수 있는 이야기인것 같아요. 그래서 전 제가 청춘인 걸 계속 모르려고요.(웃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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